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과 국가경쟁력, 하드파워만으론 부족…'신뢰' 중요한 AI시대에 소프트파워 급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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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과 국가경쟁력, 하드파워만으론 부족…'신뢰' 중요한 AI시대에 소프트파워 급부상

장규호 기자2026.03.19읽기 5원문 보기
#소프트파워(soft power)#하드파워(hard power)#조지프 나이#외국인직접투자(FDI)#스마트파워(smart power)#Global Soft Power Index(GSPI)#신뢰(trust)#국가경쟁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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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파워(soft power)란 국제정치학자 조지프 나이가 1990년대부터 주창해온 개념입니다. 그는 군사력, 경제력 같은 하드파워만으로는 21세기의 국제정치 현상을 설명할 수 없다고 주장합니다. 문화와 정치적 가치(민주주의, 인권 등), 대외정책(국제규범 준수, 다자주의 등)에서 매력을 발산하는 소프트파워가 더 중요해졌다는 얘기입니다. 과거 소련의 스탈린은 교황이 사단을 몇 개나 갖고 있느냐고 비웃었지만, 교황청은 오늘도 건재하고 소련은 사라졌다는 사실이 하나의 예화로 소개됩니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미국 아카데미상을 받자 가수이자 작사가 이재(가운데)가 기뻐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완력보다 마음 사로잡는 매력조금 더 들여다볼까요? 조지프 나이는 ‘권력(power)’을 내가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타인의 행동을 바꾸는 능력이라고 정의합니다. 그 수단으로 △강제(coercion) △보상(payment) △매력·설득(attraction)이 있는데, 세 번째가 바로 소프트파워입니다. 하드파워가 다른 사람의 팔을 비트는 힘이라면, 소프트파워는 마음을 사로잡는 힘입니다. 결국 소프트파워는 ‘내가 원하는 것을 상대가 스스로 원하게 만드는 능력’이고, 소프트파워 강국은 ‘사람들이 좋아하고 모방하고 싶어 하는 나라’라고 볼 수 있습니다.

소프트파워는 한 나라의 외국인직접투자(FDI)와 관광객 유입을 늘리며 경제성장과 국가경쟁력 강화에 긍정적 효과를 갖는다는 실증 연구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영국 에든버러대-영국문화원의 공동연구에 따르면 특정 국가의 문화원이 진출한 국가 수가 1% 늘어나면 그 나라로 들어오는 FDI가 0.66%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국제기구 이코노미스트를 지낸 세르한 제비크 등 연구자는 2025년 논문(Guns and Roses: Hard Power, Soft Power and Economic Growth)에서 하드파워는 경제성장에 양(+)의 상관관계를 보이지 않거나 오히려 음(-)의 관계를 보이는 반면, 소프트파워는 특히 개발도상국에서 성장 기여도가 크다는 사실을 입증했습니다. 세계 각국의 소프트파워는 국제통화기금(IMF)의 GSPI(Global Soft Power Index), 민간의 브랜드파이낸스 GSPI, 소프트파워30 등 지수에서 비교해볼 수 있어요.

올해 브랜드파이낸스 GSPI 국가 순위는 미국, 중국, 일본, 영국, 독일, 프랑스, 스위스 순입니다. 우리나라는 11위로, 2020년의 20위권에서 계속 상승 중입니다. 분산되는 권력과 소프트파워인공지능(AI) 시대엔 소프트파워의 가치가 어떻게 될까요? 실마리는 나이의 저작 속에 있습니다. 그는 저서 <권력의 미래(The Future of Power)>에서 정보화 시대에는 소프트파워, 하드파워만으론 부족하며, 강압과 설득을 결합한 ‘스마트파워(smart power) 전략’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인구·영토·군사력만이 아니라 네트워크를 만들고 타인을 설득하는 능력을 기르는, 이른바 소프트파워와 하드파워의 최적 조합이 현대 국가전략의 핵심이라고 설명합니다. 그러면서 “기술 발전은 더 작은 행위자들도 글로벌 무대에서 경쟁할 수 있게 해주는 권력의 분산을 가져온다”고 갈파했습니다. AI 시대는 ‘누가 가장 강한 AI를 갖느냐’의 경쟁에서 ‘누구의 AI를 세계가 믿고 자발적으로 쓰느냐’의 경쟁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고성능의 AI 모델과 시스템이 있다고 해도 감시나 프라이버시 침해, 알고리즘 편향, 강제적인 기능 사용 등 문제가 있다면 세계 각국이 채택하지 않습니다.

AI 시대의 리더십은 다른 나라와 기업, 개인들이 자발적으로 채택하는 AI 모델을 구축함으로써 글로벌 영향력을 키우는 것입니다. 이를 다시 표현하면 신뢰(trust)야말로 AI 시대 소프트파워의 ‘핵심 화폐’라고 할 수 있습니다. 미국의 랜드연구소도 예언합니다. 컴퓨팅 파워가 확대되고 오픈소스 방식으로 기술이 개방되면서 영향력 큰 AI 모델을 개발하는 능력은 점점 더 분산될 것이고, 단일 강대국이 AI를 독점하는 시대는 끝날 것이라고 말입니다.

장규호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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