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화부족 메우려 ‘돈’ 더 달라 협박… PSI 트집 잡아 군사도발 위협도 북한이 21일 남북 당국자 간 '개성 접촉'에서 숨겨두었던 검은 속내를 내비쳤다.
이번 접촉은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남한 당국자가 북한 땅을 밟는다는 데 의미가 있다.
일각에서는 악화일로를 걸어 온 남북 관계에 숨통이 트이는 게 아니냐는 낙관론도 제기됐다.
하지만 북한이 우리 정부에 일방적으로 통보한 내용은 이러한 기대를 철저히 저버렸다.
북한은 "개성공업지구 사업을 위해 남측에 주었던 모든 제도적인 특혜 조치들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하겠다"며 북측 노동자들의 임금을 현실에 맞게 재조정할 것과 당초 10년간 부여했던 토지사용료 유예기간을 6년으로 앞당겨 내년부터 적용할 것을 요구했다.
장거리 로켓 발사와 6자회담 불참 선언 등 일련의 대남 압박 조치들이 '돈' 문제와 관련이 있음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 결국은 '돈' 문제
개성공단은 북한의 어려운 경제 현실 속에 '오아시스' 같은 존재다.
관광객 피살 사건으로 인한 금강산 관광 차질과 대북 제재 논의 등으로 외화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북한으로서는 개성공단은 유일한 달러 공급처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 개성공단에서 근무하고 있는 북측 근로자 3만8000여명은 매달 1인당 73달러 정도를 받아 연간 3352만달러(450여억원)에 달하는 외화를 벌어들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문제는 사용처다.
개성공단 수입 중 상당액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통치자금이나 인민군 유지 비용으로 들어간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결국 장거리 로켓 발사와 군비 증강 등에 막대한 돈을 쏟아부은 북한이 그 손실액을 개성공단 압박 카드를 이용, 남북관계 경색의 최대 피해국인 남한에서 충당하려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이 우리 정부의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전면 참여를 강하게 반대하는 것도 비슷한 이유일 가능성이 크다.
PSI는 테러 및 대량살상무기의 국제적 확산을 방지할 목적으로 의심 선박이 PSI 회원국 영해로 들어올 경우 수색과 검문을 강화하는 것이다.
북한은 우리 정부가 PSI 전면 참여를 선언할 경우 이를 '선전포고'로 간주하고 즉각 보복하겠다며 으름장을 놓았다.
하지만 내막을 살펴보면 북한의 반발은 무기 판매 루트를 지키기 위한 몸부림일 가능성이 높다.
북한은 지난해 무기 수출로 1억달러 이상을 벌어들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북한의 대외 수출 규모가 11억1160만달러였던 것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액수다.
무기 판매 수입은 고스란히 김 위원장의 통치자금과 군비 확장을 위해 사용된것으로 추정된다.
남한의 PSI 참여는 한 국가의 PSI 의미를 뛰어넘는 상징적인 조치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부담을 느낀 북한의 반발이 예상보다 거센 것으로 분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