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뭐길래'가 '뭐기에'
홍성호 기자의 말짱 글짱

'사랑이 뭐길래'가 '뭐기에'

현승윤 기자2005.06.05읽기 4원문 보기
#표준어#국립국어원#언어 정책#비표준어#구어#문화어#어문 정책

"지하철 승강장에는 어딜 가나 노란 안전선이 쳐져 있죠. 지금은 고쳐졌지만 전에는 지하철이 들어올 때 '안전선 밖으로 물러나 주십시오'라고 안내방송을 했습니다. 전철을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안전선 '밖'으로 나가라니,말이 됩니까?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런 방송이 나온 사연이 있더군요. "그 사연이란 무엇일까."이 방송을 역 사무실에서 하는 게 아니라 열차에서 하는 것이더군요. 그러다 보니 자연히 기다리는 사람은 '안전선 밖'이 된 것입니다. 이는 상대를 의식하지 않고 자기중심으로 말을 하는 우리의 잘못된 언어 습관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우리 국어정책을 이끌고 있는 국립국어원의 남기심 원장이 지난해 10월 한 인터뷰 자리에서 한 말이다. 남 원장은 국어학자 치곤 꽤 유연한 언어관을 갖고 있다. 그는 우리 어법을 정하는 사람 따로,쓰는 사람 따로 식의 일방적 어문정책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그래서 이른바 "대중 속으로!"라는 모토 아래 실용국어 중심으로 국어정책을 펴고 있다. 그 결과 그동안 방언 또는 잘못으로 규정해 온 '나래,내음,뜨락' 같은 말들이 표준어로 대접받게 됐다. 하지만 우리가 실생활에서 쓰는 말들을 들여다보면 아직도 표준어보다 더 흔하게 쓰이는,그래서 더 표준어 같은 비표준어들이 많이 있다.

'서울대가 뭐길래.' '줄기세포가 뭐길래.' 입말에서는 물론 신문에서도 가끔 볼 수 있는 표현이다. 하지만 '뭐길래'는 사실 바른말이 아니다. 이 말은 십수 년 전 큰 인기를 끌었던 TV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 이후 널리 퍼졌지만 아직 표준말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그럼 뭐가 맞을까? 원인이나 이유를 나타내기 위해서는 '뭐기에'라고 해야 바른 표현이다. 일상적인 대화에서는 '~길래'를 훨씬 더 많이 쓰지만 표준말은 '~기에' 하나뿐이다.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에서 보이는 '뗄래야'는 '떼려야'로,'맞습니다, 맞구요' 할 때의 '맞구요'도 '맞고요'라고 해야 바른 말이다.

참고로 북한에서는 우리가 아직 인정하지 않는 이런 말투를 모두 허용하고 있다는 것도 알아두자.북한에서는 표준어를 문화어라고 하는데 문화어에선 입말투 등 통속적으로 쓰는 말을 넓게 인정한다. 그러고 보면 이런 말들이 남과 북에서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너 자꾸 딴지 걸래?" 할 때의 '딴지'도 바른말이 아니다. 아마도 종아리의 도도록한 부분을 가리키는 '장딴지'를 연상해 쓰는 듯하지만 '딴죽'이 맞는 말이다.

'딴죽'이란 씨름에서 발로 상대방의 다리를 잡아당겨 넘어뜨리는 것. 내친 김에 다음 말들도 한번 생각해 보자.몇 개나 맞힐까? '궁시렁거리다,으시시하다,두리뭉실하다,남사스럽다,맨날,허접쓰레기.' 구어에서 흔히 쓰는 말들인데 각각 '구시렁거리다,으스스하다,두루뭉술하다,남우세스럽다,만날,허섭스레기'가 맞는 말이다. 신문에서는 이런 경우 비록 표준말은 아닐지라도 때로 입말투를 채택해 쓰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독자의 눈높이를 의식한 '일탈'일 뿐 바람직한 모습은 아니다. 학교에서나 일반적인 경우의 글쓰기에서는 당연히 표준말을 사용해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교열부 기자 hymt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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