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에 크게 유행한 단어 중 하나가 ‘모빌리티(mobility, 이동성)’입니다. 공간과 공간을 잇는 교통수단에 빅데이터·인공지능(AI) 등 정보통신기술(ICT)을 적용함으로써 ‘이동의 미래’를 펼쳐 보이고 있습니다. 이것이 밖으로는 전기자동차와 자율주행차에 대한 기대와 기술개발 투자로 나타났죠.
그런데 질주하던 전기차와 자율주행차에 급제동이 걸리고 있습니다. 세계 자동차 제조 기업들이 속속 전기차 생산 속도를 늦추고, 자율주행차 기술개발과 투자를 중단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겁니다. 지난달 말에는 애플이 10년간 공들여온 자율주행차 ‘애플카’ 개발의 전면 중단을 선언해 업계와 투자자들은 물론, 관심 있게 지켜본 소비자에게 큰 충격을 안겼습니다.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개발이 잠시 주춤하는 건지, 이대로 시동이 꺼지고 마는 건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생글생글은 지난호 커버스토리에서 AI 기술 발전이 충분한 전력공급 여하에 달렸다고 전했습니다. 급증하는 전기 수요의 또 다른 한 축은 바로 모빌리티 기술입니다. 생글생글이 ‘애플카 개발 전면 중단’이란 뉴스에 주목하며 첨단 기술의 미래를 파고드는 커버스토리를 연속으로 준비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왜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개발에 브레이크가 걸리고 있는지, 기술 발전에서 시장의 필요(needs)와 수요 기반이 얼마나 중요한지 등을 4·5면에서 살펴보겠습니다.
애플카 중단 충격…자율주행 기술은 꿈일까자동차 회사들 '전기차 올인' 전략 급브레이크
자율주행 전기차인 애플카 프로젝트의 중단은 사실상 폐기나 다름없습니다. 문제는 운전자 개입 없이 완전히 차량 스스로가 자율주행하는 ‘꿈’을 내려놓았다는 사실입니다. 전기차는 언젠가 가장 보편적인 이동 수단이 될 수 있지만, 과연 자율주행이 가능할지 근본적인 물음을 던졌다는 점에서 예사롭지 않습니다.
자율주행차·전기차 모두 ‘일단 멈춤’
애플은 개발 중인 애플카에 대해 “모든 인공지능(AI) 프로젝트의 어머니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습니다. 자율주행차가 곧 AI라는 얘기죠. 핸들도 없고, 가속페달과 브레이크페달도 없는 그야말로 완전한 자율주행차를 개발하려 꿈꿨는데, 아쉽게도 10년간 쏟아부은 수십억 달러만 날린 셈입니다. “빅테크 기업 역사상 가장 큰 실패”라는 평가가 나올 만하죠.
애플만이 아닙니다. 미국 포드와 독일 폭스바겐의 자율주행 합작사 아르고AI는 포드의 투자 중단으로 2022년 말 아예 회사 문을 닫았습니다. 포드는 운전자 보조시스템을 강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돌렸죠. 미국 제너럴모터스(GM)는 자율주행 자회사 크루즈에 대한 올해 투자금을 10억 달러(약 1조3400억 원) 삭감하기로 했고, 현대차와 자율주행 합작사인 모셔널을 세운 미국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앱티브는 모셔널에 대한 추가 투자(유상증자)를 포기하기도 했습니다.
주요 자동차 회사들은 전기차 생산 목표를 줄이고, 요즘 사람들이 많이 찾는 하이브리드 차(내연기관과 전기차 양쪽 기능을 모두 가진 차)의 차종을 늘리고 생산량도 확대하는 추세입니다. 예를 들어, 벤츠는 2025년까지 전기차 판매 비중을 50% 이상 늘린다는 목표를 5년 뒤로 미루고, 생산 품목을 하이브리드 등으로 채우기로 했지요. 포드도 향후 5년간 하이브리드 차 생산을 4배 늘린다는 방침입니다. 모두들 ‘전기차 올인 전략’을 수정하는 건데요, 우리나라 현대차는 어떻게 대응할지 궁금합니다.
더딘 기술개발, 수요 부진이 문제
자율주행차의 ‘일단 멈춤’에는 더딘 기술개발 속도가 화근이 됐어요. ‘과연 완전한 자율주행 기술의 구현이 가능할까’라는 의구심이 커진 겁니다. 애플은 당초 2025년 애플카 출시를 기대했지만 2026년으로 한 차례 미뤘습니다. 성능도 레벨5에서 레벨4로, 다시 레벨2플러스로 하향 수정했다고 합니다. 자율주행차가 미국 내에서 한 해 수십 건의 교통사고를 내고 사람을 다치게 한 것도 부정적 인식을 키웠죠. 미국 샌프란시스코 주민들은 구글의 웨이모 자율주행차에 불을 질러 차량이 전소된 적도 있어요.
자율주행차는 AI 딥러닝(deep-learning)을 통해 여러 교통 상황을 학습한다지만, 이는 ‘암기’하는 수준일 뿐이란 지적도 많습니다. 실제 도로에서 벌어질 경우의 수와 상황은 무한대에 가까워 이론적으로 안전한 완전자율주행이 불가능하고, 운전자의 통제 없이 차량 시스템이 완전히 운전을 도맡는 레벨4 기술의 구현은 어렵다는 회의론이 나옵니다. 이러니 자율주행차 개발에 쏟아져 들어오던 투자 돈줄도 점점 말라가고 있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