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 7월30일 민생경제 행보의 일환으로 테네시주 채터누가의 아마존 물류센터를 찾았다. 미국의 다른 기업들이 양호한 경영실적에도 고용을 늘리지 않는 것과 대조적으로 아마존은 공격적으로 투자하며 전날 7000명의 신규채용 계획을 밝힌 터였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곳에서 “기업에 혜택을 주면 그 혜택이 근로자에게 돌아간다”며 법인세를 내리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산층 일자리 창출에 더 많은 예산을 집행할 수 있도록 재정지출 확대와 법인세 인하를 맞바꾸는 ‘그랜드 바겐’을 공화당에 제안했다. 그는 “법인세 체계를 단순화하는 등 세제를 개혁하고 중산층의 일자리 창출에 의미 있는 투자를 끌어내기 위해 공화당과 기꺼이 협조할 것”이라며 “이게 내 타협안”이라고 설명했다.
#꺼내든 '법인세 인하' 카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오바마 대통령이 법인세 인하 카드를 꺼내든 것은 9월 말까지 매듭지어야 하는 2014회계연도 예산안을 둘러싼 백악관과 공화당의 교착 상태에서 돌파구를 찾기 위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공화당의 숙원인 법인세 인하를 양보하는 대신 중산층 일자리 창출을 위한 예산 증액을 받아들이라는 것이다.
백악관 관계자는 “2012년 대선 때 공약으로 제시한 것과 마찬가지로 법인세율을 현행 35%에서 28%로 내리고 제조업은 25%로 낮추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기업을 대표해 법인세 인하를 요구하고 있는 비영리 조직인 ‘더 레이트연합’은 “오바마 대통령의 제안은 올바른 방향이며 세제 개혁을 위한 중요한 모멘텀이 될 것”이라고 환영했다.
하원의 세제개혁위원회를 이끌고 있는 민주·공화 양당 대표는 이례적으로 공동성명을 내놓으며 “낡은 세법이 기업 경쟁력과 국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가로막고 있다는 점을 대통령이 깨달았다는 사실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시퀘스터 재발 막아질까?
오바마 대통령은 “내가 2011년 제안한 ‘미국민을 위한 일자리 법안’(American Jobs Act) 패키지는 역사적으로 공화당이 지지한 아이디어임에도 일부는 의회를 통과했으나 대다수는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며 “공화당은 오바마케어(건강보험개혁법)를 폐기처분하지 못하면 정부를 폐쇄(shut down)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공화당은 경제 성장을 해치고 군사력을 약화시키며 일자리를 만드는 데 필요한 교육·과학·의료 분야에 대한 투자를 위축시키는 연방 정부의 예산 자동 삭감, 이른바 시퀘스터로 미국을 몰아넣고 있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공화당과의 재정감축 협상에 실패한 오바마 정부는 3월1일부터 발동된 정부 예산을 일괄적으로 삭감하는 시퀘스터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이후 미국 경제의 회복 속도는 느려졌고 3월 미국 기업의 직원 해고 규모는 전년 동기 대비 30% 증가한 4만9000명에 달했다. 이후 신규 일자리 창출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이번 제안은 오바마케어 등 늘어나는 재정지출을 지탱할 예산을 확보해 시퀘스터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처방인 셈이다.
#해외현금 본국 송금 세율도 인하
백악관은 이날 미국 다국적 기업들의 송금세율 인하 방안도 함께 제시했다. 대기업들이 세금 회피 목적으로 해외에 쌓아둔 현금에 일회성 수수료를 부과하고, 해외 수익을 본국으로 송금할 때 세율(현행 35%)을 낮추면 이 자금이 미국으로 유입되고 결국 세수도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말 미국 기업들이 해외에 쌓아놓고 들여오지 않는 현금은 1조7000억달러로 추정된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5월 의회 청문회에서 “해외 수익의 본국 송금세율을 한자릿 수로 낮춰야 기업들이 현금을 가지고 올 것”이라며 세제개혁을 요구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재계의 이 같은 요구를 수용한 셈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세제개혁으로 생긴 재정 수입을 중산층 일자리 창출에 투자할 수 있다”며 “이것이 바로 중산층 일자리를 위한 ‘그랜드 바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연초 국정연설에서 500억달러의 재원을 마련해 도로 다리 등 사회간접자본, 대학 교육, 제조업 지원 등에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