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올로기가 개인의 삶을 억압해선 안된다
⊙ 이데올로기란 무엇인가
고등학교 국어교과서에는 윤흥길의 「장마」가 실려 있다.
익히 알고 있듯이 작품 「장마」의 비극은 친할머니의 아들은 인민군 빨치산으로, 외할머니의 아들은 국군 소위로 가게 되면서 비롯된다.
그렇다면 이렇게 사돈지간이던 두 인물이 서로 다른 처지에서 서로에게 총칼을 겨누게 된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인가.
잘 알고 지내던 이들이 서로에게 적대적인 감정을 지니게 된 발단은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
여러 가지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이들이 적어도 소위 자유주의와 사회주의의 이데올로기적 차이와 그 차이에서 오는 적대감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것은 부인하기가 어렵다.
이데올로기란 무엇인가.
18세기 프랑스의 유물론자 D 드 트라시의 「이데올로기 개론」(1801)에서 처음 학문적으로 사용된 이 말은 관념의 형성과정을 개인의 심리나 생리적 기반에 결부시키는 의미로 사용되었었다.
초기의 '이데올로기' 개념은 관념의 다른 표현이었던 것이다.
이 말이 현재와 같은 의미를 지니게 된 것은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독일 이데올로기'에서부터이다.
마르크스와 엥겔스는 사회를 경제적인 토대와 이에 기반한 상부구조로 설명하였는데,이데올로기는 바로 상부구조의 핵심적인 개념이다.
그들의 해석에 의하면 이데올로기는 개인의 사회경제적 지위,계급에 의해 결정되며 그런 까닭에 당연히 당파성을 지니게 될 수밖에 없다.
자신이 속한 집단의 이익을 추구하는 성격을 띠게 된다는 말이다.
따라서 지배계급은 지배적 이익을 위해 사회구성원에게 그들의 이데올로기를 강제하거나 자발적 복종을 요구하게 되는데 이런 의미에서 마르크스는 이데올로기를 허위의식이라 명명하기도 하였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마르크스는 노동자를 비롯한 피지배계층도 지배 이데올로기를 벗어나 자유롭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피지배계층 또한 이데올로기적 무장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기에 이르게 된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그는 자본주의의 지배 이데올로기에 맞서기 위해 사회주의 이데올로기를 저항담론으로 제시하게 되었고 19세기 말부터 20세기 후반까지 세계는 이데올로기적 투쟁의 공간으로 변모하게 된다.
⊙ 밀실과 광장의 이데올로기
대단히 불행한 일이지만 20세기 한반도는 자유주의 이데올로기와 사회주의 이데올로기가 서로 경쟁하고 투쟁하는 세계적인 공간이었다.
일제 강점기부터 시작된 이 갈등은 해방 이후에 미국과 소련이 개입하면서 더욱 심화되었는데 이러한 체제 갈등과 경쟁 속에서 이데올로기는 개인의 자율성을 크게 훼손하기에 이른다.
이데올로기를 통해 기존 질서를 유지하고자 하는 흐름이나 반대로 이데올로기를 통해 또 다른 세계를 지향하던 세력이나 개인에게 폭력적으로 다가왔던 것에는 큰 차이가 없었던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