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직 됐으니 월급 올려달라"…공기업들 '고비용 몸살'
경제

"정규직 됐으니 월급 올려달라"…공기업들 '고비용 몸살'

조재길/구은서 기자2019.11.21읽기 5원문 보기
#정규직 전환#공기업 구조조정#에너지전환#탈원전#부채비율#영업이익 악화#신재생에너지#전기료 인상

뉴스 & 스토리

인건비 늘었지만 실적은 부진…결국 국민부담만 커져

정부의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정책에 따라 지난 1~2년간 정규직으로 바뀐 공기업 근로자들이 임금·단체협약 시즌이 돌아오자 잇달아 임금 인상, 본사 직고용 등을 추가 요구하고 있다. “정규직에 맞는 대우를 해달라”는 압박까지 커지면서 공공부문의 고비용 구조가 고착화되는 모습이다. 탈(脫)원전·정규직화 등을 떠안은 공기업들의 실적까지 곤두박질을 치면서 국민부담이 가중 될 거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임금·처우개선 부담 커진 공기업

지난 17일 고용노동부의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추진실적’에 따르면 지금까지 334개 공공기관에서 15만1489명의 비정규직 중 9만5760명에 대한 정규직 전환이 결정됐다. 이 중 75%에 해당하는 7만1549명은 6월까지 이미 전환을 완료했다. 문제는 각 공공기관이 경영여건 및 목표를 고려하지 않고 급하게 정규직 전환에 매달리고 있다는 점이다. 국회 예산정책처가 3월 발간한 ‘2019 대한민국 재정’에 따르면 2013년부터 5년 연속 순손실을 내고 있는 공공기관은 23곳으로 누적 손실액은 9조5922억원에 달한다. 이들 공기업과 공단에서만 5032명의 정규직 전환이 결정됐다.

8조6797억원의 누적 손실을 낸 한국석유공사가 462명, 1401억원의 누적 손실을 본 근로복지공단은 1916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한다. 근로복지공단 관계자는 “892명의 파견·용역직이 정규직이 되면서 처우 개선에 따른 비용 증가는 불가피하다”며 “손실이 지속되고 있지만 정부 방침에 따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정규직 전환을 독려하자 99개 공공기관에서는 정규직 전환 결정 인원이 당초 계획 인원을 초과하는 일도 벌어졌다. 한국전력은 당초 계획 인원인 5107명보다 60% 많은 8180명을, 한국도로공사는 계획(1316명)보다 여섯 배 많은 7787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한국마사회 등 관련 공기업들은 “실제 전환 작업 과정에서 정규직 전환 기준을 대폭 완화해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고 설명했다. 주요 공기업들 실적 악화에 부채는 늘어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원전가동이 줄며 이 지난 3분기에 351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한수원이 분기별 결산을 공시하기 시작한 2011년 이후 3분기에 손실을 낸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전력공사 강원랜드 한국지역난방공사 에스알 등 14개 공기업의 1~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작년 같은 기간 대비 10.6% 줄어든 3조5400억원에 그쳤다.

문재인 정부 이전인 2016년(18조4억원)과 비교하면 5분의 1, 첫해인 2017년(9조8967억원)에 비해선 3분의 1 수준이다. 특히 국내 최대 공기업인 한전은 1~3분기 누적 이익이 3107억원에 그쳤다. 2011년 이후 최악의 실적이다. 2016년 말 143.4%였던 이 회사 부채비율은 작년 160.6%로 상승한 데 이어 올 상반기 176.1%로 치솟았다. 내년 총선 이후에 전기료가 인상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이유다. 공기업의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어 국가 재정에 부담을 지울 것이란 우려가 높다.

기획재정부가 최근 예측한 39개 주요 공공기관의 2021년 부채비율은 167%로, 2년 전 예상치(152%)보다 15%포인트 높아졌다. 정부, 사회적 책임 강조에 ‘저효율 고비용’ 고착공기업 실적 악화의 원인은 복합적이다. 우선 에너지 기업들을 중심으로 정부 정책비용이 급증한 영향이 컸다. 대표적인 게 ‘에너지전환’이다. 경제성 높은 원전의 전력 생산을 줄이고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이면서 원가 부담이 급증했다. 액화천연가스(LNG) 등 국제 연료가격까지 오르자 적자 폭이 커졌다는 게 전력업계의 설명이다. 3분기 기준 원전 이용률은 2016년만 해도 79.7%였으나 올해는 65.2%로 뚝 떨어졌다.

공기업들은 재무구조 악화와 무관하게 정규직 전환 및 신규 채용을 확대하고 있다. 정부가 공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며 고용확대를 압박하고 있어서다. 더 큰 문제는 공기업들의 재무구조 악화가 일시적 현상에 그치지 않을 것이란 점이다. 공기업을 포함한 공공기관 정규직은 2016년 말 32만8480명이었으나 지난 9월 기준 40만9091명으로 3년도 안돼 24.5% 급증했다. 정부가 ‘사회적 책임’에 초점을 맞추면서 ‘저효율-고비용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는 “적자가 급증해도 정부 말만 잘 들으면 성과급까지 다 지급되는데 누가 효율성을 따지고 리더십을 발휘하겠느냐”며 “공기업 실적 악화는 정부 책임이 크다”고 했다. NIE 포인트공기업들의 실적이 부진하고 빚이 늘어나는 이유를 토론해보자. 공기업은 어떤 의미를 갖는지, 어떤 공기업 정책이 바람직한지 정리해보자. 공기업의 실적이 부진하고 빚이 늘어나면 국가 전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논의해보자.조재길/구은서 한국경제신문 경제부 기자 road@hankyung.com

AI 퀴즈

이 기사로 1분 퀴즈 풀기

객관식 3문항 · 즉시 채점

광고Google AdSense — 728×90

🔗 본문 속 개념

📚 함께 읽으면 좋은 기사

정부 정책이 오락가락하면 매몰비용이 커지죠
Cover Story-탈원전의 매몰비용

정부 정책이 오락가락하면 매몰비용이 커지죠

신고리 원전 공사 중단 논란에서 주요 쟁점이 된 매몰비용은 이미 투입된 비용으로 회수 불가능한 돈을 의미하며, 많은 사람들이 본전 생각에 비합리적 선택을 하는 '매몰비용의 오류'에 빠지곤 한다. 정부 정책이 자주 바뀌면 원전 공사 중단으로 인한 조 단위의 매몰비용뿐 아니라 원전 기술 사장에 따른 기회비용도 발생하므로, 미래 가치를 고려한 합리적 의사결정이 필요하다.

2017.10.26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는 아직도 실험중
Cover Story-탈원전의 매몰비용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는 아직도 실험중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대해 원전의 안전성 향상, 세계적 원전 재가동 추세, 독일의 전기료 인상 사례 등을 근거로 원전 축소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아직 실험 단계인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만으로는 원전과 석탄에너지의 부족분을 충당하기 어렵다는 우려를 제기하며, 나라의 여건에 맞는 균형잡힌 에너지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2017.10.26

신재생에너지는 안전하긴 하지만 비싸고 공급이 불안해요
Cover Story-석유왕국 사우디는 왜 원전을 더 지을까

신재생에너지는 안전하긴 하지만 비싸고 공급이 불안해요

정부의 '재생에너지 3020' 정책은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중을 현재 7%에서 20%로 확대하려는 것으로, 환경 오염을 줄이고 안전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신재생에너지는 발전단가가 원전의 2배 이상으로 비싸고 태양광과 풍력의 가동률이 각각 15%, 23% 수준으로 낮아 막대한 설비 투자가 필요하며, 독일의 사례처럼 전기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

2018.05.10

원전은 안정적이고 발전단가가 가장 싼 에너지죠
Cover Story-석유왕국 사우디는 왜 원전을 더 지을까

원전은 안정적이고 발전단가가 가장 싼 에너지죠

중동 국가들이 석유 고갈에 대비하기 위해 원전 건설에 나서고 있으며, 원전은 발전단가가 가장 낮고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가능한 기저발전으로 평가받고 있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탈원전을 추진하던 일본과 프랑스 등 선진국들도 경제성과 온실가스 감축 측면에서 원전 비중을 다시 높이고 있으며, 사용후 핵연료 처리 비용 등을 감안해도 원전의 경제성이 우수하다는 것이 업계의 입장이다.

2018.05.10

석유시대 끝나나
커버스토리

석유시대 끝나나

석유 없이는 자동차, 항공기, 석유화학 제품 등 현대 생활의 대부분이 불가능해질 수 있어 석유시대의 종말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제유가는 2003년 이후 계속 상승하고 있으며, 중국·인도 등 신흥국의 수요 증가로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구조적 문제가 심화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석유 생산량이 2010년에서 2060년 사이에 정점을 맞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으며, 수소·원자력 등 대체에너지가 부상하더라도 석유만큼 저렴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008.05.14

광고Google AdSense — 728×90 또는 970×2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