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가상화폐를 규제하려 하는데…
시사이슈 찬반토론

정부가 가상화폐를 규제하려 하는데…

생글생글2017.10.19읽기 5원문 보기
#가상화폐#비트코인#ICO(가상화폐공개)#금융위원회#블록체인#정보의 비대칭성#핀테크#4차 산업혁명

가상화폐 열기가 뜨겁다. ‘사적 금융의 비밀과 자유를 더욱 보호해주는 장치로, 또 하나의 경제혁명’(민경국 교수)이라는 평가에서부터 ‘실체가 불명확한 새로운 형태의 거품 투기판’이라는 극단적 무용론까지 극명하게 엇갈린다. 대표적인 가상화폐로 선발주자 격인 비트코인 가격은 등락을 반복하며 올 들어서만 몇 배로 치솟기도 했다. 가상화폐거래소에 북한 해킹그룹이 침투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일반인들의 관심도 점점 높아지면서 마침내 정부가 규제카드를 만지기 시작했다.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찮다.

정부의 규제 개입은 과연 정당한 것인가.○찬성"검증 안되고 과도한 투기… 공공이익 위협 방치할 수 없어"가상화폐에 대한 규제 창구는 금융위원회다. 금융위원회는 금융회사의 업무와 관련된 통상적인 감독을 기본으로 금융정책을 총괄하는 장관급 중앙행정기관이다. 9월 말 가상화폐공개(ICO)를 전면 금지하는 규제 방안을 내놓은 곳이 금융위다. ICO는 주식시장에서 자본금을 조달하는 기업공개(IPO)처럼 가상화폐를 발행해 투자나 사업 자금을 조달하는 행위인데, 근래 국내에서 급증 추세를 보이자 금융위가 제재에 나선 것이다. 정부가 행정권, 입법권으로 정면 대응하겠다는 취지다.

금융위 제재 논리는 한 마디로 시장에 참여하는 모든 이들에게 공정하고 투명한 규칙을 만들어 제공함으로써 ‘정보의 비대칭성’을 예방하겠다는 것이다. 경제, 특히 금융부문에서는 보편적인 룰 필요성이 더욱 크다는 시각이다. 정부 규제 개입의 또 다른 근거는 과열기미를 보이는 투기적 행위를 방치할 경우 대규모 사고가 발생할 수 있고, 이로 인한 공공의 이익 위협을 내버려둘 수 없다는 논리다. 규제의 예방적 효과가 강조되고 있다. 가상화폐 시장이 거대한 투기판으로 전락할 개연성에 대비하겠다는 의도다. 가상화폐의 취득과 거래에서 초기 참여자들과 후발 참여자들이 공정한 룰로 사고파는 행위가 이뤄지고 있느냐는 의혹이 깔려있다.

금융시장에 잠재된 또 하나의 불확실성을 제거하겠다는 선의도 있다. 다만 규제 방식에서는 어느 정도 수위가 현실성이 있을지에 대해 정부 안에서도 논란이 있어 보인다. 전면적인 금지는 아니라는 사실도 강조된다. ○반대"확인된 위험·부작용 아직 없어… 신산업·신기술 측면 함께 봐야"반대론자들은 시장 자율의 기능을 최대한 존중해야 한다는 큰 원칙에서 정부 규제의 실효성과 정당성에 강한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경제·산업에서 혁명적 성과는 과거에도 일반인들이 이해조차 못하는 방식으로 시작되고 진행됐다는 점을 강조하는 반(反)규제주의 입장이다. 일부 학계를 중심으로 시장 참여자들이 주축을 이룬다.

이들은 정부가 금융위원회를 중심으로 ‘가상통화 관계기관 합동 태스크포스’를 발족한 것부터가 과잉 행정이라는 시각을 갖고 있다. 비트코인 이더리움 같은 가상화폐가 경제에 과연 어떤 피해를 끼쳤으며, 지금 상황에서 예상 가능한 부작용이 있느냐는 항변이다. 정보기술(IT), 핀테크 등에서 비약적인 기술발전이나 4차 산업혁명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정도로 급변하는 현대 경제의 질적 변화는 고려하지 않은 채, 낡은 규제행정 시각으로는 첨단 금융 분야를 제대로 못 본다는 관점이 깔려있다. 현실적으로 금융거래의 안전성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리는 ‘블록체인’산업의 경쟁력을 정부가 깎아내릴 것이냐는 법조계의 우려도 나온다.

미국이나 싱가포르 등 금융에서 앞선 국가들이 대뜸 ‘규제’를 가하지 않는 점도 유의해 볼 필요가 있다는 시각도 있다. 금융시장에 충격 없이 자리잡게 해주고 ‘제도화’되게끔 하자는 주장이다. 과거 IT 기반의 벤처열풍이 불었을 때 다양한 형태의 벤처 투자나 인터넷 기술을 전면 규제하는 것과 같은 상황이 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당시 규제가 강화됐다면 글로벌 IT기업은 나올 수 없었다는 주장으로, 섣부른 규제가 새로운 차원의 금융을 가로막을 수 있다는 경계다.

○ 생각하기"가상화폐 인정 여부 여전히 논란… 화폐의 본질도 함께 생각해봐야" 가상화폐의 독창적 성격이나 편리성을 먼저 볼 것인가, 예상되는 부작용이나 잠재적 피해자를 우선적으로 염두에 둘 것인가 하는 문제로 비칠 수 있다. 이면에는 선의의 관리자로서 정부의 예방 행정에 대한 기대감과 행정편의주의에 대한 경계가 교차한다. 안전성·안정성이 특별히 강조되는 금융 고유의 특성과 인류의 경제활동을 바꾼 대혁신들이 초기에 어떤 모습으로 일반인들에게 다가왔던가 성찰을 함께하게 한다. 미래발전을 위한 신성장동력에 도움이 될지도 중요한 포인트다.

차제에 화폐의 본질과 국가(중앙은행)만이 화폐주조차익(시뇨리지)을 갖는 의미도 생각해봐야 한다.

허원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huhws@hankyung.com

AI 퀴즈

이 기사로 1분 퀴즈 풀기

객관식 3문항 · 즉시 채점

광고Google AdSense — 728×90

🔗 본문 속 개념

📚 함께 읽으면 좋은 기사

은행이 고객정보 저장하지 않는 '블록체인'을 이해하라
은행문 여는 금융NCS

은행이 고객정보 저장하지 않는 '블록체인'을 이해하라

블록체인은 거래 내역을 금융기관에 저장하지 않고 사용자들이 직접 공유하는 분산원장 방식으로, 거래의 투명성을 높이고 금융기관의 막대한 관리 비용(국내 연 5조원)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다만 해킹으로 인한 이중거래 문제와 비트코인의 변동성 등 안정성 문제가 있어 정부 차원의 수용에는 현실적 어려움이 있다.

2017.04.06

'블록체인'은 장부를 분산해 관리하는 기술
강현철의 시사경제 뽀개기

'블록체인'은 장부를 분산해 관리하는 기술

블록체인은 거래 기록을 중앙 서버가 아닌 네트워크 참여자들의 컴퓨터에 분산 저장하는 기술로, 해킹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고 서버 구축·관리 비용을 대폭 절감할 수 있다. 비트코인의 보안기술로 시작한 블록체인은 오픈소스 기술로 활용 가치가 높아 글로벌 금융회사들이 상용화를 추진 중이며, 금융 산업의 혁신을 주도할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2016.03.17

법정화폐·가상화폐 모두 진화중이죠
4차 산업혁명 이야기

법정화폐·가상화폐 모두 진화중이죠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법정화폐와 가상화폐는 서로의 장점을 취하며 융합하고 있다. 가상화폐는 가치 안정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법정화폐를 담보로 하는 스테이블 코인을 개발하고 있으며, 중앙은행들은 디지털화폐 발행으로 효율성을 추구하고 있다. 블록체인 기술의 혁신적 가치는 인정받지만, 현실에서는 기존 금융시스템과의 신뢰 격차를 좁히며 점진적으로 발전해나가고 있다.

2019.12.05

디지털 시대에 가속화되는 '현금 없는 사회'
4차 산업혁명 이야기

디지털 시대에 가속화되는 '현금 없는 사회'

디지털 시대의 캐시리스화는 단순한 결제 편의를 넘어 무인화, 자동화, 공유화를 촉진하며 지속가능성의 가치와 맞닿아 있다. 기존 은행이 담보주의에 기반한 경직된 대출 심사로 중소기업과 개인의 자금 수요를 충족하지 못하는 사이, 아마존, 알리바바, 네이버, 카카오 같은 기업들이 거래 정보 기반의 신용평가로 소비자 중심의 새로운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기존 금융권은 신뢰와 보안이라는 강점을 유지하면서도 소비자 중심의 편의성을 갖춘 서비스로 역할을 재정립해야 한다.

2020.07.09

'알고리즘'이 권력 도구로 이용될 위험도 커져요
4차 산업혁명 이야기

'알고리즘'이 권력 도구로 이용될 위험도 커져요

4차 산업혁명으로 인공지능과 알고리즘이 정치 영역에 도입되면서 직접민주주의 실현과 의사결정 효율화라는 긍정적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알고리즘은 판단 근거를 설명하지 않고 책임을 지지 않는 '블랙박스'이며, 알고리즘을 설계하고 데이터를 통제하는 자가 권력을 획득할 수 있어 지배의 정교화 도구로 악용될 위험이 크다. 따라서 정치 영역에서 기술에 위임할 수 있는 영역을 명확히 구분하고 투명하고 책임 있는 디지털 정치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2019.10.24

광고Google AdSense — 728×90 또는 970×2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