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모델(plamodel·플라스틱 조립식 모형 장난감) 전문점 앞에는 매장에 재생되는 만화영화에 발걸음을 멈추는 사람들이 많다. 주로 10대지만 20~30대도 상당수 눈에 띈다. 이들은 성인이지만 어렸을 적 향수를 찾는 ‘키덜트족’이다. 프라모델은 평균 10만원이 넘는다. 하지만 키덜트족들은 돈을 아끼지 않고 수집한다. 프라모델 마니아인 이명선 씨(32)는 “관심없는 사람들이 보기에는 똑같은 건담 프라모델이라도 수많은 버전이 있어 계속해서 구매한다”고 말했다. 키덜트족은 이제 기업의 새로운 마케팅 타깃으로 부상했다. 능동적으로 삶의 재미와 여가 활동을 추구하는 20~40대로 경제적 여유까지 갖춘 신 소비계층이기 때문이다. 이들의 등장은 한국뿐 아니라 미국 영국 프랑스 일본 등 주요 선진국과 중국에서도 공통 현상이다. 프랑스의 경우 키덜트 축제가 있을 만큼 키덜트 문화가 꽃을 피우고 있다. 어린 시절 감성 간직
스마트폰은 물론 태블릿 PC에도 토끼 귀가 튀어나온 커버를 씌우거나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모으는 성인들이 주변에서 심심치 않게 눈에 띈다. 요즘 유행하는 패션디자인에서도 후드티에 동물 귀나 날개 모양이 달려 있는 상의 등이 인기를 끈다. 어린 시절 ‘붕붕카’를 연상시키는 폭스바겐 비틀 ‘미니’의 인기도 키덜트의 영향이다. 일본 닛산의 ‘큐브’, 기아의 ‘쏘울’ ‘레이’ 등 귀여운 차량 디자인도 모두 키덜트 감성을 보여준다.
키덜트는 키드(kid·아이)와 어덜트(adult·어른)의 합성어다. 어른이지만 여전히 어렸을 적 감성을 간직한 성인들을 일컫는다. 20~40대의 성인들이 어린 시절 경험했던 여러 가지 향수를 잊지 못하고 그 경험을 다시 소비하고자 하는 현상이다. 영화 소설 패션 애니메이션 광고 등 소비문화 전 영역에서 문화 신드롬으로 확산되고 있다.
키덜트의 특징은 유치할 정도로 천진난만하고 재미있는 것을 추구한다는 점이다. 사실 2000년대 초반 키덜트란 말이 처음 등장했을 때만 하더라도 ‘아직 성숙하지 못한 어른’ 같은 부정적 뉘안스가 담겨 있었다. 하지만 최근 키덜트족을 ‘능동적으로 삶을 즐기는 사람’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많아졌다.
경제적 여유+재미 추구
유년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만화영화나 물건을 보면 누구나 마음 한구석이 푸근해지기 마련이다. 이에 착안해 향수를 자극하는 키덜트 마케팅이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소비력을 갖춘 어른들의 향수 자극은 기업에 매우 효과적인 마케팅 전략이 됐다.
프라모델, 무선 조종 자동차, 애니메이션 캐릭터 제품 등이 주요 키덜트 상품이다. 사람인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키덜트족의 관심분야(복수응답)는 만화책과 애니메이션이 1위를 차지했고 프라모델(27.6%)이 뒤를 이었다. 이 밖에 무선 자동차와 비행기가 18.9%, 캐릭터 제품(푸우 헬로키티 등)이 18.2%였다. 피규어와 미니어처(17.1%), 퍼즐(13.5%)도 상위권을 차지했다. 이에 따라 관련 산업도 급성장하고 있다. 국내 키덜트 산업 시장 규모는 연 5000억원으로 파악된다. 이 가운데 700억원이 로봇 자동차 비행기 장갑차 모형 등을 통칭하는 프라모델 산업이다.
인형 수집도 더 이상 아이들만의 취미가 아니다. 실제 모형을 정교하게 축소해 만든 일명 피겨는 개당 수십만원을 호가하지만 경제력 있는 어른들의 고급 취미가 됐다. 피겨 수집과 관련된 동호회만도 전국에 300개 넘게 활동 중이다.
패션·영화·대중음악계도 주목
키덜트 문화가 부쩍 주목받는 이유는 관련 산업뿐만 아니라 타 산업에서도 키덜트 코드가 ‘대박’을 치고 있기 때문이다. 패션·영화·대중문화계에서도 키덜트 감성을 자극하는 전략으로 상품 흥행을 유도한다. 유행을 선도하는 패션업계에서는 꽤 오래전부터 키덜트 코드를 활용하고 있다.
명품 브랜드들도 브랜드 특유의 디자인 전통을 깨고 애니메이션 그래피티 제품을 내놓는가 하면 동물 모양을 넣은 가방 의류 등을 선보이면서 귀여움을 강조한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은 우리나라 애니메이션 사상 처음으로 1000만 관객을 동원했다. 어른들을 위한 동화라는 콘셉트 때문인지 애니메이션이지만 이례적으로 성인 관객층이 두터웠다. 가족 관객뿐만 아니라 20~30대 관객도 많아 전체 성인 관객의 40% 이상을 차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