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시간 연장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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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시간 연장해야 할까요?

로컬편집기사 기자2012.10.18읽기 6원문 보기
#투표율#공직선거법#비정규직#공휴일#부재자 투표#선거 비용#정치적 무관심#헌법소원

찬 "비정규직은 근무시간 겹쳐 투표 못해"반 "투표율이 낮은 건 정치적 무관심 때문"제18대 대통령 선거일이 두 달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선거일 투표시간을 연장하는 문제가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민주통합당은 대통령 선거일을 법정공휴일로 변경하고 현재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로 되어 있는 투표시간을 오후 9시까지 연장하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투표 시간을 3시간 연장해 직장인이나 나들이객의 투표 참여를 늘리자는 것이다. 민주당은 선거 때마다 투표율이 떨어지고 있다며 투표시간 연장은 특정 후보의 유·불리를 떠나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서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은 다른 방법으로 투표율을 높여야지 추가로 드는 비용 등은 생각하지 않고 무조건 투표시간만 늘리는 데는 반대한다고 맞서고 있다. 이 같은 논란은 단순히 정치권을 넘어 사회 전반에서 벌어지고 있다. 투표시간 연장을 둘러싼 찬반 논란을 알아본다. 찬성우원식 민주당 대변인은 “중앙선관위 의뢰로 한국정치학회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비정규직 840만명 중 64.1%가 일 때문에 투표 참여가 불가능했다고 답했다”며 “먹고살기가 급해 투표를 못했다는 것이기 때문에 이 문제에 대해 해법을 우리가 내줘야 된다”고 주장했다.

오후 6시로 되어 있는 현재의 투표 마감시간이 직장 업무시간과 겹쳐서 투표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사람이 많은 만큼 민의를 충실히 반영한다는 측면에서도 투표시간 연장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참여연대 역시 찬성하는 입장이다.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는 “투표 불참의 원인은 정치 불신보다는 고용계약관계 등으로 투표권 행사의 어려움에 있고 선거일은 공휴일이 아니라 상당수의 직장인이 근무한다”며 새누리당 측 주장을 반박했다. 또한 “선진국의 투표율은 낮지 않으며, 최하위권인 한국의 투표시간 연장에 대한 찬성 여론이 높은 조사들도 다수 확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

민주노총, 진보연대, 참여연대, 청년유니온 등 진보단체들은 지난달 선거일 유급공휴일 지정과 투표시간 연장을 촉구하는 기자회견도 가진 바 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회장 장주영)은 투표시간 연장을 위해 현행 공직선거법 155조 1항의 위헌성을 확인하는 헌법소원 및 효력정지가처분 소송을 낸다는 계획이다. 투표시간 연장을 찬성하는 네티즌들은 “출근해 근무하는 시간에 10분 내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알고 있나?” “100억원이 중요하냐? 나라 미래가 중요하냐?” “시간을 연장했을 때 투표율이 높은지 안 높은지는 해봐야 알지.

무조건 다른 방식으로 투표율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반대박성효 새누리당 의원은 “15대 대선부터 계속 투표율이 낮아지는데 투표시간이 부족해서 낮아진다고 보지 않는다”며 “정치권에 대한 관심이 낮아진 걸로 보는 것이기 때문에 다른 차원에서 투표율을 올리도록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투표시간을 2시간 연장할 경우 투표와 개표 사무원 인력을 늘려야 해 선거 비용이 100억원 늘어나게 된다”며 “추가 인력도 11만8000명이 필요하고 개표 자체가 지연된다”고 설명했다.

이철우 새누리당 원내 대변인도 “무조건 시간 연장으로 투표율이 높아진다는 논리라면 24시간 투표제를 도입하자는 억지와 무엇이 다른가”라며 민주당의 투표시간 연장 주장은 득표용 생색내기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새누리당은 따라서 투표장에 갈 수 없는 유권자들을 위해 투표소 재배치, 부재자 투표 확대 등 기술적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우선이지 단순한 시간 연장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은 대선을 겨냥한 정치적 술수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정 투표시간을 내기 어려운 사람들은 부재자 투표를 신청해서라도 할 수 있는 데 굳이 추가 비용을 들여가며 투표시간을 연장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네티즌 중 투표시간 연장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비정규직은 일하느라 못한다? 대통령선거날 일하는 기업이 불법 아닌가? 시간을 늘릴 게 아니라 공휴일을 보장하지 않은 악덕 기업을 단속해야 한다” “시간 대신 투표소를 더 설치해 가까운 곳에서 투표할 수 있게 해달라”는 등의 의견을 올리기도 했다. 생각하기한국갤럽이 지난 9월23~24일 양일간 만 19세 이상 성인 605명에게 현행 오후 6시에서 9시까지로 투표 시간을 연장하는 안에 대한 의견을 물은 결과(표본오차 ±4.0%포인트, 95% 신뢰 수준)에 따르면 ‘투표 시간을 오후 9시까지 연장해야 한다’가 48%, ‘오후 6시까지만 해도 충분하다’가 50%였다.

‘모름/의견없음’은 2%였다. 이 조사 결과만 놓고 보면 투표시간 연장에 반대하는 사람이 더 많은 것으로 나왔다. 하지만 그 차이가 미미해 의미있는 조사 결과로 받아들이기는 다소 힘들어 보인다. 외국 사례는 제각각이다. 프랑스나 독일, 호주 등은 10시간, 미국은 주(州)별 평균 12시간 등으로 우리처럼 12시간 이내 투표제를 시행하고 있다. 반면 영국은 오전 7시부터 오후 10시까지 15시간, 이탈리아는 오전 6시30분부터 오후 10시까지 15시간30분의 투표시간을 허용하는 등 우리보다는 투표시간이 상대적으로 길다.

여론조사와 해외 사례를 검토한 결과만 놓고 보면 사실 투표시간 연장이 정치권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투표에 대단한 영향을 준다고 보기는 어렵다. 특정한 후보를 강력하게 지지하는 유권자들은 다소 여건이 어렵더라도 가능하면 꼭 투표하려고 할 것이다. 반면 투표에 큰 관심이 없는 사람은 아무리 투표시간이 길어도 투표소에 가지 않는 게 보통이다. 이런 이유로 외국의 투표시간도 일정한 법칙이나 원칙 없이 그 나라 사정에 따라 다른 것으로 보인다. 이번 대선에서의 투표시간도 절대시간 자체가 갖는 의미는 크게 없다고 본다. 다만 정치권이 이를 정략적으로 자당에 유리한 쪽으로 몰아가기 위해 이슈화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투표시간은 여야가 합의해 조정하면 그만이다. 다만 그런 합의가 선거를 앞둔 시점이 아닌 평소에 이뤄진다면 더 국민으로부터 환영받을 것이다.

김선태 힌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st@hanky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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