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음악은 “미국 최고가 곧 세계 최고”란 표현이 통용되는 산업이다. 국제음반산업협회(IFPI)가 지난 3월 발간한 ‘글로벌 뮤직 리포트’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음원 시장 규모는 317억 달러(약 49조원). 여기서 북미권 비중은 38.7%로, 123억 달러(약 19조원)에 이른다. 14일 대체 데이터 플랫폼 한경에이셀(Aicel)에 따르면 올 들어 K-팝은 지구촌 최대 팝 시장인 미국에 가장 많은 앨범과 DVD를 수출했다. 아시아가 주력 시장이던 지난해까지의 모습과 크게 달라졌다. 지난 1~4월 앨범 및 DVD 대미 수출액은 5895만 달러(약 902억원)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 수출액인 1139만 달러(약 174억원) 대비 517% 급증했다. 전체 앨범 및 DVD 수출액(2억1044만 달러)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8%로 중국(21%), 일본(20%)보다 높았다. 지난해 중국(34%), 일본(22%), 미국(16%)의 순위가 뒤바뀌었다. K-팝이 지구촌 대중음악 시장의 한복판에서 활약하고 있다는 의미다.
국산 앨범 및 DVD의 미·중·일 수출액 비중은 K-팝의 산업 지형도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동방신기, 카라, 소녀시대 등 ‘2세대 아이돌’의 일본 인기가 절정이던 2012년에는 이 수출액의 55%가 일본에서 나왔다. 지난해엔 중국(34%)이 일본을 제치고 K-팝 최대 수입국으로 올라섰다. K-팝 스타의 중국 행사가 조금씩 가능해지면서 활로가 넓어진 영향이다. 한한령 여파가 길어진 2021년엔 중국 비중이 14%까지 낮아졌다.
올해는 미국 시장이 눈에 띈다. 국산 앨범 및 DVD의 월간 수출액은 1월 4576만 달러(약 702억원)에서 4월 5856만 달러(약 898억원)로 28% 늘었다. 이 중 대미 수출액은 1월 886만 달러(약 136억원)에서 4월 2319만 달러(약 356억원)로 석 달 새 162%나 급증했다. 미국에서 K-팝 실적이 뛴 데는 방탄소년단(BTS) 복귀 효과를 빼놓을 수 없다.
더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후배 아티스트의 선전이다. K-팝의 미국 시장 파이프라인은 그 어느 때보다 탄탄해졌다. 주간 앨범 차트인 ‘빌보드 200’엔 올해에만 11일 기준 K-팝 아티스트 15팀이 진입했다. 미국 음원 데이터 업체인 루미네이트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CD 앨범 시장에서 판매량 상위 10개 앨범 중 7개가 K-팝이었다.
미국 문화계가 K-팝을 지속적인 흥행 자산으로 여기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단발성 유행으로 소비한 2012년과는 딴판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지난달 낸 보고서에서 “미국 주류 이벤트가 K-팝의 팬덤 동원력과 디지털 화제성을 적극 활용하기 시작했다”며 “이런 태도 변화는 K-팝이 외부 콘텐츠가 아니라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산업 내에서 플랫폼형 문화 자산으로 기능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