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주인이 자기집앞에 가로등을 설치하지 않는 이유는? 얼마 전 방송된 KBS의 '일요스페셜'은 몇 해 전 온 국민을 공포에 떨게 했던 한 연쇄살인사건을 집중 조명하였다.
방송은 범인이 2년 넘게 경찰의 수사망을 피해가며 무고한 시민들의 소중한 목숨을 앗아간 범죄를 저지를 수 있었던 원인이 범죄가 발생한 지역의 특성에 있다고 하였다.
방송에 비쳐진 해당 지역의 주택가는 한눈에 보아도 범죄에 취약한 모습이었다.
좁은 골목이 구불구불하게 미로와 같이 계속 연결되어 있었고, 골목 곳곳에 쓰레기더미가 방치되어 있어 관리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듯 보였다.
이처럼 누구의 관리도 받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데다 구불구불하기까지 한 골목길은 가로등이 있다고 해도 빛의 사각지대가 만들어져 범죄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고 방송은 지적하였다.
그렇다면 주민 개개인이 집 앞에 가로등을 설치해 골목 곳곳을 환하게 비추면 범죄의 재발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을까?
물론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가로등을 설치하는 것이 그리 간단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어느 한 사람이 자신의 집 앞에 가로등 설치를 고려하고 있다고 하자.
가로등이 설치되면 집주인은 가로등이 골목을 비쳐 어두운 밤길을 다닐 때도 범죄로부터 어느 정도 보호(편익)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가로등으로 인한 편익은 집주인뿐만 아니라 그 집 앞으로 다니는 모든 사람들이 대가 없이 공통적으로 누릴 수 있는 것이다.
또한 가로등으로 인한 편익을 누릴 수 있는 횟수는 어느 한 사람이 누린다고 해도 그만큼 줄어들지도 않는다.
자신이 설치한 가로등의 편익이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사람에게 돌아가고 그로 인한 대가도 받을 수 없다면, 과연 집주인은 자신의 집 앞에 가로등을 설치할까?
아마도 집주인은 스스로 가로등을 설치하지 않고, 정부나 시에서 자신의 집 앞에 가로등을 설치해줄 때까지 기다릴 것이다.
이처럼 가로등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설치되지 않는 이유는 가로등이 공공재(public goods)이기 때문이다.
공공재는 국방, 경찰행정, 기상예보 정보 등과 같이 여러 사람들이 함께 소비하기 위해 만들어지는 것으로, 사유재(private goods)와는 달리 비배제성(non-exclusiveness)과 비경합성(non-rivalry)의 특성을 갖는 재화나 서비스를 말한다.
비배제성은 가로등이 설치된 골목을 다니는 사람의 통행을 막을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특정한 개인이 공공재를 대가 없이 소비하더라도 그 소비를 막을 수 없음을 의미한다.
이와 같이 어떤 재화나 서비스를 소비하여 편익을 누림에도 그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는 사람을 '무임승차자'(free rider)라고 한다.
비경합성은 어느 한 사람이 가로등이 주는 편익을 누린다고 할지라도 다른 사람이 가로등으로부터 누릴 수 있는 편익이 줄어들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공공재를 소비하는 소비자가 늘더라도 다른 사람들의 소비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가로등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공공재는 주로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생산하고 공급한다. 그
렇다면 왜 민간기업은 공공재를 생산 · 공급하지 않는 것일까?
민간기업의 최대 목표는 이윤 극대화이다. 하지만 공공재는 비경합성으로 말미암아 공공재를 소비하는 사람이 늘어나 양(+)의 한계편익이 발생하더라도 이에 따르는 한계비용은 '0'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