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에 입학해 첫 중간고사를 치르고 이제 다음 시험을 향해 달리는 시기, “선생님, 수학을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나요?”라고 묻는 1학년생이 유독 많습니다. 절박함과 동시에 뜨거운 열망이 담긴 이 질문에 답하고자, 그동안 수업 시간에 강조해온 수학 공부 노하우를 생글생글 독자들과 나누려 합니다.
메타인지의 중요성

누구보다 성실하게 온종일 책상에 앉아 있는데도 도무지 수학 성적이 오르지 않아 고민하던 학생이 있었습니다. 야간자율학습 하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봤더니 원인이 명확했습니다. 자신의 수준보다 한참 낮은, 풀면 무조건 다 맞히는 쉬운 문제만 성실하게 풀고 있었던 것입니다. 채점할 때 동그라미가 가득하면 마음이 편해지고 공부를 많이 했다는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것은 착각이고, 실력이 자라나는 진짜 공부가 아니었습니다.
수학 공부에서는 쉬운 문제 10문제를 기분 좋게 푸는 것보다, 나의 수준에서 딱 한 단계 높은 문제를 붙잡고 1시간 동안 단 한 문제를 풀기 위해 머리를 싸매는 것이 훨씬 가치 있습니다. 이를 실천하기 위해 필요한 무기가 바로 ‘메타인지(Metacognition)’입니다. 이는 내가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 정확하게 파악하는 능력입니다. 내가 편안함을 느끼는 수준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모르는 경계선을 냉정하게 짚어낼 수 있어야 진짜 실력이 오르는 공부를 시작할 수 있습니다.
살짝 높은 수준의 마법
교육학에서는 쉽게 풀 수 있는 문제집만 반복하는 상태를 경계합니다. 러시아 심리학자 레프 비고츠키(1896~1934)는 이를 ‘근접발달영역(ZPD)’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했습니다. 학습 영역은 혼자서도 다 맞히는 ‘편안한 영역’과 아무리 해도 못 푸는 ‘좌절 영역’이 있는데, 실력이 도약하는 황금 구간은 바로 그 사이에 있는 ‘살짝 높은 수준(ZPD)’이라는 것입니다. 타인의 힌트나 약간의 가이드를 받아 끙끙대면서도 해결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진짜 실력이 자랍니다.
언어학자 스테판 크라센(1941~)의 ‘i+1 가설’도 맥을 같이합니다. 현재 나의 실력을 ‘i’라고 한다면, 학습은 항상 내 수준보다 딱 한 단계 높은 ‘i+1’의 자극이 주어져야 합니다. 이미 아는 내용인 ‘i+0’만 반복하면 뇌는 정체되고, 너무 높은 ‘i+2’는 무력감만 줄 뿐입니다. 인지과학자 로버트 비요크(1939~)는 이를 ‘바람직한 어려움’이라 불렀습니다. 우리의 뇌는 약간의 스트레스를 받으며 머리를 싸매고 풀었을 때 그 지식을 장기기억으로 더 오래 강력하게 저장합니다.
350년 동안 풀리지 않던 난제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를 증명한 세계적 수학자 앤드루 와일스(1953~) 경은 수학 연구의 과정을 저택의 캄캄한 방에 들어서는 것에 비유했습니다. 처음엔 가구에 부딪히고 넘어지며 몇 달을 헤매지만, 점차 가구의 위치를 파악하고 마침내 전등 스위치를 찾는 순간 방 전체가 환해진다는 것입니다. 수학 성적은 단순히 앉아 있는 시간에 비례하지 않습니다. 가구에 정강이를 찧어 가며 암흑 속을 버텨내는 절대적인 인내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 어둠 속에서 스스로 스위치를 켜는 순간, 수학 실력은 한 단계 위로 완전히 ‘점프’하게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