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 밍크'에서 최첨단 반도체까지…세계가 부러워하는 한국 무역의 변신
커버스토리

'코리안 밍크'에서 최첨단 반도체까지…세계가 부러워하는 한국 무역의 변신

고기완 기자2021.12.16읽기 5원문 보기
#경제개발계획#수출주도형 성장#중화학공업 육성#산업 구조 고도화#무역액 1조달러#반도체#석유화학제품#부가가치 상향

Cover Story

1960년대 지구상에 한국보다 가난한 나라는 없었습니다. 일제 강점과 6·25전쟁으로 폐허가 된 나라가 잘살 턱이 없었죠. 케냐, 에티오피아 같은 아프리카 나라들보다 못살았죠. 하루 세 끼는커녕 끼니를 굶는 청소년들이 허다했습니다. 이 집 저 집 다니면서 밥을 구걸하는 사람도 참 많았습니다. 1960년대 초 정부는 가난을 극복하기 위해 경제개발계획을 세우고, “이 민족에게도 살길이 있을 것이다” “수출만이 살길이다”는 구호를 지어 진군하기 시작했습니다. 원조에 의존했던 한국은 지금처럼 원자재를 수입해서 물건을 만든 뒤 내다 팔 처지가 아니었습니다. 이 땅에서 나는 단순한 것들을 해외에 내다 파는 게 전부였죠.

특별한 기술과 자본이 들지 않는 미곡(쌀), 가발 같은 것들이 주력 수출품이었습니다. 주먹구구식으론 안 된다고 본 정부는 아예 수출기업을 키우는 공단을 만들었습니다. 1965년 말까지 정부는 섬유업종을 중심으로 300개 중소기업을 수출업체로 바꿨습니다. 지금은 사라지고 없지만 서울 구로공단은 대표적인 수출산업공단이었습니다. 정부는 1965년부터 15년간 매달 수출확대회의를 열었습니다. 수출 실적, 품목별 수출 실적, 나라별 수출 실적을 매달 점검했고 수출을 방해하는 문제점은 즉석에서 해결했습니다. ‘초강력 울트라 캡숑’ 수출 정책이었습니다.

오죽하면 쥐 가죽으로 ‘코리안 밍크’를 만들어 수출했겠습니까?1차 상품, 섬유 상품으로는 빈곤 탈출이 어려웠습니다. 정부는 1973년부터 한국의 운명을 바꿔놓을 ‘대전환’을 시도했습니다. 철강, 조선, 기계, 석유화학과 같은 중화학공업 육성으로 산업 구조를 바꾼 겁니다. 중화학공업 제품 생산이 늘자 우리나라의 수출 규모와 양상이 획기적으로 달라졌습니다. 1977년 드디어 수출 100억달러를 넘어섰습니다. 국민들은 100억달러만 달성되면, 놀고 먹으며 살 줄 알았습니다. 꿈의 100억달러였죠. 당시 세계는 한국이 100억달러 수출을 달성하기 어려울 것으로 봤었죠.

한국 무역의 체질이 본격적인 도약단계(take-off)에 접어들자, 수출은 더 증가했습니다. 12년 만인 1995년 1000억달러 수출을 찍었습니다. 1995년 11월 30일 ‘수출의 날’이 ‘무역의 날’로 바뀌었습니다. 무역은 수출과 수입이 모두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은 결과입니다. 장사가 주고받는 것이듯, 무역도 수출과 수입이 동시에 증가해야 좋은 거죠. 이후 우리는 수출액만을 강조하지 않는 무역국가가 됐습니다. 2011년 우리는 세계 아홉 번째로 무역액(수출+수입) 1조달러를 돌파했습니다. ‘무역 1조달러 클럽’에 가입한 나라가 세계에서 아홉 나라뿐이라니 놀랍죠?

지금 우리는 더 높은 부가가치를 자랑하는 석유화학제품, 철강, 무선통신기기, 반도체, 자동차를 주로 수출합니다. 쌀, 쥐 가죽, 가발, 섬유제품을 내다 팔려고 갖은 고생을 다했던 나라가 더이상 아닙니다. 무역협회 조사에 따르면, 올해 석유화학제품 수출 증가율은 무려 54%에 달한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는 원유를 끌어올려 파는 산유국은 아니지만, 원유를 수입해 고급 기름으로 정제한 뒤 비싸게 되파는 일종의 석유 수출국이랍니다. 원유 정제 가공 기술이 세계 톱이죠. 원유를 가공하면 어마어마한 종류의 화학제품이 쏟아져 나온답니다. 철강 기술도 탁월해서 올해 수출액이 29% 증가할 것이라고 무협은 내다봤습니다.

‘산업의 쌀’이라는 반도체는 24% 증가율을 보일 것이라고 합니다. 자동차 역시 24% 증가세가 예상됩니다. 세계 나라들이 깜짝 놀라는 것이 바로 이런 수출 품목입니다. ‘코리안 밍크’를 팔던 한국이 어떻게 이렇게 변했냐는 것이죠. 하지만 무역의 세계에선 ‘졸면 죽습니다’. 세상에는 추격자들이 많은 법이지요. 제2의 한국이 되겠다는 나라가 우리 뒤에서 쫓아오고 있습니다. 요즘 한국은 후발주자들의 추격을 뿌리치고, 선진국을 따라잡기 위해 차세대 반도체, 바이오헬스, 차세대 디스플레이, 첨단 소재, 친환경 자동차, 로봇 같은 새 품목을 주력 수출업종으로 키우는 중입니다. 지금은 그 중심에 정부가 아니라 기업이 있습니다.

고기완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AI 퀴즈

이 기사로 1분 퀴즈 풀기

객관식 3문항 · 즉시 채점

광고Google AdSense — 728×90

🔗 본문 속 개념

📚 함께 읽으면 좋은 기사

커버스토리

12월 5일은 무역의 날, 대한민국 수출이 흔들린다는데

한국은 1964년 수출 1억달러를 기념해 무역의 날을 제정했으며, 현재 세계 6위의 수출 강국으로 GDP의 43%를 수출에 의존하고 있다. 그러나 올해 들어 수출 증가율이 1분기 9.8%에서 3분기 1.7%로 급락했고, 자동차·조선·디스플레이·반도체 등 주력업종의 부진으로 수출 둔화가 심화되고 있어 경제 성장에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18.11.29

수출 늘어나고 기업 실적도 예상보다 좋아요!
커버스토리

수출 늘어나고 기업 실적도 예상보다 좋아요!

한국 경제가 우려만큼 나쁘지 않은 신호를 보이고 있는데, 수출이 3개월 연속 증가하며 1월에는 전년 동기 대비 11.2% 증가했고 반도체 수출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기업 실적도 예상을 뛰어넘어 상장회사 영업이익이 사상 최대인 140조원을 넘었으며, 1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올린 기업도 역대 최다인 37곳에 달했다. 다만 국내 소비심리 위축과 트럼프 정부의 미국 우선주의 정책이 경기 회복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2017.02.09

고교생도 읽을 수 있는 '쉽게 쓴' 반도체 스토리
이근미 작가의 BOOK STORY

고교생도 읽을 수 있는 '쉽게 쓴' 반도체 스토리

반도체는 국가 경제와 기술 발전의 핵심 산업으로, 진공관을 대체하면서 컴퓨터와 스마트폰 등 현대 기술의 발전을 주도해왔다. 이 책은 반도체 소자의 역사와 원리를 고등학생도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설명하며, 반도체 산업뿐 아니라 소재·부품·장비 등 고부가가치 산업에 대한 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2022.08.25

"제2의 반도체 잡아라"…세계는 전기차 배터리 '전쟁'
커버스토리

"제2의 반도체 잡아라"…세계는 전기차 배터리 '전쟁'

현대차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삼성·SK·LG 총수들과 잇따라 만나 전기차 배터리 개발 협력을 강화하고 있으며, 이는 배터리가 '제2의 반도체'로 불릴 만큼 성장성이 크기 때문이다. 국내외 배터리 제조사들이 더 오래 가고 안정적인 제품 개발을 위해 연간 조 단위의 연구개발과 시설 투자를 벌이고 있으며, 세계 5대 배터리 제조사 중 LG화학과 삼성SDI 등 한국 업체 2곳이 포함되어 있다. 현대차그룹과 한국 배터리 회사들의 협력이 글로벌 시장에서 강력한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2020.07.02

전체 일자리는 느는데 내 자리는 없다?😭 Backbone 산업에 켜진 빨간불
영어 이야기

전체 일자리는 느는데 내 자리는 없다?😭 Backbone 산업에 켜진 빨간불

한국의 반도체, 자동차, 조선, 석유화학 등 중추 산업에서 15개월 만에 처음으로 일자리가 감소했으며, 전체 고용은 증가했지만 주로 숙박·음식점업과 보건·사회복지서비스업에 의존하고 있다. 특히 20대 실업률이 상승하는 등 산업 구조의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2026.04.09

광고Google AdSense — 728×90 또는 970×2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