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해리포터’ 속 주인공 해리는 크리스마스 선물로 투명 망토를 받는다. 이 망토를 두르면 누구의 눈에도 보이지 않는 마법 같은 물건이다. 덕분에 해리는 늦은 밤까지 학교 안에서 비밀을 찾으러 다닐 수 있었다. 사람 전체를 완벽하게 숨기는 투명 망토는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물체를 감지하기 어렵게 만드는 기술을 꾸준히 연구하고 있다. 우리가 어떤 물체를 볼 수 있는 것은 빛 때문이다. 태양이나 형광등 같은 광원에서 나온 빛이 물체에 부딪혀 반사되고, 그 빛이 눈에 들어오면 뇌가 이를 해석해 물체의 존재를 인식한다. 만약 반사된 빛이 눈으로 돌아오지 않는다면 물체를 제대로 알아차리기 어렵다. 이러한 원리를 이용한 대표적 기술이 스텔스 기술이다. 군용 항공기 등에 적용되는 스텔스 기술은 레이더가 보낸 전자기파를 흡수하거나 다른 방향으로 분산시켜 적이 위치를 파악하지 못하도록 만든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김형수 교수 연구팀은 이 기술을 한 단계 발전시킬 수 있는 ‘액체 금속 잉크’를 개발했다. 액체 금속은 상온에서도 액체 상태를 유지하면서 전기가 통하는 특별한 금속이다. 물처럼 흐르지만 전선처럼 전기를 전달할 수 있다. 금속은 반복해서 구부리거나 늘리면 쉽게 끊어지지만, 액체 금속은 유연하게 형태를 바꿀 수 있어 웨어러블 기기나 전자피부, 소프트 로봇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단점이 있었다. 공기와 만나면 쉽게 산화돼 성능이 떨어지고, 지나치게 잘 퍼져 잉크처럼 사용하기 어려웠다. 연구팀은 액체 금속을 초음파로 잘게 쪼개 아주 작은 입자로 만든 뒤, 점성을 조절하는 물질과 전기가 잘 흐르도록 돕는 물질 등을 섞어 새로운 액체 금속 잉크를 개발했다. 이 잉크는 프린터로 종이에 그림을 그리듯 회로를 인쇄할 수 있다.
더 놀라운 점은 별도의 열처리 과정이 필요 없다는 것이다. 일반적인 금속 잉크는 인쇄 후 열을 가하거나 압력을 줘야 전기가 통한다. 반면 새로 개발한 액체 금속 잉크는 상온에서 말리기만 하면 된다. 건조되는 동안 입자들이 서로 연결되며 그물망 구조를 형성하고, 자연스럽게 전기가 흐르는 회로가 완성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구조를 늘리면 입자 사이의 간격이 달라지면서 흡수하는 전자기파의 종류도 변한다. 즉 상황에 따라 특정 레이더 신호를 피할 수 있도록 조절할 수 있다는 뜻이다. 연구팀은 실제로 여러 방식으로 전극을 제작한 뒤 반복적으로 늘였다 줄이는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원래 길이의 약 12배까지 늘어나더라도 전기가 끊어지지 않고 성능이 유지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투명 망토의 비밀은 최첨단 연구실에서만 발견되는 것은 아니다. 과학자들은 자연 속에서도 중요한 단서를 찾아냈다. 주인공은 매미충이라는 작은 곤충이 몸에 바르는 ‘브로코솜’이라는 가루다. 과학자들은 브로코솜의 비밀을 연구해왔다. 브로코솜은 표면에 수십 개의 작은 구멍이 뚫린 장난감 공 같은 구조를 지니고 있다. 빛이 이 구조에 닿으면 여러 방향으로 흩어지거나 구멍 속에 갇혀 흡수된다. 그 결과 반사되는 빛의 양이 크게 줄어든다. 생태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살아남는 것이다. 브로코솜은 포식자의 눈에 띄지 않도록 하는 매미충만의 투명 망토 전략인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