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수출이 올해 사상 처음으로 7000억 달러 고지에 오를 전망입니다. 1956년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이후 69년 만에 이뤄낸 성과입니다. 확정치는 내년 초에 나오지만, 지난달까지의 누적 실적이 이런 기대를 갖게 합니다. 올 1~11월 수출액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2.9% 늘어난 6402억 달러로 집계되며 3년 만에 사상 최대를 기록했습니다.
올해는 침체된 민간 소비(내수)의 회복세가 유난히 더뎠습니다. 그러다 보니 연간 경제성장률이 1.0% 언저리에서 결정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죠. 만약 수출이 역대급으로 좋지 않았다면 어땠을지 아찔할 정도입니다.
사상 최대 수출은 트럼프발 관세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반도체 시장이 대호황을 보인 덕분입니다. 하지만 반도체를 빼고 나면 수출 실적은 크게 쪼그라듭니다. 올 들어 11월까지 반도체를 제외한 수출은 487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 감소했습니다. 철강·석유화학·2차전지 등 산업의 수출이 부진한 결과입니다. 사상 최대 수출 이면에 드리워진 그늘이란 표현이 맞을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였습니다. 수출을 통해 나라 경제를 살찌웠고 고도성장이 가능했죠. 지금은 그런 단계를 지났다고 하지만, 무역 활동의 중요성은 여전합니다. 과거 우리나라의 수출주도 성장 전략은 어떠했고, 지금은 내수와 수출이 어느 정도 역할을 하고 있으며, 수출 분야의 개선 과제는 무엇인지 4·5면에서 살펴보겠습니다.
기술 축적 가능케 한 수출주도 성장 전략이젠 내수와 균형 맞추는 과제 중요하죠

‘수출주도 성장(export-led growth)’이라고 들어보셨죠? 이는 1960년대부터 시작된 우리나라의 경제발전 전략이었습니다. 이 역사부터 간단히 살펴보는 것으로 공부를 시작해보겠습니다.
국제경제기구도 인정한 전략
우리나라는 1960년대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연평균 8~10%의 고도성장을 했습니다. 여기엔 수출이 가장 큰 ‘효자’였습니다. 국내총생산(GDP) 가운데 수출 비중은 1950년대엔 1%도 되지 않았어요. 이게 1970년대 약 10%, 1980년대 30%대, 그리고 2000년 이후엔 40% 이상으로 높아졌습니다. 수출이 저개발국 한국을 신흥 고속성장 국가로 바꿔놓은 거죠. 여기서 빠뜨려선 안 될 게 하나 더 있습니다. 수출을 통해 기술과 경영 노하우 축적, 외환(달러화) 확보, 고급 인적자본 육성도 가능했습니다.
경제발전 이론 가운데 ‘내생적 성장 이론(Endogenous Growth Theory)’에 대해 생글생글에서 여러 번 소개했습니다. 전통적 경제발전 이론인 신고전학파의 솔로 모형은 기술 진보가 성장의 원동력이란 점은 밝히면서도 왜, 그리고 어떻게 기술 진보가 일어나는지 모형 안에서 설명하진 못했습니다. 1980년대 후반에 등장한 내생적 성장 이론은 경제성장의 핵심 요인인 기술 진보나 지식의 확산을 경제주체의 이윤극대화 욕구에 의해 발생하는 내생적 요인으로 간주합니다. 그래서 연구개발(R&D) 투자, 인적자본 및 지식에 대한 투자, 혁신 등이 경제성장을 위해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우리나라는 수출을 통해 이런 요소들을 크게 키울 수 있었습니다. 특히 일본에서 각종 중간재와 장비를 수입하고 이를 바탕으로 최종 생산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학습효과(learning-by-exporting)가 컸고, 기술 축적으로 이어졌습니다. 당시로선 한국의 수출 성장전략이 자원배분의 효율성과 고(高)성장, 경제 체력 강화를 위한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IMF)도 인정했습니다.
‘경제 엔진’ 바통 넘겨받은 내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