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와 오보의 축제 광우병 시위 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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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위와 오보의 축제 광우병 시위 1년…

정재형 기자2009.04.28읽기 6원문 보기
#미국산 쇠고기 수입#광우병 사태#쇠고기시장 개방#시장 경쟁 효과#한우#원·달러 환율#낙인 효과#4대강 정비 사업

쇠고기시장 개방·경쟁 효과… 포털 책임 강화…PD수첩 광우병 오보 책임·진상규명은 '어물쩍' MBC PD수첩이 지난해 4월29일 '긴급 취재-미국산 쇠고기, 과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 편을 방영한 지 1년이 지났다. PD수첩은 미국산 쇠고기를 광우병 의심소로 연결시킨 선정적인 동영상과 아레사 빈슨의 사인을 둘러싼 의도적 오역 등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다. 그 방송을 본 시청자들은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광우병 공포에 사로잡혔다. 방영 사흘 후 촛불집회가 시작돼 이후 100여일간 서울 도심 일대에서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시위가 이어졌다.

'아직 15년밖에 못 살았어요'라는 피켓을 든 소녀부터 유모차를 끌고 나온 주부,나이 지긋한 시민들까지 모여들면서 처음에는 평화시위로 시작됐지만 결국은 폭력시위로 변질됐다. 정부가 미국과 재협상을 벌여 연령 30개월 이상 쇠고기를 수입하지 않기로 하는 등의 조치를 한 끝에 지난해 7월 미국산 쇠고기가 수입됐다. 판매 3개월 만인 지난해 10월까지 미국산 쇠고기는 1만6773t 수입돼 호주산(1만68t)을 제치고 수입 쇠고기 시장 1위를 차지했으나 이후 상승세가 꺾였다. 올 들어 3월까지 수입된 미국산 쇠고기는 1만7252t으로 호주산(2만4270t)의 70% 정도에 그치면서 다시 2위로 떨어졌다.

원 · 달러 환율이 오른 데다 광우병 사태로 인한 낙인(烙印) 효과가 아직 남은 탓으로 분석된다. 반면 "미국산이 들어오면 망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던 한우는 지금까지 선전하고 있다. 3월 전국 도매시장에서 거래된 한우는 4만7709마리로 지난해보다 32%,사육 마리수는 232만마리로 10% 늘었다. 가격은 지난해와 거의 같다. 소비자가 한우를 선택한 덕이다. 품질도 좋아져 3월에 높은 등급(1+ 이상)을 받은 한우의 비율은 28%로 지난해보다 2%포인트 늘었다. 광우병 사태를 겪은 후 한우의 위생 · 질병관리가 엄격해지면서 한우의 안전성에 대한 믿음도 높아졌다. 이것이 개방과 경쟁의 효과다.

광우병 관련 촛불시위가 촉발되는 데 큰 역할을 했던 인터넷도 나름의 개선책을 시행하고 있다. 광우병 촛불시위의 토론장이 됐던 다음 아고라는 토론방을 정화할 수 있는 조치를 내놨다. 반복적인 글로 게시판을 채우는 걸 막기 위해 게시글과 댓글 작성자의 인터넷주소(IP) 일부를 공개했고 토론방을 전면 개편해 찬반 주장 모두를 담을 수 있도록 했다. 하나의 ID로 글을 올릴 수 있는 게시글 수도 20개로 제한했다. 인터넷 게시글에 대한 포털의 책임을 강화하는 방안도 계속 논의되고 있다. 정부가 쇠고기 수입 재협상,원산지 표시 단속 등 여러 가지 대책을 추진하면서 적극적으로 국민들과 소통에 나선 것도 달라진 모습이다.

이명박 정부는 국민들이 반대하는 경부대운하도 추진하지 않기로 하고 대신 4대강 정비 사업으로 바꿨다. 정부의 홍보 조직을 정비해 각종 정책을 알리려는 노력을 강화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직 끝나지 않은 숙제도 있다. PD수첩은 100여일간 한국 사회에 '광우병 공포'를 가져왔는 데도 최소한의 진상 규명이 되지 않았고 책임지는 사람도 없다. PD수첩의 번역자 중 한 사람이었던 정지민씨가 제작진의 의도적 오역 실태를 폭로한 데 이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도 6가지 오역 등을 이유로 '시청자 사과 명령'을 내렸다. 농림수산식품부는 PD수첩의 과장 보도가 사회적 혼란을 야기했다며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MBC는 뉴스데스크를 통해 시청자에게 사과했으나 이후 진상 규명을 위한 사후 조치를 취하지 않았으며 검찰 수사로 인해 PD들이 체포되기도 했다. MBC는 실체 규명을 위해 필요한 검찰의 테이프 원본 제출과 제작진 출두 요구도 거부했다. 최근 검찰의 압수수색과 체포영장 집행은 자체 진상 조사를 하지 않은 MBC가 자초한 측면이 있다. 지난해 7월 논란이 불거졌을 당시 MBC는 대책회의를 갖고 "잘못 인정이나 사과를 하면 MBC에 대한 실망과 공격이 이어질 것이니 최대한 시간을 끈다"는 방침을 정했다. "사내 심의를 하면 보도가 잘못됐다는 인식을 준다"며 자체 조사도 하지 않기로 했다.

선진국에서 이 같은 사안은 외부 전문가에게 조사를 맡긴 뒤 결과를 공개하고 있다. 지난해 일본 NHK 기자 등이 증권가 정보를 알아내 주식투자를 해 물의를 빚자 NHK는 외부 전문가가 참여한 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사건의 전모를 파헤친 보고서를 발표했다. 2003년 영국 BBC는 정부가 이라크전 정보를 정부에 유리하게 왜곡했다고 보도했다가 '허위보도' 논란에 휩싸였고 그 와중에 취재원으로 지목된 정부 인사가 자살했다. 영국 정부는 퇴임 판사 허튼이 이끄는 허튼위원회를 구성해 조사를 맡겼다. 6개월 조사 끝에 "BBC가 취재원 정보의 진위를 파악하지 않은 오보"라고 결론나자 BBC 이사장과 사장은 동반 사퇴했다.

올해 초 용산 철거민 참사에서 보듯이 불법 시위,폭력 시위도 여전히 문제로 남아있다. "평화적 집회는 최대한 보장하되 불법 시위로 변질되면 해산보다는 즉각 체포 위주의 단속을 벌이겠다"고 하는 정부와 공안당국의 엄포도 똑같다. 민주주의를 표방하는 미국의 경찰은 시위대가 폴리스 라인(저지선)을 넘기만 해도 방망이로 짐승 패듯 하고 수갑을 채운다. 최근 집권 민주당 소속 의원 5명이 시위를 벌이다 경찰의 해산 명령을 어기고 저지선을 넘었다는 이유로 체포돼 수갑이 채워진 채 구금된 사실이 좋은 사례다. 불법 · 폭력시위는 법치주의를 뿌리째 흔들어 사회체제를 와해시키기 때문에 경계해야 하는 것이다.

문제가 있다면 폭력 · 불법을 멀리하고 정상적인 절차로 푸는 법을 몸에 익혀야 한다.

정재형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j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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