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문닫아 건 이민 정책 '빗장' 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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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문닫아 건 이민 정책 '빗장' 푸나…

이미아 기자2008.06.25읽기 6원문 보기
#인구감소#고령화#이민정책#고급인재 유치#영주권#귀화제도#국가경쟁력#다민족공생사회

인구감소 해결 대안·고급 인재 유치 '변화의 물결' 최근 일본에선 '체인지'라는 정치 드라마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 달부터 일본 후지TV에서 방영 중인 이 드라마는 일본 최고의 스타 기무라 다쿠야가 주인공으로, 초등학교 교사 출신인 한 남자가 국회의원이던 아버지의 뒤를 이어 얼떨결에 정치가로 나섰다가 총리 자리에까지 올라 정치판을 개혁해 나간다는 내용이다. 현재 이 같은 '변화의 물결'이 실제 일본에서 감지되기 시작하고 있다. 그것도 '이민 쇄국'이라 불릴 정도로 세계에서 가장 폐쇄적이라고 알려진 일본의 이민정책 부문에서 말이다.

"고령화와 인구 감소가 진행되는 가운데 이민자 유치 정책에 의한 다민족 공생사회로의 이행은 선택의 여지가 없는 21세기 일본의 길이다. " 일본 자민당의 실력자 중 한 명인 나카가와 히데나오 전 간사장은 자신이 회장을 맡고 있는 '외국인재교류추진 의원연맹' 회의에서 최근 이같이 역설했다. 80여명의 의원이 참여하고 있는 연맹은 앞으로 50년 안에 일본 인구의 10%에 해당하는 1000만명을 이민자로 받아들이자는 획기적인 제안을 이달 초 후쿠다 야스오 총리에게 내놓기도 했다. 일본이 이민자 유치를 국가 중요 정책으로 추진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단순 외국인 근로자 유치 차원에서 벗어나 전문직 등 우수 인력을 끌어들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고급 이민자' 유치를 통해 국가 경쟁력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계산이다. 일본이 이민자 유치 정책을 강화하려는 배경에는 인구 감소 위기가 있다. 일본 인구는 1억2769만명(2005년 기준)이지만 2046년 1억명 이하로 떨어진 뒤 지금부터 47년 후인 2055년에는 8993만명으로 추락할 전망이다. 국력 유지를 위해선 '1억명 인구'가 필요하다는 전제 아래 앞으로 47년 동안 1000만명을 해외에서 받아들이자는 것이다.

이민자 1000만명은 현재 외국인 영주권자(재일 동포 등 특별 영주권자 포함) 87만명의 12배에 달한다. 자민당은 이민자 유치를 위해 일본을 이민자와 공생하는 '이민 국가'로 규정한 이민법을 제정하고,이민자를 관리하는 이민청을 설치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또 △'입국 후 10년 이상'으로 규정한 영주 허가를 7년으로 완화하고 △연령과 품행 등 다양한 요건을 부과하는 귀화 제도를 입국 후 10년이 지나면 원칙적으로 국적을 취득할 수 있도록 바꾸는 법 개정을 추진키로 했다. 일본 정부는 이미 지난해부터 외국인 우수 인재 영주를 촉진하는 정책을 시행 중이다.

입국 기준에 다소 못 미치더라도 전문 지식과 기술을 갖고 있는 외국인이라면 입국을 허가하는 것이다. 또 최대 체류 기간 3년이 지났더라도 고급 인재라고 판단되면 장기 체류를 허가할 수 있도록 했다. 외국인 유학생 유치 노력도 각별하다. 일본 정부는 대학에 9월 학기제를 권장하고 있다. 일본 대학의 학기가 4월부터 시작하기 때문에 9월 학기제인 미국 유럽 등에서의 유학생 유치나 학생 교류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해외 인재 유치에는 일본 대학도 열심이다. 사학 명문인 와세다대학은 앞으로 5년간 유학생 8000명을 유치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일본의 이민문호 개방은 여전히 바늘구멍 정도 크기밖엔 되지 않는다는 게 중론이다. 일본은 세계 선진국들 가운데 가장 폐쇄적인 이민 정책을 실시하는 나라로 유명하다. 영주권 제도와 귀화 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나 복잡한 조건을 달아 이민을 사실상 인정하지 않는 국가로 분류된다. 우선 영주권을 얻기 위해선 △10년 이상 연속 일본에 체류해야 하고 △일본에 직장 등 생활 기반이 있어야 하며 △체류 중 각종 세금을 확실하게 납부한 기록이 있어야 한다. 특히 취업 비자의 경우 1~3년으로 짧은 편이기 때문에 기간 만료시 매년 갱신해야 한다.

취업 비자 취득 요건도 △전근 직전에 일본 이외의 나라에 있는 본점,지점 및 기타 사업소에서 1년 이상 계속해서 일정의 전문 사무직에 종사하고 있을 것 △일본에 있는 사무소의 업무에 종사하려고 하는 기간이 5년을 초과하지 않을 것 △일본인이 종사하는 경우에 받는 보수와 동등액 이상의 보수를 받을 것 등으로 매우 까다롭다. 국적 취득은 더욱 힘들다. 우선 일본어를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어야 한다. '일본 국민이 됨으로써 일본에 이익이 되는 사람'이라는 조건 아래 직업과 소득, 세금 납부 기록, 범죄 경력 등 갖가지 항목의 엄격한 심사를 받아야 한다. 또 원래 자기 국적을 포기한 뒤에야 일본 국적 취득을 신청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일본 국적이 나올지 안 나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무국적으로 1년 이상 지내는 경우도 생긴다. 일본은 법적으로 선천적이든 후천적이든 이중 국적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국적법 14조에 따르면 만 20세 이전까지 이중 국적인 사람은 만 22세가 되기 전,즉 21세의 마지막 날까지 국적을 결정해야 한다. 20세가 넘어 이중 국적인 사람은 2년 안에 하나의 국적만 갖도록 규정하고 있다. 특별한 이유 없이 국적을 선택하지 않을 경우,선택을 종용하는 통보를 한 뒤 1개월이 지나도 결정하지 않으면 일본 국적은 자동적으로 상실된다. 재일 동포의 국적 문제가 대두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대대로 지켜 온 한국 또는 북한 국적을 유지할 것인지, 일본으로 귀화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곧 정체성 확립 문제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최근엔 스스로 일본 귀화를 택하는 재일 동포가 해마다 1만여명에 이를 정도로 급증하고 있다. 국적을 선택하지 않을 경우 일본 사회에서 받는 차별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일본의 이민정책 개혁 움직임은 한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출산율 저하와 고령화 등 인구 문제를 비롯 타 민족에 대해 배타적인 태도가 강하다는 점에서 한국과 일본은 매우 닮아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말 현재 국내 거주 외국인이 총 116만여명으로 전체 인구의 2%를 웃돌면서 한국도 본격적인 다민족·다문화 사회로 진입하고 있다. 이제 한국도 이민문호 개방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이미아 한국경제신문 기자 mi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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