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칭'과 '짝퉁'은 비슷하면서도 다르죠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참칭'과 '짝퉁'은 비슷하면서도 다르죠

홍성호 기자2020.04.23읽기 4원문 보기
#참칭(僭稱)#사칭(詐稱)#21대 총선#고급어휘#한자어#음역#민주주의#고유어

'참칭(僭稱)'은 '분수에 넘치는 칭호를 스스로 이름'이다.

'참(僭)'이 간단치 않은 말이다. '주제넘을 참', 즉 분수에 넘게 지나침을 이른다.

여기에 '일컬을 칭'이 붙었으니 한마디로 '주제넘은 짓'을 가리킨다.

21대 총선을 앞둔 지난 3월 25일 오후. 일부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참칭’이 올라왔다. 이날 한 정당 대표가 다른 신생 정당에 “○○당을 참칭하지 말라”고 경고한 뒤였다. 네티즌들은 이 말의 뜻을 궁금해했다. 우리 사회 갈등의 한 단면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이 단어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주제넘은 짓’ 꾸짖을 때 써

한국경제신문 기사심사부장

hymt4@hankyung.com

‘참칭’은 우리말 어휘 중에서 꽤 어려운 축에 드는 단어다. 일상에서는 쓸 일이 거의 없는데, 이번 선거에서는 유독 여러 차례 입길에 올랐다. ‘참칭(僭稱)’은 ‘분수에 넘치는 칭호를 스스로 이름’이다. ‘참(僭)’이 간단치 않은 말이다. ‘주제넘을 참’, 즉 분수에 넘게 지나침을 이른다. 여기에 ‘일컬을 칭’이 붙었으니 한마디로 ‘주제넘은 짓’을 가리킨다. 누군가 분수를 모르고, 격에 맞지 않는 언행을 할 때 쓴다.이 僭은 어원적으로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본분을 뛰어넘어 직권을 남용하는 것을 말하며, 이로부터 ‘허위’란 뜻이 나왔다(허영삼, <한자어원사전>). 그래서 참칭은 넓게 봐서 ‘사칭’(詐稱: 거짓으로 속여 이름)에 포함시킬 수 있다. 또는 가짜가 진짜인 것처럼 꾸민다는 점에서 ‘행세’이기도 하고 ‘흉내’ 내는 것이기도 하다. ‘행세’란 ‘자격 없는 사람이 당사자인 것처럼 행동하는 짓’을 말한다. 주인이 아닌 사람이 ‘주인 행세’를 하는 것이고, 공무원이 아니면서 공무원인 척하니 ‘공무원 행세’를 한 것이다. ‘흉내’는 ‘남이 하는 말이나 행동을 그대로 옮기는 짓’이다. 동작이나 행동, 목소리를 모방해 따라 할 때 “흉내 낸다”고 한다. 행세를 하든 흉내를 내든 모두 ‘짝퉁’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하지만 그 어떤 말을 써도 ‘참칭’의 의미를 온전히 담아내지는 못한다. 말맛을 살리지 못하는 것도 물론이다.고유어 ‘고급어휘’ 개발 필요해‘참칭’은 권위적이고 거창한 느낌을 주는 말이라 일반적인 글쓰기에서는 거의 쓸 일이 없고 특정한 맥락에서 주로 나타난다. 특히 정부나 국민, 민주주의 등 추상적이고 거시적 개념어와 어울려 쓸 때 제격이다. 무겁고 어려운 한자어라 ‘상용어휘’는 아니다. 일종의 ‘고급어휘’에 해당하는 셈이다.춘원 이광수의 역사소설 <단종애사>에 그 용례가 나온다. “참칭왕(僭稱王)을 폐하고 상왕을 복위하시게 하랴고 하얏지오.” 1929년 10월 24일자 동아일보에 실린 연재소설의 한 대목이다(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 여기서 ‘상왕’은 왕위에서 밀려난 단종을 말하고 ‘참칭왕’은 왕위를 찬탈한 수양대군(세조)을 가리킨다. ‘참칭왕’은 ‘분수에 넘치게 스스로를 왕이라 이르는 사람’이란 뜻으로 국어사전에 올라 있다.같은 신문 1921년 6월 27일 자에 보이는 ‘애란 참칭대통령(愛蘭僭稱大統領)’이란 표현도 눈여겨볼 만하다. ‘애란(愛蘭)’은 예전에 ‘아일랜드’를 음역해 이르던 말이다. 참고로 음역이란 잉글랜드(영국)를 ‘영란(英蘭)’, 네덜란드를 ‘화란(和蘭)’ 식으로, 한자음을 빌려 외국어를 적던 시절의 표기 방법이다(‘화란’은 네덜란드의 영어식 이름인 ‘홀랜드(Holland)’에서 따왔다).글쓰기에서 ‘참칭’ 같은 말은 일상적인 언어생활에 갇혀 있는 청자나 독자들에게 일순간 ‘언어적 긴장’을 유발케 하는 효과를 준다. 평이한 말과는 거리가 먼, 일종의 ‘낯설게 하기’ 기법이라 할 수 있다. 다만 그런 ‘고급어휘’에 토박이말이 별로 눈에 띄지 않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대부분 한자어나 외국어가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고유어 가운데서도 개념어를 발굴하고 육성해야 하는 까닭이 그런 데 있다.

AI 퀴즈

이 기사로 1분 퀴즈 풀기

객관식 3문항 · 즉시 채점

광고Google AdSense — 728×90

🔗 본문 속 개념

📚 함께 읽으면 좋은 기사

민주주의의 꽃? 형식적 절차?…선거를 다시 묻다
2025학년도 논술길잡이

민주주의의 꽃? 형식적 절차?…선거를 다시 묻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핵심 제도로서 공적 신뢰를 형성하고 국민 주권을 실현하는 장치라는 주장이 있는 반면, 정당 공천·선거자금·제한된 선택지 등의 구조적 결함으로 인해 선거가 소수 엘리트의 권력을 정당화하는 형식적 절차에 불과할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따라서 선거의 절차적 정당성뿐 아니라 실질적 효과를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다양한 정치 참여 방식을 활성화하여 실질적 민주주의를 추구해야 한다.

2025.05.15

국내·국제 정치이슈를 쉽게 풀어낸 이야기
Book & Movie

국내·국제 정치이슈를 쉽게 풀어낸 이야기

노재봉 전 국무총리와 제자들의 대담집인 이 책은 한국 사회의 구체적 사건들을 단순한 시사 차원을 넘어 정치학적 질문으로 재구성하여 설명한다. 현실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비판적으로 세상을 해석하는 정치학적 사고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역사전쟁, 세월호, 통일정책 등 한국 정치의 주요 이슈들을 사상적 차원에서 분석한다. 이 책은 추상적 이론 학습보다 현실에 밀착하여 정치학적 사고력을 기르는 실질적인 교육 방법을 제시한다.

2015.03.05

커버스토리

여론은 항상 옳은가?

여론은 대중의 분위기에 쉽게 휩쓸려 조작되거나 왜곡될 수 있으며, 이는 포퓰리즘으로 이어져 사회를 잘못된 방향으로 이끌 수 있다. 따라서 참된 민주주의를 위해서는 대중이 각자의 의견이 보편적 가치와 실체적 진실에 부합하는지 깊이 있게 숙고하고 판단해야 한다.

2006.12.20

우리에게 보편적 가치는 무엇인가
커버스토리

우리에게 보편적 가치는 무엇인가

보편적 가치란 인간의 존엄, 자유, 평등, 인권 존중 등 시간과 장소를 초월해 인류가 공통으로 공유하는 규범을 의미한다. 한국 사회의 과도한 종족주의적 민족주의는 보편적 가치를 침해할 수 있으므로, 북한 인권 문제나 국제 사건에 대해 민족감정보다는 보편적 가치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

2007.04.25

인문논술고사 사고유형의 기본은 '견주기와 비교'
2021학년 논술길잡이

인문논술고사 사고유형의 기본은 '견주기와 비교'

인문논술고사의 핵심 사고유형인 '견주기와 비교'는 둘 이상의 사물을 대어 유사점과 차이점을 파악함으로써 대상의 의미를 명확히 이해하는 과정입니다. 민주주의와 독재체제를 비교하는 것처럼 한 대상만으로는 알 수 없는 특질들이 비교를 통해 선명해지며, 이는 연세대, 이화여대, 경희대 등 주요 대학의 논술고사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지는 유형입니다.

2020.09.17

광고Google AdSense — 728×90 또는 970×2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