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학적으로 접근해도 이 같은 현상은 중요한 패러다임의 변화입니다. 과거 수동적 소비자에 머물렀던 팬이 이제는 상품의 생산과 유통, 홍보의 전 과정을 주도하게 됐기 때문이죠. 이를 가리켜 ‘팬덤 경제(Fandom Economy)’ 혹은 ‘팬코노미(Fan+Economy)’라고 합니다.
‘관심 경제(Attention Economy)’의 관점으로 접근하기도 합니다. 정보가 넘쳐나는 디지털 시대에 사람들의 한정된 시간과 관심은 가장 희소한 자원이 됐고, 이를 독점적으로 보유하고 결집 가능한 팬덤이 결국 시장의 경제적 주도권을 쥐게 되는 겁니다. 특히 하이브 같은 엔터테인먼트 기업은 팬덤의 활동을 데이터화해 인공지능(AI) 사업으로 확장하려 하고 있습니다.
디지털과 SNS로 날개 단 팬덤
팬덤 경제가 급성장한 가장 큰 배경에는 디지털 기술과 소셜미디어(SNS)의 발전이 있습니다. 과거에는 팬들의 응원 방식이 앨범을 구매하거나 공연장, 팬미팅을 찾는 데 그쳤지만 지금은 유튜브, 틱톡, 인스타그램, 팬 커뮤니티 플랫폼 등을 통해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콘텐츠를 생산해 전 세계로 공유할 수 있어요.
특히 K-팝은 팬덤 경제를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산업입니다. 팬들은 위버스나 버블, 프롬 같은 엔터테인먼트 기업의 전용 플랫폼을 통해 아티스트와 실시간 소통하고 굿즈를 구매하며 독점 콘텐츠를 소비합니다. 커머스와 콘텐츠가 결합한 ‘엔터테크(Enter-Tech)’ 산업이죠. 최근엔 유니버설뮤직그룹 같은 글로벌 기업도 위버스에 입점하며 팬 관리에 집중하고 있어요. 기술이 팬과 스타 간의 거리를 허물고 24시간 연결된 경제 생태계를 구축한 겁니다.
이러한 현상은 ‘네트워크 효과(Network Effect)’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이용자가 많아질수록 플랫폼의 가치가 기하급수적으로 커지는 구조로, 팬이 늘수록 자발적인 콘텐츠 생산이 증가하고 다른 팬들을 플랫폼에 더 오래 머물게 함으로써 플랫폼의 영향력과 수익을 키우는 것이죠. 팬들은 음원뿐 아니라 응원봉, 포토 카드, 의류, 캐릭터 상품 등 소비 영역을 넓히며 새 시장을 창출하고 있습니다.
지역 경제 전체 소비까지 자극
팬덤 경제는 일반적인 소비 행태와 확연히 다른 양상을 보입니다. 보통 소비자들은 경기가 어려워지면 지갑을 닫습니다. 반면 팬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대상에 대해서는 금리인상이나 물가상승 등 대외적 경제 여건과 관계없이 지출 규모를 유지하는 경향이 뚜렷하거든요.
전통 경제학에서 소비는 주로 가격과 품질을 중심으로 이뤄집니다. 반면 팬덤 소비는 감정과 유대감을 중심으로 움직입니다. 애플 팬들이 아이폰만 고집하고, 특정 가수를 좋아하는 팬들이 그가 광고하는 제품을 망설임 없이 구매하는 것이 대표적입니다. 이를 ‘정체성 소비(Identity Consumption)’라고 합니다. 소비자는 “나는 이 브랜드와 스타를 지지하는 사람”이라는 정체성을 소비로 증명하기 때문에 팬덤 소비는 경기침체에도 강한 면모를 보여요. 코로나19 시기에도 K-팝 산업이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강력한 팬덤 덕분이었다는 해석이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