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을 위협하는 위험사회의 도래
⊙ 산업화와 자연
김원일은 중편 「어둠의 혼」과 장편 「노을」을 통해 비극적인 분단 현실을 조망한 작가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위의 작품들에서 이데올로기의 갈등과 대립을 추상적으로 그리지 않고 우리 주변에서 충분히 겪었을 법한 가족의 이야기로 구성하였으며 또 어린 소년을 서술자로 설정하여 이야기를 실감나게 풀어가도록 했다.
그 결과 세월이 흘러 자칫 무덤덤해지거나 박제된 관념으로 남을 수 있는 분단의 비극적 역사를 새삼 자각하게 해주었다.
그런 그가 분단의 상황을 후경(background)으로 삼고 당대의 작가들이 그다지 주목하지 않았던 공해문제의 심각성을 알린 작품이 「도요새에 관한 명상」이다.
물론 이 작품에도 아버지로 대변되는 실향민들의 한과 '병국'으로 표상되는 입시문제,노동자들의 열악한 삶 등 다양한 사회구조적인 모순이 존재한다.
그러나 작품의 제목에서 느껴지듯 주요 이야기는 공해로 인한 환경오염과 그 모순을 시정하려는 지식인 청년의 삶에 집중되어 있다.
누구나 알고 있듯이 1970년대는 중화학 공업이 임해지역을 중심으로 빠르게 조성되었고 그 과정에서 자연과 환경에 관한 문제는 논의의 범주에서 제외되었다.
물론 공해에 대한 법과 원칙은 존재했었지만 정작 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엄격한 감시와 통제는 이뤄지지 않았던 것이다.
아마도 이는 절대 빈곤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이 더 시급한 과제이고 환경보호는 그 다음 문제라는 사회적 묵인이 존재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으로 보인다.
또한 근대화가 지닌 인간 중심의 이데올로기도 환경문제를 당면 과제로 받아들이는 것을 주저하게 했을 것이다.
실제 우리나라의 환경운동은 1970년대를 한참 지나 1990년대 초반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분단으로 고향을 상실한 실향민의 비애와 공해로 본래의 모습을 잃어가는 자연을 서정적인 상상력으로 연결한 「도요새에 관한 명상」은 그 의미가 적지 않다고 할 수 있다.
⊙ 독살되는 자연과 자유
「도요새에 관한 명상」은 작가의 이전 작품처럼 주요 인물이 가족으로 설정되어 있다.
북녘 땅에 가족과 애인을 두고 온 아버지와 부동산 투기를 하며 물질적인 풍요를 최선으로 하는 어머니,그리고 명문대에 진학했지만 시국사건에 연루되어 퇴학을 당한 뒤 낙향해버린 큰 아들 병국,마지막으로 지방대학 입시에도 낙방한 채 학원을 전전하는 둘째 병식이가 있다.
쉽게 눈치 챌 수 있겠지만 분단으로 고향을 잃은 아버지와 정치적 억압으로 젊음의 패기가 꺾여버린 큰 아들 병식은 가슴에 커다란 상실감을 지녔다는 점에서 공통적이다.
또한 부동산 투기에 골몰하는 어머니와 학원을 전전하며 유흥과 환락에 빠져버린 병식은 물질적이고 세속적인 욕망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