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상 가장 건강하고 돈 많은 노인들이 몰려온다.”
전 세계에 고령화 바람이 불면서 ‘실버 경제’가 급부상하고 있다. 유엔에 따르면 60세 이상 인구는 2050년 20억명을 넘어서 현재의 두 배에 이를 전망이다. 이때가 되면 65세 이상 인구 수는 인류 역사상 최초로 5세 이하 어린이 인구를 넘어선다.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는 최근 보고서에서 “60세 이상 노년층이 된 베이비부머 세대는 2020년 15조달러(1경6000억원)에 달하는 구매력을 갖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확 달라진 은퇴 후 삶
65세 이상 노인인구 비율이 20%를 넘는 초고령 국가는 현재 독일·일본·이탈리아 세 나라다. 그러나 2020년까지 프랑스·네덜란드·스페인 등 13개 국가가 초고령사회에 진입하고, 2030년에는 한국·미국·영국 등 34개국이 초고령 국가에 진입할 전망이다. 고령화는 선진국뿐 아니라 개도국에서도 광범위하게 진행되고 있다. 아시아 국가의 진행 속도가 특히 빠르다. 2015~2030년까지 중국·독일·일본·홍콩·러시아 등 16개 나라에서는 10% 이상 생산인구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60세 이상 노년층이 된 베이비부머 세대는 강력한 구매력을 갖고 있다. 이들은 과거 세대와 다르게 세련된 라이프 스타일을 추구하고, 스포츠 등 야외 활동을 즐긴다. 은퇴 후 여행을 떠나는 미국인은 1993년 9.7%에서 2012년 13%로 늘었다. 또 해외 주소로 사회보장 연금을 받는 사람도 36만명으로 10년 전보다 10% 증가했다. 집안에서 지루하게 보내는 삶보다 적극적인 여가 활동을 즐긴다는 뜻이다. 미 은퇴자연합의 조디 홀츠맨은 “오래 산다는 건 중년이 길어진다는 것이지, 늙는다는 의미가 아니다”며 “장수인구가 늘어난다는 건 돈 쓰는 중산층이 늘어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과거 어느 때보다 더 건강하고 더 부유한 고령층의 급증은 새로운 소비층의 부상을 의미한다”며 “이들의 구매력은 18~39세에 집중되는 주요 소비 타깃층보다 압도적으로 크다”고 분석했다.
피라미드→마천루 ‘인구 대변화’
피라미드 모양의 인구분포가 마천루 형태로 변하면서 산업계도 변화를 꾀하고 있다. 차, 시계, 스포츠 기구, 명품 등 소비재 시장은 나이 든 중장년층이 사실상 장악하고 있다. 부동산 개발 업체와 자동차, IT기업, 재무서비스 기업, 제약회사 등은 고령층의 수요에 맞춰 주력 상품을 재편 중이다.
이미 명품 소비재 시장은 고령층이 장악하고 있다. 미 자동차 시장조사업체 IHS오토모티브에 따르면 65세 이상 미국인이 구입한 신차는 올 들어 전체 판매량의 20%를 차지했다. 이는 경기침체가 시작되기 전인 2004년 11%에서 9%포인트 뛰어오른 것이다. 반면 18~34세 연령층의 신차 구입 비중은 같은 기간 17%에서 11%로 하락했다.
다국적 기업들은 노년층 소비자들의 새 물결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미국 자동차회사 포드는 운전석이 심장마비를 진단해 차량을 멈추게 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65세 이상 인구의 30%가량이 심장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에 착안한 결과다. 일본 자동차업체 도요타는 각종 센서와 스캐너로 교차로 등에서 고령 운전자에게 위험을 알려주는 경고시스템을 선보이려고 일본에서 현장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노동 인구 감소…경제엔 독 될 수도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머징마켓 경제가 둔화되는 가운데 세계적으로 인구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글로벌 경제 성장이 약화되고 소득 불균형은 더 확대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오는 2060년까지의 중장기 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2010년부터 2020년까지 10년간 3.6%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 글로벌 평균 경제성장률이 2050년부터 2060년까지 2.4%로 크게 하락할 것으로 점쳤다. 특히 그동안 글로벌 경제 성장을 주도해온 OECD 국가들의 성장률은 2050~2060년에 현재보다 절반 수준까지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OECD는 보고서에서 “OECD 국가들은 인구구조적으로 두 가지 충격을 동시에 받게 될 것”이라며 “고령화의 노동인구 부족이 대표적”이라고 전했다. 글로벌 경제의 균형이 OECD 비회원국으로 옮겨가면서 OECD 국가로 유입되던 고도의 숙련직 노동자가 줄게 된다는 얘기다. 실제 OECD는 2060년까지 유로존(유로화 사용 18개국)에서의 노동가능인구는 현재보다 20% 가까이 급감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에서의 노동인구도 15%나 줄어들 전망이다. OECD는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경제에 대한 부정적인 충격을 줄이기 위해 은퇴연령을 늦추고 고령자 고용시 기업들에 더 많은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