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이 저출산 해결책?…노동시장 충격도 고려해야
경제야 놀자

이민이 저출산 해결책?…노동시장 충격도 고려해야

유승호 기자2024.02.22읽기 5원문 보기
#저출산#인구 감소#이민#노동시장#수요·공급 곡선#임금#숙련도#자본투자

외국인 유입→노동공급 증가

단기론 임금 하락 초래하지만

장기로는 자본투자 늘어나

고용 증가 등 긍정효과 기대

저숙련자 일자리 감소 불가피

인종갈등 유발할 가능성도

“만둣집에 만두 사러 갔더니 회회아비 내 손목을 쥐더이다.” 고려가요 ‘쌍화점’의 첫 소절이다. 여기서 회회아비는 아랍계 상인으로 추정된다. 벽란도에 외국 상인들이 드나들고 북방 민족의 유민들이 전란을 피해 넘어오던 다문화국가 고려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그로부터 1000년이 지나 이 땅에 다시 다인종·다문화 국가의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한국은 내년이면 전체 인구 중 외국인 비중이 5%를 넘어설 전망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에 근거한 ‘다인종·다문화 국가’다. 초저출산으로 인한 인구 감소를 막으려면 이민을 더 받아들여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하지만 기대 효과 못지않게 노동시장에 나타날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높다.이민이 일자리·임금에 미치는 영향

이민이 유입되는 만큼 노동시장에선 공급이 증가한다. 수요·공급 곡선을 놓고 보면 공급곡선이 오른쪽으로 이동하면서 총고용은 증가하고, 임금은 하락한다. 유의할 점은 총고용은 늘어나지만, 내국인 고용은 줄어든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내국인 근로자 입장에서 보면 이민 유입은 일자리를 줄이고 임금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는다. 다만 이런 분석은 한 가지 가정을 전제로 한다. 내국인과 이민자가 노동시장에서 완전 대체 관계에 있다는 것이다. 즉 근로자로서 내국인과 이민자가 동일한 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같은 일자리를 놓고 경쟁한다면 이민은 내국인의 고용과 임금에 악영향을 미친다.그러나 실제 노동시장에서 내국인과 이민자는 완전 대체 관계가 아니다. 숙련도에 차이가 있고 모두 같은 일자리를 놓고 경쟁하지도 않는다. 예를 들어 공장 생산 라인에 임금이 낮은 외국인 직원을 고용할 수 있게 되면 원래 있던 한국인 직원에게 월급을 더 주고 관리자 역할을 맡겨 공장 전체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 이런 경우 이민은 오히려 내국인 일자리와 고용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단기적 영향과 장기적 영향도 다르다. 이민이 유입되면 단기적으로는 근로자의 임금이 낮아진다. 그런데 임금이 하락하면 자본투자의 수익률이 높아진다. 이에 따라 자본투자가 늘어나면 노동 수요가 증가해 고용이 증가하고 임금도 오른다. 이민자 유입으로 노동시장에 발생한 단기 충격이 장기적으로는 완화되는 것이다.수혜 계층과 피해 계층이민이 실제 노동시장에 초래할 결과는 수요·공급 곡선이 보여주는 것보다 훨씬 복잡하다. 지금까지 나온 관련 연구의 대체적 결론은 이민 유입이 한 나라의 전체 고용과 임금 수준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근로자별 숙련도에 따른 영향은 다른 결과를 보였다. 한국은행이 2012년부터 2019년까지 외국 인력 유입이 내국인 근로자의 고용과 임금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연구한 결과가 있다. 이 연구에선 외국 인력 유입으로 대졸 이상 내국인 근로자의 임금은 높아진 반면 고졸 미만 내국인 근로자의 임금은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고숙련 근로자는 혜택을 받고, 저숙련 근로자는 피해를 본다는 의미다.이런 결과는 국내에 들어오는 이민자의 평균적인 교육 수준 및 숙련도가 낮다는 사실과 관련이 있다. 2019년 국내에 들어온 이민자의 30% 정도만 대졸 이상 학력이었다. 고졸 이하 외국 인력이 대규모로 유입될 경우 비슷한 숙련도의 내국인 일자리를 잠식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아무나 데려다 쓸 수는 없다이민은 노동시장 외에도 경제 전반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친다. 외국인이 국내에 정착해 일자리를 얻고 세금을 내면 국가 재정에도 도움이 된다. 그러나 아동·여성 등 경제활동 참가율이 낮거나 난민 등 정부가 지원해줘야 하는 외국인이 늘어나면 재정에 부담이 될 수도 있다.더 중요한 것은 이민 문제는 단순히 노동력 확보 차원에서만 생각할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미국·영국·프랑스·독일 등 한국보다 이민자 비중이 높은 나라에선 인종 갈등이 끊이지 않는다. 김선빈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난해 11월 한은 ‘금요 강좌’ 강의에서 “이민 확대는 인구구성을 바꾸는 것”이라며 “일할 사람이 부족하니 데려와서 쓰자는 식으로만 생각할 문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NIE 포인트

유승호 한국경제신문 기자

AI 퀴즈

이 기사로 1분 퀴즈 풀기

객관식 3문항 · 즉시 채점

광고Google AdSense — 728×90

🔗 본문 속 개념

📚 함께 읽으면 좋은 기사

저출산으로 젊은층 줄고 노인층은 빠르게 늘어
커버스토리

저출산으로 젊은층 줄고 노인층은 빠르게 늘어

한국은 올해부터 출생아보다 사망자가 많아지는 '자연 감소'가 시작되며, 2029년부터 총인구가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저출산으로 인해 유소년인구와 생산연령인구는 급감하는 반면 고령인구는 빠르게 증가하여, 2067년에는 고령인구가 유소년인구의 5.7배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의 고령화 속도는 OECD 국가 중 가장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2019.04.04

인구의 경제학…저출산은 정말 재앙일까
커버스토리

인구의 경제학…저출산은 정말 재앙일까

한국의 합계출산율이 0.84명으로 OECD 최저 수준을 기록하면서 2020년부터 내국인 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했고, 2028년 이후 외국인 유입도 감소세를 막지 못해 총인구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인구 감소로 경제활동인구 감소와 고령화에 따른 부양 부담 증가 등 경제적 충격이 우려되지만, 한편으로는 인구 폭발보다 적절한 수준의 인구 감소가 국민의 삶의 질 향상에 더 유리할 수 있다는 상반된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2020.11.19

한국 출산율 6년째 OECD 꼴찌…2018년 기준 0.98명에 불과
숫자로 읽는 세상

한국 출산율 6년째 OECD 꼴찌…2018년 기준 0.98명에 불과

한국의 합계출산율이 2018년 기준 0.98명으로 6년 연속 OECD 회원국 중 최하위를 기록했으며, OECD 평균 1.63명과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2019년 출생아 수는 30만2700명으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고, 올해는 30만 명 선마저 붕괴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저출산 추세가 심화되고 있다. 20~30대 산모의 출산율이 감소하고 평균 출산연령이 33세로 높아지는 등 출산 구조의 고령화가 진행 중이다.

2020.09.03

숫자로 읽는 세상

日, 신생아 30년 만에 최저…저출산 현상 가속화

일본의 저출산 현상이 심화되어 올해 신생아 수가 30년 만에 최저 수준인 87만~88만 명까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출산적령기 여성 인구 감소와 합계출산율 하락(1.42명)이 주요 원인이며, 일부 지자체에서는 연간 신생아가 0명인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저출산 고령화가 심화되면 경제 악영향과 사회보장제도 붕괴 위험이 커져 아이를 키우기 쉬운 사회 구축이 시급하다.

2019.12.05

북핵보다 무서운 저출산…미혼 여성 48% "자녀 갖지 않아도 된다"
커버스토리

북핵보다 무서운 저출산…미혼 여성 48% "자녀 갖지 않아도 된다"

저출산 문제 해결의 핵심인 미혼 여성의 48%가 자녀를 갖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며, 결혼도 필수가 아니라고 보는 비율이 60%에 달하고 있다. 경제적 부담이 저출산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지만, 실제로는 고소득층에서 이를 더 크게 느끼는 등 상대적 개념일 수 있으며, 정부의 82조원 출산 장려정책도 국민 78%가 효과가 없다고 평가하고 있다.

2015.10.07

광고Google AdSense — 728×90 또는 970×2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