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 연장이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습니다. 우리나라는 만 60세 정년이 법령(고령자고용촉진법)으로 규정돼 있습니다. 이 법에 따라 60세 미만으로 정년을 정한 경우 그냥 60세가 적용됩니다. 근로자 입장에서는 60세까지 일할 수 있는 권리가 법으로 보장되는 것이죠.
현대자동차와 포스코 등 주요 대기업 노조는 정년을 64~65세로 연장해야 한다며 파업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습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정년 65세 연장을 위해 법을 개정해달라며 국민 청원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대통령 직속 노사정(노동자·사용자·정부)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는 지난달 20일 “법으로 정년을 연장할 경우 취업을 원하는 청년에게 큰 장벽과 절망이 될 수 있다”며 반대 의견을 밝혔습니다. 인구 고령화로 고령층 계속고용 문제를 논의해야 하지만, 정년 연장을 법으로 정하면 부작용이 크다는 점을 지적한 것입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2020년 보고서에 따르면 고령자 1명의 정년을 연장하면 청년층(15~29세) 고용은 0.2명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정년퇴직제도는 왜 생겼는지, 이 제도와 관련해 임금체계 개편이 왜 중요한지 이해해봅시다. 정년 연장 법제화는 기업의 비용 부담을 키우고, 청년층 고용과 충돌합니다. 기업의 비용 부담이 어느 정도인지 알아보고, 청년 일자리를 포함한 정년 연장으로 인한 문제를 합리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살펴봅시다.
정년 연장 문제를 논의할 때는 임금체계 개편을 함께 고민해야 해요
산업화 초기에는 근로자가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기간이 지금과 비교하면 매우 짧았습니다. 그래서 정년퇴직제도가 필요하지 않았죠. 하지만 평균수명이 지속적으로 늘어나면서 기업은 고령 인력을 관리할 필요가 생겼고, 일정한 연령이 되면 퇴직하도록 하는 정년퇴직제도를 도입했습니다.
인위적 정년 연장은 문제 일으켜

기업이 정년퇴직제도를 도입한 이유를 경제학적으로 설명한 이론들이 있습니다. 연공급 이론, 효율적 정년제 이론, 노조 선택 이론 등이 대표적입니다. 이 가운데 미국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 에드워드 라지어 교수가 주창한 연공급 이론이 연공급제가 발달한 우리나라 상황에 가장 적합합니다.
우선 연공급의 뜻을 알아볼까요. 연공급은 영어로 ‘seniority-based pay’, 한자로 ‘年功給’으로 표기합니다. 근로자가 그 기업에서 일한 기간(근속기간)에 따라 임금이 오르는 임금체계로, ‘호봉제’라고 표현하기도 하지요. 미리 호봉표(예를 들어 1호봉 300만 원, 2호봉 315만 원, 3호봉 331만 원…)를 정해두고 매년 호봉이 오를 때마다 호봉표에 따라 인상된 임금을 지급합니다.
라지어 교수는 연공급제에서 근로자의 임금은 근속연수가 늘어남에 따라 선형적으로 증가한다고 설명합니다. 그런데 근로자의 생산성은 곡선 모양으로 증가합니다. 그래서 입사 초기에는 임금이 생산성보다 높고(그림의 a부분), 경력이 쌓여 생산성이 높아지면 임금이 생산성보다 낮으며(그림의 b부분), 정년이 가까워지면 임금이 생산성보다 높아집니다(그림 c부분).
라지어 교수는 특정 시점에서는 임금과 생산성이 일치하지 않지만, 입사 후 정년까지 근무하면 임금과 생산성의 총량이 일치한다(b=a+c)고 설명합니다. 다시 말해 임금과 생산성의 총량이 균형을 이루는 시점에 근로자가 정년퇴직하도록 한다는 것입니다.
문제는 정년을 인위적으로 연장할 때 발생합니다. 정년 연장으로 임금과 생산성의 새로운 차이(그림 d부분)가 생기면서 기업이 부담을 안게 됩니다. 기업들은 이 문제를 임금피크제로 해결하고 있습니다. 새로 정해진 정년에 도달하기 몇 년 전부터 임금을 매년 줄여 정년 연장에 따른 임금과 생산성의 차이(그림 d부분)를 상쇄하는 것이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