골치 아픈 일꾼들과 대저택 복구에 도전하다
이근미 작가의 BOOK STORY

골치 아픈 일꾼들과 대저택 복구에 도전하다

생글생글2024.03.14읽기 5원문 보기
#상속#건축공사비#불법노동자 고용#법정관리#세무조사#노동시장#기업관리

(137) 장폴 뒤부아 <타네씨, 농담하지 마세요>

미드저니 한눈에 반할 만한 깔끔하고 튼튼한 집을 가진 남자. 그는 시청률이 매우 낮은 방송국에서 다큐멘터리 PD로 일하고 있다. 월급은 꼬박꼬박 들어오고 시간은 남아도는 타네 씨는 옛 아내가 그립지만 평화롭고 느긋한 삶에 만족한다. 그런 그에게 삼촌이 대저택을 유산으로 남겼다는 연락이 온다. 공증인이 “자, 타네 씨, 저택을 상속받으시겠습니까?”라고 묻자 어릴 때 몇 번 가본 웅장한 삼촌의 저택을 떠올리며 덥석 받기로 한다.

장폴 뒤부아는 프랑스 국민 작가로 불리며 소설을 20권 이상 집필했다. 반세기에 걸친 프랑스 현대사를 한 개인의 삶을 통해 유장하게 그려낸 <프랑스적인 삶>으로 2004년 세계적 작가로 발돋움했다. <타네씨, 농담하지 마세요>는 그가 16번째 낸 소설로 출간 즉시 온·오프라인 서적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이 소설을 ‘프랑스식 유머의 결정판’이라고 부르는데, 각자 웃음 코드가 다른 만큼 대체 어디서 웃어야 할지 모르겠다는 반응도 있다. 내 경우는 저택 공사를 하면서 만나는 일꾼들과 좌충우돌하는 상황에서 타네 씨가 토해내는 다양한 표현에서 여러 차례 웃음이 나왔다.

실력 없거나 돈만 밝히거나타네 씨가 삼촌의 저택을 찾아가 마주한, 15년간 비어 있던 덩치 큰 집은 한마디로 폐허에 가까웠다. 타네 씨는 저택을 수리하기 위해 집을 팔고 6개월 무급휴가를 낸다. 곧바로 일을 맡기기 위해 건축업자와 일꾼들을 만났지만 하나같이 ‘니카라과의 국내총생산과 맞먹는 공사비’를 불러댔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인력시장을 통한 불법노동자 고용이었다. 타네 씨가 불안해한 대로 지붕을 수리하러 온 피에르와 페드로는 그야말로 ‘대환장 파티’를 벌인다.

개 여섯 마리를 끌고 와 정원에 풀어놓는 바람에 타네 씨가 물리기도 하고, 지붕을 수리한다면서 계속 기와를 깨기만 하는 두 사람이 열중한 것은 ‘라디오 듣기’였다. 태풍 예고에 방수포로 지붕을 덮어달라고 부탁했건만 비닐 쪼가리 몇 개로 응급처치만 하는 바람에 저택은 물바다가 되고 만다. 결국 타네 씨는 둘을 쫓아내고 ‘지붕 수리 전문 업체, 긴급 복구 가능한 업체’에 엄청난 비용을 지불해야 했다. 석고보드를 붙이러 온 샤볼로는 ‘3인칭 화법’으로 타네 씨를 어리둥절하게 만든다.

샤볼로의 “그분(타네)께서 단골로 정해놓은 가게가 있으십니까?” 같은 말투에 전염되어 타네 씨도 “그분(샤볼로), 참 일 잘하시네요”라고 말하는 장면 같은 데에선 폭소가 터질 수밖에 없다. 샤볼로와 전기 배선을 하러 온 러시아 남자 자이초프의 갈등을 보며 타네 씨는 깨닫는다. ‘미장공은 목수를 천덕꾸러기 취급하고, 목수는 보일러공을 얕잡아 보며, 보일러공은 전기배선공을 우습게 안다’는 사실을.이후에도 각 파트를 맡은 일꾼들이 끊임없이 문제를 일으키고, 완성한 뒤에 사고가 터지기 일쑤였다.

타네 씨는 저택 공사를 하면서 느낀 심정을 “법정관리에 들어간 기업 셋을 관리하면서, 곧 닥쳐올 세무조사에 대비하는 한편 이혼한 아내의 식구와 새로 결혼한 아내의 식구를 동시에 먹여 살리는 것과 거의 맞먹는다”고 묘사한다. 프랑스식 유머를 만나보라실력 없는 일꾼들이 골치 아픈 사건을 줄줄이 일으키는 데도 이 소설이 유쾌하고 따뜻한 이유는 타네 씨의 태도 덕분이다. 약속한 날짜에 오지 않는 일꾼을 끝까지 기다리고, 전기 배선 공사가 끝난 뒤에 불꽃이 튀어도 화를 내기보다 다시 수리할 기회를 준다.

‘일이 너무 복잡하고 버겁다 싶은 분야’는 일꾼을 불렀지만 나머지는 직접 하느라 매일 녹초가 된 타네 씨를 감동시킨 유일한 일꾼 아랑그 영감도 소설을 아름답게 만드는 인물이다. 수도관 연결을 맡은 아랑그 영감은 동트기 무섭게 와서 열심히 일하는가 하면 물자도 자기 물건처럼 아끼고 절약한다. 완벽하게 일을 마친 듯했으나 접합부 한 군데가 벌어지면서 물이 쏟아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잘 마무리하고도 아랑그 영감은 끝내 청구서를 보내지 않는다. 여전히 옛집이 그리운 타네 씨는 수리를 마친 저택을 보며 “한두 해가 지나면 우린 순리에 맞게 침묵 속에서 서로 의지하며 살아가는 법을 배우게 될 테니까”라고 말한다.

이근미 작가 일을 엉망으로 망치고도 돈을 꼭꼭 챙겨 간 일꾼들과 달리 기품 넘치는 아랑그 영감, 갖은 난맥을 뚫고 끝내 저택 공사를 마무리 지은 타네 씨, 그들을 만나 프랑스식 유머의 진수를 느껴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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