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 정부 게릴라였던 여성 투쟁가가 경제 대국 브라질의 수장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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反 정부 게릴라였던 여성 투쟁가가 경제 대국 브라질의 수장되다

강경민 기자2010.11.03읽기 6원문 보기
#브라질 최초 여성 대통령#시장경제#마르크스주의 무장 게릴라#성장촉진계획(PAC)#에너지부 장관#전력난#G20 서울 정상회의#인프라 투자

지우마호세프, 브라질 최초 여성 대통령 당선 ··· 룰라 ‘그늘’ 어떻게 벗어날지 관심 그는 열여섯 여고생 때부터 총을 든 반(反)정부 게릴라였다. 1970년 군사정권에 체포돼 3년간 수감생활을 하면서 고문을 당했고,그 밖에도 갖은 고초를 겪었다. 행정가로 변신한 후에는 철저한 시장경제 원칙에 입각해 정책을 추진했다. 불도저식 정책 추진은 야당과 시민단체의 반발을 불렀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야당과 언론에서는 타협을 거부한 그를 '브라질의 철의 여인'으로 불렀다. 1일 브라질 최초 여성 대통령으로 확정된 지우마 호세프 당선자(62)의 얘기다.

"마르크스주의 무장 게릴라가 세계 8위 경제대국의 대통령이 됐다"(AFP통신)는 것처럼 그의 인생역정은 한편의 드라마였다. 브라질에서 여성 대통령이 등장한 것은 공화정이 출범한 지 121년 만에 처음이다. 남미 국가 중에서는 미첼 바첼레트 전 칠레 대통령과 현직인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에 이어 세 번째 여성 대통령이다. 그는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실바 현 대통령과 함께 오는 11일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에도 참석할 예정이다. 또 그는 유엔 192개 회원국 가운데 17번째로 여성 정상이 됐다.

대통령에 당선된 직후 호세프 당선자는 "지금 이순간 너무 기쁘다"며 감격스러워했지만,그의 앞에는 해결해야만 하는 숙제가 산더미처럼 놓여 있다. 룰라 대통령의 후광을 업고 당선된 그가 어떻게 룰라의 그늘을 벗어날 수 있을지부터가 관심사다. ⊙ 룰라와의 인연으로 대통령되다호세프 당선자는 1947년 12월14일 브라질 남동부 미나스 제라이스 주의 주도(州都)인 벨로 오리존테에서 불가리아계 이민자 후손 가정의 1남 2녀 중 둘째로 태어났으며,10년 전 이혼한 뒤 외동딸과 함께 지내왔다.

과거 군사정부 시절 마르크스주의 무장 게릴라 조직에서 활동했던 그는 3년간 옥살이를 한 후 1977년 브라질 최남부 리우 그란데 도 술 주의 주도인 포르토 알레그레 시 소재 연방대학 경제학과를 졸업했으며,상파울루주 캄피나스대에서 경제통화론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86년부터 2002년까지 포르토 알레그레 시정부와 리우 그란데 도 술 주정부에서 재무국장과 에너지부 장관 등을 역임했다. 호세프 후보는 2001년 PT에 입당하면서 룰라 대통령과 처음으로 인연을 맺었다. 2003년 룰라 정부 출범과 함께 에너지부 장관에 임명됐고,2005년부터 한국의 총리에 해당하는 수석장관을 지난 3월까지 역임했다.

2003년 룰라정부 출범과 함께 에너지부 장관에 임명된 그는 재임 기간에 브라질의 만성적인 문제였던 전력난을 해결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행정가로서 발휘한 탁월한 능력에도 지난해까지 호세프 당선자에 대한 평판은 좋지 못했다. 한번도 공직 선거에 나서지 못했던 것뿐 아니라 두 번이나 림프종 수술을 했던 건강 문제도 약점이었다. 두 번이나 이혼한 경력도 엄격한 가톨릭 문화가 강한 브라질 사회에선 치명타였다. 그러나 룰라 대통령의 전폭적 지원은 무명에 불과했던 호세프 당선자를 강력한 차기 대통령 후보로 올려놓는 데 성공했다.

그는 장관 재임 시절 대규모 인프라 투자 계획인 '성장촉진계획'(PAC)을 주도하는 등 강력한 정책 추진력으로 룰라 대통령의 총애를 받았다. 룰라 대통령은 "대통령에게도 과감히 노(NO)를 외치며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는 호세프 당선자에게 감명을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 풀어야 할 문제는 산적해로이터통신은 "이번 선거는 1억3580만명의 유권자들이 (호세프를 지지했다기보다는) 룰라 대통령을 지지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심지어 이번 대선이 룰라 대통령의 3선이나 다름없다는 평가도 나온다. 내년 1월에 출범할 호세프 정부의 정책도 룰라 정부의 노선을 그대로 계승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호세프가 룰라만큼 역량을 발휘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이 존재한다. 뉴욕타임스(NYT)는 "향후 브라질의 국제적 위상이 룰라 정부 때만큼은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NYT는 호세프 당선자의 카리스마 부족과 국제 사회에서 낮은 인지도를 원인으로 꼽았다. 신흥국가의 맹주로 떠올랐을 뿐 아니라 G20에서도 입지를 높여온 브라질의 국제적 위상이 다소 약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룰라 대통령이 미처 해결하지 못한 국내 문제들도 호세프 당선자 앞에 직면한 숙제다. 전반적인 브라질의 경제 상황이 좋긴 하지만 치솟는 헤알화 가치는 그가 반드시 해결해야만 하는 당면 숙제다.

헤알화는 지난해 2월 이후 달러 대비 40% 급등해 브라질의 수출경쟁력을 위협하고 있다. 브라질의 고질적인 빈부격차도 호세프가 떠안은 숙제다. 브라질 경제는 세계 8위이지만 1인당 소득 수준은 72위다.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초래하고 있는 치안 문제도 2014년 월드컵과 2016년 하계올림픽을 준비해야 할 호세프 정부에 큰 부담이다. ⊙ 룰라의 영향력은 더 커질 듯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날 "브라질은 가장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전직 대통령을 맞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FT는 "호세프 당선자는 룰라 대통령의 충실한 아이(child)"라며 "그는 여전히 멘토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FT는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당선된 후 남편인 네스토르 키르츠네르 전 대통령이 후방에서 지원했던 것처럼 룰라 대통령이 물러난 이후에도 정치 · 국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호세프 후보를 지원할 것이라고 전했다. 룰라 대통령은 퇴임 후 국제사회로 활동무대를 옮겨 유엔이나 세계은행 등 국제기구의 수장에 도전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호세프 당선자가 룰라 대통령의 지지를 제외하곤 여당 내 별다른 지지기반을 확보치 못했다는 점도 이 같은 주장에 설득력을 더한다. 2001년 PT에 가입한 호세프 당선자에게는 룰라 대통령처럼 당내 세력을 통제할 만한 힘이 부족하다.

앞서 지난달 3일 대선 1차 투표와 함께 실시된 총선 결과 상 · 하원 모두 범여권 세력이 과반을 차지했지만 모두 룰라 대통령의 지지세력들이다. 전국 27명의 주지사 가운데 17명도 모두 친(親)룰라 인사다.

강경민 한국경제신문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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