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적자 美는 호황, 흑자 韓은 불황…비밀은 '투자'
경제야 놀자

무역적자 美는 호황, 흑자 韓은 불황…비밀은 '투자'

유승호 기자2025.02.20읽기 5원문 보기
#무역수지#GDP 항등식#국민저축#총투자#순수출#불황형 흑자#호황형 적자#대외건전성

무역수지, 총저축서 총투자를 뺀 '차액'

저축이 많으면 흑자, 투자 많으면 적자

저축 일정한데 투자 늘면 '호황형 적자'

무역흑자여도 투자 줄면 '불황형 흑자'

대외건전성 고려해 무역적자 관리하고

무역흑자는 '불황의 대가' 아닌지 살펴야

작년 미국은 9184억달러의 무역수지 적자를 냈다. 한국은 516억달러의 무역흑자를 냈다. 이것만 놓고 보면 미국 경제는 침체돼 있고, 한국 경제는 잘나가는 것처럼 보인다. 실상은 다르다. 지난해 미국 경제는 2.8% 성장했지만 한국 경제성장률은 2%에 겨우 턱걸이했다. 그 전년도 성장률도 미국이 2.9%로 한국(1.4%)의 두 배가 넘었다. 무역흑자는 좋은 것이고 적자는 나쁜 것이라는 통념과 모순된다. 수백억달러의 무역흑자를 냈는데도 불황에서 못 벗어나는 한국, 1조달러 가까운 무역적자에도 호황을 이어가는 미국. 어떻게 된 일일까.무역수지의 진짜 의미

이미지 크게보기

무역수지는 흑자를 낼수록 좋다는 생각은 국내총생산(GDP) 항등식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한다. GDP 항등식은 Y(국내총생산)=C(소비)+I(투자)+G(정부 지출)+NX(순수출)로 나타낸다. 여기서 NX는 수출에서 수입을 뺀 것이다. 이 계산식을 단순하게 이해하면 순수출이 클수록, 즉 무역수지 흑자 규모가 클수록 GDP가 증가하고 경제가 성장한다고 생각하기 쉽다.하지만 이 식에서 수입을 빼는 것은 C, I, G에 이미 수입된 상품에 대한 지출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수입이 늘어난다고 해서 GDP가 감소하는 것은 아니며, 무역적자 자체가 경제 성장에 부정적이라고 할 수는 없다.무역수지의 의미를 더 정확히 이해하려면 GDP 항등식을 약간 변형할 필요가 있다. GDP 항등식의 좌변과 우변을 조정하면 Y-C-G=I+NX가 된다. 이때 좌변 Y-C-G는 국민소득에서 소비와 정부 지출을 뺀 금액으로 국민저축(S)과 같다. 따라서 S=I+NX, S-I=NX가 성립한다. 이걸 말로 풀어 설명하면 한 나라의 총저축에서 총투자를 뺀 금액이 무역수지라는 얘기다. 즉 저축이 투자보다 많으면 무역수지가 흑자가 되고, 투자가 저축보다 많으면 무역수지가 적자가 된다.불황형 흑자와 호황형 적자무역수지가 총저축과 총투자의 차액이라는 사실을 이해하고 나면 무역흑자와 무역적자의 의미를 전혀 다른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게 된다. 어느 나라의 소비가 감소한다고 해 보자. 버는 돈에 비해 쓰는 돈이 적으니 저축이 늘어난다. 저축이 늘어나면 S-I=NX에서 S가 커지므로 무역흑자가 커진다. 투자가 부진해져도 S-I=NX이므로 무역수지가 흑자를 낸다. 소비와 투자가 줄어 불황에 허덕이는데 무역수지는 흑자를 기록하는 역설이 일어난다. 반대로 소비와 투자가 활발해지면 S-I=NX에서 S는 작아지고, I는 커져 무역수지는 적자가 된다. 최근 미국은 저축률이 역사상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대규모 무역적자가 나타나고 있다.저축이 일정하다고 할 때 투자가 늘어 발생한 무역적자라면 오히려 경제에 긍정적인 신호라고 할 수 있다. 총저축을 초과하는 총투자가 이뤄지려면 모자라는 투자 재원을 외국 자본으로 충당해야 하는데, 이는 해외 투자자가 그 나라 경제를 낙관적으로 본다는 의미다. 만약 무역흑자가 무조건 좋은 것이라면 소비와 투자를 줄여서라도 무역흑자를 유지해야 한다는 엉뚱한 결론에 이른다.그래도 무역흑자를 추구하는 이유무역흑자가 불황의 결과이고, 무역적자가 호황의 결과라고 해서 무역수지가 마냥 적자를 내도 좋다는 것은 아니다. 무역적자는 국내 산업이 경쟁력을 잃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 그런 경우라면 무역적자는 고용과 내수 소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정부의 방만한 재정 운용이 무역적자로 이어지기도 한다. 정부 지출이 세금 수입을 초과하면 총저축의 일부인 정부 저축이 감소하는데, 정부 저축이 줄어드는 만큼 총저축이 감소해 무역수지 적자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런 경우에도 무역적자를 긍정적으로 볼 수는 없다.대외 건전성에도 문제가 생긴다. 무역적자가 지속되면 외국으로부터 상품과 서비스를 수입하기 위해 외화를 빌려와야 한다. 과도한 대외 부채는 특히 한국과 같은 비기축통화국에서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도 무역적자가 누적된 가운데 발생했다. 무역적자가 지속되면 원화 가치가 하락해 물가 상승 압력도 커진다. 이론적으로 무역수지 흑자 또는 적자 자체가 문제라고 하기 어렵다. 대외 건전성에 악영향을 미칠 만큼의 무역적자가 누적되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무역흑자가 내수 소비와 투자를 희생시킨 대가는 아닌지에도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NIE 포인트

유승호 한국경제신문 기자

AI 퀴즈

이 기사로 1분 퀴즈 풀기

객관식 3문항 · 즉시 채점

광고Google AdSense — 728×90

🔗 본문 속 개념

📚 함께 읽으면 좋은 기사

버팀목 수출마저 20% ↓…올 무역적자 327억달러
숫자로 읽는 세상

버팀목 수출마저 20% ↓…올 무역적자 327억달러

지난 1~10일 한국의 수출액이 전년 동월 대비 20.2% 감소하면서 반도체, 석유제품, 철강제품 등 주요 수출품목 대부분이 부진을 겪었다. 올해 누적 무역적자가 327억 달러에 달하며 1996년 이후 최대 규모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4월부터 7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2022.10.13

반도체 수출, 14년 만에 30%대 감소
숫자로 읽는 세상

반도체 수출, 14년 만에 30%대 감소

한국의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 수출이 14년 만에 34.1% 급감하면서 1월 20일간 무역적자가 102억 달러를 기록했다. 반도체 외에도 가전제품, 컴퓨터 기기 등 주요 수출품 부진과 에너지 수입 증가로 무역수지 악화가 심화되고 있으며, 특히 중국과의 무역적자가 급증하고 있다. 정부의 올해 수출 증가 목표 달성이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다.

2023.01.26

미국, 30년간 멕시코와 무역적자 1조달러…하지만 많은 달러가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요
Focus

미국, 30년간 멕시코와 무역적자 1조달러…하지만 많은 달러가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요

미국은 1994년 멕시코와 자유무역협정(NAFTA) 체결 이후 30년간 약 1조 달러의 무역적자를 기록했으나, 멕시코가 무역 흑자로 벌어들인 달러의 상당 부분(약 514억 달러)이 미국 국채 투자로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고 있다. 무역수지만으로는 일방적인 손실처럼 보이지만, 국제수지 전체를 고려하면 미국 소비자들이 저렴한 상품을 구매하며 실질소득이 증가했고 양국 간 자금 흐름이 균형을 이루고 있다.

2017.03.09

美·中 환율 놓고 왜 싸우지?
커버스토리

美·中 환율 놓고 왜 싸우지?

1985년 플라자합의로 엔화가 급등한 후 일본 자본이 미국 자산을 대량 매입하면서 미국인들이 공포감을 느꼈던 사례처럼, 최근 미국은 중국이 위안화 가치를 낮게 유지해 수출을 늘리고 있다며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려 하고 있다. 환율은 무역수지를 균형에 맞추는 가격 기능을 하기 때문에 각국이 환율을 놓고 대립하는 것이며, 이는 국제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친다.

2010.03.10

중국 리오프닝 효과도 없었다…對中수출 비중 19년 만에 20% 밑으로
숫자로 읽는 세상

중국 리오프닝 효과도 없었다…對中수출 비중 19년 만에 20% 밑으로

올해 50일간 무역적자가 186억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의 3배에 달하며, 반도체 수출 부진(43.9% 감소)과 중국 수출 감소(22.7% 감소)가 주요 원인이다. 중국의 리오프닝에도 불구하고 대중 수출 비중이 19.9%로 19년 만에 20% 아래로 떨어졌으며, 이는 중국이 반도체 등 첨단 제품의 자국 생산을 확대하면서 공급망을 재편하고 있기 때문이다.

2023.02.23

광고Google AdSense — 728×90 또는 970×2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