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방탄소년단(BTS)의 공연은 군 복무로 흩어졌던 K-팝 스타가 돌아왔다는 이상의 의미가 있었습니다. 전 세계 190개국에 생중계되면서 서울의 문화적 위상과 도시 브랜드 가치를 한 단계 높이는 계기가 됐습니다. 광화문이라는 상징적 공간에서 펼쳐진 무대는 서울이 전통과 현대, 대중문화와 세계성을 아우르는 도시임을 각인시켰죠. 앞서 골든글로브상과 그래미상을 휩쓴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영예의 아카데미상 2관왕에 오르는 쾌거가 전해지기도 했습니다.
중동에선 미사일이 날아다니고, 우크라이나에선 총성이 아직 멎지 않고 있습니다. 미국의 관세전쟁은 실제 전쟁을 방불케 합니다. 군사력과 경제력을 바탕으로 한 하드파워(hard power) 대결이 어느 때보다 뜨거운 시기에 K-컬처는 지구촌의 갈등을 집어삼키는 용광로가 되고 있습니다. 소프트파워(soft power)야말로 세계를 평화와 번영으로 이끄는 힘이라는 생각을 하게 합니다.
인공지능(AI) 시대엔 기술에 대한 ‘신뢰’가 중요합니다. 아무리 성능이 뛰어나더라도 프라이버시 침해나 강제적 기능 사용 같은 문제가 있다면 세계인은 그 AI 모델과 시스템을 채택하지 않습니다. 이런 신뢰 또한 소프트파워의 영역입니다. 소프트파워가 무엇이고, AI 시대에 소프트파워가 왜 더 중요해지는지, 우리나라의 경쟁력은 어떤지 4·5면에서 살펴보겠습니다.
성장과 국가경쟁력, 하드파워만으론 부족'신뢰' 중요한 AI시대에 소프트파워 급부상

소프트파워(soft power)란 국제정치학자 조지프 나이가 1990년대부터 주창해온 개념입니다. 그는 군사력, 경제력 같은 하드파워만으로는 21세기의 국제정치 현상을 설명할 수 없다고 주장합니다. 문화와 정치적 가치(민주주의, 인권 등), 대외정책(국제규범 준수, 다자주의 등)에서 매력을 발산하는 소프트파워가 더 중요해졌다는 얘기입니다. 과거 소련의 스탈린은 교황이 사단을 몇 개나 갖고 있느냐고 비웃었지만, 교황청은 오늘도 건재하고 소련은 사라졌다는 사실이 하나의 예화로 소개됩니다.
완력보다 마음 사로잡는 매력
조금 더 들여다볼까요? 조지프 나이는 ‘권력(power)’을 내가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타인의 행동을 바꾸는 능력이라고 정의합니다. 그 수단으로 △강제(coercion) △보상(payment) △매력·설득(attraction)이 있는데, 세 번째가 바로 소프트파워입니다. 하드파워가 다른 사람의 팔을 비트는 힘이라면, 소프트파워는 마음을 사로잡는 힘입니다. 결국 소프트파워는 ‘내가 원하는 것을 상대가 스스로 원하게 만드는 능력’이고, 소프트파워 강국은 ‘사람들이 좋아하고 모방하고 싶어 하는 나라’라고 볼 수 있습니다.
소프트파워는 한 나라의 외국인직접투자(FDI)와 관광객 유입을 늘리며 경제성장과 국가경쟁력 강화에 긍정적 효과를 갖는다는 실증 연구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영국 에든버러대-영국문화원의 공동연구에 따르면 특정 국가의 문화원이 진출한 국가 수가 1% 늘어나면 그 나라로 들어오는 FDI가 0.66%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국제기구 이코노미스트를 지낸 세르한 제비크 등 연구자는 2025년 논문(Guns and Roses: Hard Power, Soft Power and Economic Growth)에서 하드파워는 경제성장에 양(+)의 상관관계를 보이지 않거나 오히려 음(-)의 관계를 보이는 반면, 소프트파워는 특히 개발도상국에서 성장 기여도가 크다는 사실을 입증했습니다.
세계 각국의 소프트파워는 국제통화기금(IMF)의 GSPI(Global Soft Power Index), 민간의 브랜드파이낸스 GSPI, 소프트파워30 등 지수에서 비교해볼 수 있어요. 올해 브랜드파이낸스 GSPI 국가 순위는 미국, 중국, 일본, 영국, 독일, 프랑스, 스위스 순입니다. 우리나라는 11위로, 2020년의 20위권에서 계속 상승 중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