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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성형 인공지능(AI)이 학습과 취업, 업무 전반의 필수 도구로 자리 잡으면서 지방자치단체들이 청년들의 AI 구독료를 지원하는 ‘AI 복지’ 경쟁에 나서고 있다. 서울시는 10월부터 19~29세 청년 50만 명에게 생성형 AI 유료 이용권을 1년간 제공하는 ‘청년 AI 사다리’ 사업을 추진 중이다. 울산시는 19~39세 청년 1000명에게 주요 AI 서비스 6종의 결제액 90%를 최대 10만 원까지 환급한다. 경기 용인시와 의정부시는 연간 최대 5만 원을 지원한다. 군포시도 9월 추경을 거쳐 청년 300명에게 최대 10만원을 지급할 계획이다.
청년들의 AI 접근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사업의 실효성과 형평성을 둘러싼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세금으로 청년들의 AI 구독료를 대신 내주는 정책이 시급하고 효율적인지 찬반 의견도 팽팽하게 맞선다. 찬성 측은 “AI 활용 격차가 곧 교육·취업 격차로 이어지는 만큼 선제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반대 측에서는 “공공 재정을 민간 기업의 유료 서비스 이용에 투입하는 것은 선심 행정”이라고 비판한다.
[찬성]AI 활용 격차 해소, 취업에 도움 … 청년 미래 위한 선제적 투자
지방자치단체의 AI 구독료 지원은 청년들의 경제적 여건에 상관없이 최신 AI 기술을 활용할 기회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AI 활용 능력은 이미 취업과 학습, 업무 경쟁력을 좌우하는 필수 역량으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 대한상공회의소 조사에 따르면 기업 10곳 가운데 7곳은 채용 과정에서 지원자의 AI 활용 역량을 고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주요 생성형 AI는 대부분 월 구독료 3만 원 안팎의 유료 서비스로 제공된다. 수입이 없거나 적은 취업 준비생과 청년층에게는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대학생 10명 중 6명이 비용 부담으로 유료 서비스를 구독했다가 해지한 적이 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월 소득 500만원 이상 가구의 AI 이용률은 55.5%에 달하는 반면 200만원 이하 가구의 AI 이용률은 7.9%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람은 다양한 AI 서비스를 경험하며 자신의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 그렇지 못한 경우엔 무료 서비스에 의존해야 한다. AI 기술에 대한 접근성 차이가 학습 능력과 업무 역량 차이로 이어진다면 새로운 형태의 디지털 격차가 발생할 수 있다. ‘AI 디바이드(격차)’를 방치할 경우 기존 교육·소득 격차가 그대로 대물림될 수 있다. 지자체의 AI 구독료 지원은 AI 시대 출발선 격차를 줄이는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AI가 미래 사회에서 중요한 경쟁력이 되고 있는 만큼 지자체가 청년에게 AI 구독료를 지원하는 것은 미래 인재를 육성하기 위한 투자라고 봐야 한다. 청년 시기에 습득한 AI 활용 능력은 향후 노동시장에서 AI·로봇과의 협업, 디지털·직무역량을 발휘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지역 인재의 역량을 강화하면 장기적으로는 지역 산업의 디지털 전환을 촉진하고, 유능한 청년 인구의 유출을 막는 긍정적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정부와 지자체는 그동안 청년들을 위해 주거, 일자리, 금융 등 다양한 지원 정책을 펼쳐왔다. 청년 복지 프로그램 역시 AI 시대에 걸맞게 진화할 필요가 있다. 청년들의 AI 활용 격차를 줄이고 학습 및 업무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AI 구독료 지원은 꼭 필요하다.
[반대]한정된 재정으로 특정 서비스 지원은 과도 … 실효성 낮아 복지 포퓰리즘 우려
생성형 AI는 기본적으로 개인이 선택해 이용하는 민간 서비스다. 취업·업무에서 중요성이 높아졌다고는 하지만 모든 사람에게 필요한 필수 보편 서비스라고 보기는 어렵다. 실제 무료나 저가 서비스를 통해 지출을 최소화하면서 효과적으로 이용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이런 서비스에 대해 지방자치단체가 한정된 공공재원을 사용하는 것이 적절한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서울의 경우 대상자가 50만명에 달하지만, 다른 지자체들은 예산의 한계로 인해 선착순이나 추첨을 통해 소수의 청년에게만 혜택을 주는 형태로 운영된다. 일부 청년에게만 공공 재정으로 유료 서비스 구독료를 대납해 주는 것은 혜택을 받지 못하는 다수 청년과의 형평성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
AI 지원금은 결국 AI를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거나, 사용할 의향이 뚜렷한 사람들에게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 정작 정보 접근성이 낮아 AI 필요성조차 체감하지 못하는 계층에게는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 지자체의 한정된 예산을 AI 구독료에 사용할 경우 교육, 복지 등 더 시급한 분야에 사용할 자원이 줄어들 우려도 있다. AI 구독료 지원이 실질적인 역량 강화로 이어질지에 대한 의문도 크다. 구독료를 지원 받은 사용자가 학습이나 취업, 업무 등에 활용하지 않고, 단순 오락용으로 소모할 경우 예산만 낭비될 위험이 높다.
구독료 지원금은 결국 오픈AI, 구글, 앤트로픽 등 해외 빅테크 기업의 주머니만 불려줄 것이다. 국민의 세금이 국내 산업 육성과 무관하게 해외 플랫폼으로 흘러 들어가는 것에 대한 비판이 나올 수 있다. 생성형 AI 활용으로 발생할 수 있는 데이터 보안 누출과 저작권 침해, 윤리적 문제에 대한 사전 대책이 전혀 마련되지 않았다는 점도 경계해야 할 이유다.
AI 업계는 최근 무제한 정액 구독 모델을 축소하고 사용량 기반 과금으로 전환하는 추세다. 시장이 빠르게 변하고 있어 정책의 연속성이 흔들릴 위험도 배제할 수 없다. 구독료 자체를 지원하는 방식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 일부에게 구독료를 직접 지원하기보다는 무료 AI 교육을 제공하거나 공공 서비스를 개발하고, 디지털 교육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보다 많은 사람에게 장기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생각하기]선심 행정 그쳐선 안 돼 … 실질적 역량 개발 지원해야
청년들의 AI 활용 격차를 해소한다는 취지는 좋다. 문제는 지자체의 재정 상황이다. 한정된 지방재정을 효율적으로 배분하기 위해서는 명확한 기준에 따른 우선순위 설정이 필수적이다. 다른 시급한 사업에 들어가야 할 예산이 줄어들 수 있는 만큼 대상과 목적을 명확히 해야 한다.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 취업준비생, 청년 창업가 등 AI 기술 접근 격차가 실제 소득이나 역량 격차로 이어질 위험이 큰 계층을 우선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
AI 구독료 지원은 학업이나 업무 능력을 길러주는 것이 핵심이다. 단순히 구독료만 지원한다면 현금성 지원과 다를 바 없다. 무료 서비스 수준의 기본 정보 검색이나 그림 그리기 등으로 활용이 제한될 경우 예산이 낭비될 위험도 있다. 전체 예산 중 일부를 AI 실무 활용 교육이나 프로젝트 지원에 배정해 실제 역량 개발로 이어지도록 지원 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지원 받은 청년들의 취업 및 창업 성과, 생산성 향상 여부 등을 평가해 성과 검증이 가능하도록 설계해야 사업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