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의 공연이 열리면 그 도시의 항공과 숙박, 식당 매출이 폭발적으로 증가합니다. 스위프트가 개최하는 월드 투어가 전 세계 도시의 지역 경제를 통째로 활성화하거든요. 가수가 움직이는 동선이 올림픽이나 슈퍼볼 같은 대형 스포츠 행사 수준의 경제 효과를 내자 학계에서도 진지하게 분석하게 됐고, ‘스위프트노믹스(Swiftonomics)’라는 신조어가 등장했습니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퀘스천프로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경제에 미친 스위프트 효과는 57억 달러(약 8조5900억 원)로 추정됩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닙니다. 현대경제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방탄소년단(BTS)은 연간 5조5000억 원의 경제 효과를 창출하며 국내총생산(GDP)의 0.3%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트로트 가수 임영웅의 팬덤인 ‘영웅시대’는 중장년층의 강력한 구매력을 바탕으로 ‘히어로노믹스’라는 신조어를 탄생시켰죠.
과거의 팬덤은 만들어진 콘텐츠를 수동적으로 수용하는 집단에 불과했어요. 그래서 팬덤 활동을 ‘덕질’로 치부하거나 ‘빠순이’나 ‘오타쿠’ 같은 비속어로 부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팬덤은 달라졌습니다. 단순한 소비 집단을 넘어 새로운 경제 흐름을 이끄는 핵심 주체로 부상했고, 생산자와 소비자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는 ‘프로슈머(Prosumer)’로 진화했어요. 팬들은 직접 2차 창작물을 제작해 소셜미디어(SNS)를 이용해 콘텐츠를 홍보하며, 기업의 마케팅 전략과 시장의 판도까지 좌우합니다.
지난해 세계적인 흥행을 기록한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대표적 사례입니다. 이 애니메이션에 빠진 사람들은 커버 댄스와 밈(meme), 팬아트, 챌린지 영상 등을 만들며 콘텐츠를 자발적으로 확산시켰어요. 팬들이 스스로 홍보와 생산까지 참여한 겁니다. 그 결과 빌보드 등 전 세계 음원 차트를 점령하는 것은 물론 막대한 부가가치를 창출하며 경제적 신드롬으로 이어지게 됐죠. 하나의 문화현상을 넘어 전 세계 뉴노멀로 자리 잡은 ‘팬덤 경제’에 대해 좀 더 알아볼게요.
'최애'를 좋아했을 뿐인데…경제가 움직였다 불경기 지갑 여는 팬덤 경제의 빛과 그림자

경제학적으로 접근해도 이 같은 현상은 중요한 패러다임의 변화입니다. 과거 수동적 소비자에 머물렀던 팬이 이제는 상품의 생산과 유통, 홍보의 전 과정을 주도하게 됐기 때문이죠. 이를 가리켜 ‘팬덤 경제(Fandom Economy)’ 혹은 ‘팬코노미(Fan+Economy)’라고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