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에서 민심은 여당을 밀어주면서도 일방 독주에 대한 견제구를 함께 날렸다. 행정권과 입법권을 쥔 이재명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에 광역단체장 12곳을 몰아줬지만, 서울을 비롯한 핵심 격전지에선 절묘한 브레이크를 걸었다. 시장에선 지방선거를 계기로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정책 등에 변화가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2026년 6월 5일자 한국경제신문 A1면-
지난 3일 열린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분석한 기사입니다. 전체적으로는 여당이 우세한 결과를 얻었지만, 일부 핵심 지역에서는 야당이 승리하며 균형이 형성됐다는 내용입니다.
선거가 끝날 때마다 언론은 “중도층의 선택이 승부를 갈랐다”라거나 “민심이 견제와 균형을 선택했다”고 분석하곤 합니다. 유권자의 이 같은 투표 행태도 경제학으로 설명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나요. 최근 경제학자들은 유권자도 자신의 이익을 고려해 행동하는 합리적 경제주체라고 가정하고, 정치현상도 경제학의 분석 대상으로 삼습니다. 경제학이 선거를 설명하는 대표적 이론인 ‘중위투표자 정리’와 ‘공공선택론’, ‘합리적 무지’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중위투표자 정리는 “정책·이념에 대한 선호도에 따라 모든 유권자를 한 줄로 세웠을 때, 정확히 한가운데 위치한 ‘중위투표자’가 지지하는 후보가 선거에서 승리한다”는 이론입니다. 선거의 승패를 가르는 것은 각 진영의 지지자 수가 아니라, 한가운데 있는 유권자의 선택이란 뜻이죠. 예를 들어 유권자의 정치 성향을 0점부터 100점까지의 직선 위에 표시한다고 가정해봅시다. 0점은 매우 진보적 성향, 100점은 매우 보수적 성향이라고 하겠습니다. 이때 전체 유권자를 줄 세웠을 때 정확히 가운데에 위치한 사람이 중위투표자입니다.
만약 한 후보가 20점 지점에, 다른 후보가 80점 지점에 있다면 누가 유리할까요? 대부분의 경우 두 후보 모두 중위투표자가 있는 방향으로 이동하려고 합니다. 선거에서 승리하려면 과격한 지지층보다 중간에 있는 다수의 표를 확보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선거 때만 되면 각 정당의 공약이 유사해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경제학 교과서에는 이를 설명하는 유명한 사례가 등장합니다. 해변에 아이스크림 가게 두 곳이 있다고 가정해봅시다. 두 가게 모두 손님을 많이 확보하기 위해 결국 해변 중앙 쪽으로 이동하게 됩니다. 양쪽 끝에 있으면 반대편 손님을 빼앗기니까요. 결국 두 가게는 중앙 근처에 자리 잡게 되죠.
또 다른 이론인 공공선택론은 정치인과 유권자도 기업, 소비자 같은 경제주체처럼 자신의 이익을 추구한다고 봅니다. 선거를 일종의 시장으로 보는 것이죠. 정치인은 ‘당선과 권력 유지’라는 사익을 추구하는 공급자이며, 유권자는 ‘자신에게 유리한 정책’을 소비하는 수요자입니다. 선거가 시작되면 정치인은 ‘공약’이라는 상품을 내놓고, 유권자는 투표라는 방식으로 이를 소비합니다. 이 이론은 선거 결과에 따른 정책 변화도 설명할 수 있습니다. 기업이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위해 상품을 개선하듯, 정치인도 유권자의 지지를 얻기 위해 정책을 조정할 수 있습니다.
기사에서 지방선거 이후 부동산 정책 변화에 관심이 쏠리는 것도 정당들이 다음 선거에서 표를 얻기 위해 유권자들의 이익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수정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즉 정부의 정책은 순수한 공익뿐 아니라 정치적 표 계산이라는 경제학적 유인 구조에 의해 결정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