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량을 늘리거나 줄이면 물가는 어떻게 될까? 미국 와이오밍(Wyoming) 주(州)에 위치한 계곡 지역인 잭슨홀(Jackson Hole)은 경치가 수려하기로 이름난 휴양지이다.
이곳에서는 1978년 이래로 매년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FRB)이 주최하며 미국과 세계경제의 현안에 대해 토론하는 회의가 열리고 있다.
일명 '잭슨홀 심포지엄'으로 불리는 이 연례회의에는 세계 각국의 중앙은행장들과 저명한 경제학자들이 참여한다.
올해 8월에 '금융안정과 거시경제정책(Financial Stability and Macroeconomic Policy)'이란 제목으로 개최된 2009년 심포지엄에서 가장 화두가 된 주제는 통화정책의 최종목표에 관한 것이었다.
통화정책(monetary policy)은 재정정책,외환정책 등의 다른 경제정책들과 마찬가지로 궁극적으로는 국민경제의 바람직한 상태를 실현하는 것을 정책목표로 한다.
통화정책이 여타 경제정책들과 구별되는 점은 중앙은행,즉 통화정책 당국이 통화량이나 이자율을 조절해 물가안정 · 완전고용 · 국제수지균형 · 경제성장 · 금융안정 등의 최종목표(goals)를 달성하고자 한다는 것이다.
집이나 차를 사기 위해 대출받을 때,저축을 하거나 주식 · 채권 등의 각종 금융상품에 투자를 할 때,기업이 공장을 세우거나 기계를 구입하기 위해 대출받을 때 최우선적인 고려사항이 되는 것은 이자율이다.
통화정책은 통화량과 이자율 조절을 통해 경제 내의 신용량과 금융자산 보유,나아가 실물경제에까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금융정책 · 통화신용정책 · 통화금융정책이라 불리기도 한다.
그동안 통화정책은 여러 가지 최종목표 중 물가안정에 초점을 맞춰 왔는데 근래의 금융위기를 계기로 금융안정에 보다 신경을 써야 한다는 주장들이 잭슨홀 심포지엄에서 강하게 제기되었던 것이다.
화폐가 일정량의 금과 교환되던 제1차 세계대전 이전의 과거 금본위제 시절에는 금본위제도의 원활한 작동을 위한 환율안정만이 통화정책의 최종목표였다.
1920년대 들어 일부 국가들에서 초인플레이션(hyper inflation) 현상이 나타나면서 물가수준 안정이 통화정책의 새로운 최종목표로 등장하기는 했지만,당시만 해도 정책당국이 경제에 적극 개입해야 한다는 인식은 강하지 않았다.
그러나 1930년대에 대공황을 겪은 이후에는 정부 및 중앙은행이 국내경제 운용에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물가안정뿐 아니라 경제성장과 실업문제 해소 또한 통화정책의 최종목표로 받아들여지게 되었다.
한편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독립을 획득한 많은 신생국들이 경제적 자립을 위해 경제성장을 도모하면서 안정적인 경제성장과 높은 고용수준 유지는 통화정책당국의 새로운 임무로 확실히 자리를 잡게 되었다.
하지만 장기에 경제 내에서 생산되는 재화와 서비스의 양을 결정하는 것은 노동 · 자본 등과 같은 생산요소들의 양이므로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통화량을 늘리는 확대통화정책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연속된 확대통화정책으로 인한 통화량의 장기간 누적은 1950년대와 1960년대에 인플레이션의 세계적 확산을 불러왔고,1970년대에는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가 함께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이 등장하면서 인플레이션의 폐해가 극에 달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많은 나라들 사이에 지속적인 경제성장과 국제수지균형 등은 물가안정이 뒷받침되지 않고서는 곤란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었고,통화정책의 최종목표를 물가안정으로 단일화하는 것을 법으로 명문화하는 국가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현재 우리나라도 「한국은행법」 제1조를 통해 통화정책의 최종목표는 물가안정 달성이라는 것을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