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상의 마지막 자원 보고 북극해를 선점하기 위한 각국의 경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지구 온난화로 북극해 얼음이 녹기 시작하면서 심해자원 개발 가능성이 커지자 인접한 국가들이 서로 욕심을 내기 시작한 것이다.
경쟁에 불을 붙인 것은 러시아다. 러시아는 이달 초 심해 잠수정을 이용,수심 4000m가 넘는 북극해 해저를 처음으로 탐사하는 데 성공한 뒤 바닥에 러시아 국기를 꽂았다. 영유권 분쟁이 치열한 해역에 먼저 말뚝을 박겠다는 의도였던 것이다.
이타르타스를 비롯한 러시아 언론들은 "우리 탐사팀이 유인 소형 잠수정 두 대를 심해 4261m와 4302m에 각각 내려보내 해저를 탐사하는 데 성공했다"며 일제히 환영했다. 이번 러시아 탐사 책임자인 아트루르 칠린가로프 국가두마(하원) 부의장은 "북극은 우리 땅이고 우리의 존재를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러시아가 이번 탐사에 나선 이유는 '로모노소프 해령'(북극해를 가로지르는 해저 산맥)이 자국의 시베리아 대륙과 대륙붕으로 연결돼 있다는 것을 증명,러시아의 영토를 북극해까지 연장하기 위한 것이다. 1982년 제정된 유엔 해양법은 북극해에 대한 개별 국가의 주권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 대신 북극해와 인접한 러시아·미국·캐나다·노르웨이·덴마크(그린란드) 등 5개국의 200해리(370km) 배타적경제수역(EEZ)만을 인정한다.
러시아는 2001년 유엔에 로모노소프 해령에 대한 영유권을 허용해 달라는 요청서를 냈으나 유엔은 과학적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며 기각했다. 따라서 러시아는 유엔이 요구한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이번 탐사를 한 것이다.
러시아 영유권을 주장하는 로모노소프 해령 인근 해역의 면적은 120만㎢에 이른다. 한반도 면적의 약 6배로 프랑스·독일·이탈리아를 합친 크기와 맞먹는다.
영토 확장보다 더 중요한 목적은 바로 자원이다. 북극해 해저에는 지구 상에 남은 석유·가스 매장량의 25% 정도가 묻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로모노소프 해령 인근에만도 1000억t에 이르는 석유와 가스가 묻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자원 매장량보다 더 큰 규모다.
하지만 어느 나라도 북극에 대해 독자적인 관할권을 갖고 있지 않다. 어느 나라든지 자국 영토라고 주장하려면 반드시 그 지역이 대륙붕으로 자국 본토와 연결돼 있어야 한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지질학자인 리차트 스콧은 "북극해가 갖고 있는 어려움은 많은 해령이 있다는 점인데 그것이 어느 나라의 대륙붕에 붙어 있는지가 명확하지 않다"고 말했다. 캐나다와 덴마크 또한 로모노소프 해령에 대한 소유권 주장을 하고 있고 올해 초에는 대규모 합동 탐사팀도 보냈다.
덴마크는 2014년까지 영토 주장 근거를 제시할 계획이다. 그런가 하면 캐나다의 스티븐 하퍼 총리는 이달 초 "북극 탐사용 선단에 70억달러 이상을 투입,그 지역에 대한 캐나다의 존재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미국은 최근 자국 해안 경비대 소속 힐리호가 4주간 알래스카주 노스 슬로프 지역에서 북쪽으로 800㎞ 떨어진 추크치곶의 해저를 탐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북극 지역에는 영토 확장과 그를 통한 자원 확보를 위한 강대국 간 치열한 전투가 진행 중이다. 과거 원유 가격이 낮았을 때 북극 바다 밑 자원에 문을 두드리는 것은 비경제적인 것으로 간주됐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중국,인도가 에너지에 목말라하고 있는 상황에서 배럴당 70달러를 호가하는 유가가 결국 북극 러시를 일으키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과학자들은 세계 어느 지역보다 기후 변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북극에서 벌어질 자원 전쟁을 걱정을 하고 있다. 석유,가스,석탄이 채굴되기 시작하면 북극 원래의 환경은 파괴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캐나다 캘거리 군사전략문제 연구센터의 롭 휴버트 부소장은 "우리는 과거처럼 일방적 접근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며 합리적이고 공정한 자원 배분을 위한 외교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정락 한국경제신문 기자 jr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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