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정치는 권력 나누고 제한해온 역사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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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정치는 권력 나누고 제한해온 역사였죠

고기완 기자2022.09.22읽기 5원문 보기
#민주주의(Democracy)#직접민주정#간접민주정(대의민주정)#군주정(Monarchy)#과두정(Oligarchy)#전체주의#입헌군주정#삼권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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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아테네 파르테논 신전. 우리가 민주주의라고 알고 있는 데모크라시(Democracy)는 고대 그리스에서 시작됐습니다. 데모크라시라는 말이 그리스어 ‘데모크라토스(demokratos)’에서 왔다는 게 정설이죠. ‘데모(demo)는 국민을, ‘크라토스(kratos)’는 권력을 뜻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왕의 지배를 군주정(monarchy), 여러 명의 지배를 과두정(oligarchy), 지배자가 없는 것을 무정부(anarchy)라고 부르는데 왜 민주주의를 디마키(demarchy)가 아니라 데모크라시로 부르게 됐을까요?

당시 마을 수장의 사무실을 지칭하는 말이 디마키였기 때문에 아키(archy)를 붙이지 않고 크라시(cracy)를 붙였다고 합니다. 민주정은 그리스 도시국가(polis) 중 아테네에서 발달했습니다. 당시 도시국가들은 다양한 지배체제를 갖추고 있었는데 아테네는 공동체의 필요성 때문에 귀족에게만 권력을 부여했던 다른 폴리스와 달리 일반 시민에도 정치에 참여할 권리를 부여했습니다. 시민들의 도움과 참여가 절실했던 모양입니다. 아테네 민주정은 직접민주정이었습니다. 현대 민주정이 대부분 간접민주정인 점과 다르죠. 직접민주정은 시민들이 직접 의사결정에 참여합니다.

현대식으로 표현하면 모두가 아침에 일어나 노트북을 열고 상정된 안건에 일일이 투표합니다. 지식수준이 천차만별인 구성원들이 외교·금융·정치에 대해 잘 모르더라도 직접 투표로 국가진로를 결정하는 겁니다. 하루종일 투표해야 할 수도 있죠. 생업에 종사해야 하는 사람들이 매일 이런다면 정말 골치 아플 겁니다. 인구 규모가 5000만 명, 1억 명, 10억 명인 나라라면 어떨까요? 이해관계가 얽힌 법을 만들어야 할 경우 사정은 더 복잡해질 겁니다. 그래서 오늘날과 같은 거대사회(great society)에서 직접민주정은 불가능합니다.

직접민주정은 많아야 수천~수만 명 정도 크기의 마을이나, 지도자가 “여러분 모이세요”라고 소리질러서 말이 들릴 정도의 크기를 가진 소규모 공동체에서만 작동할 수 있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직접민주정이 좋은데 못하는 것이 아니라 현대엔 불가능하기 때문에 못한다는 겁니다. 공동체 규모가 커지면서 국가들은 간접민주정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특정한 날 선거를 통해 대통령, 수상, 광역단체장, 국회의원을 뽑고 이들에게 정치를 맡기는 겁니다. 우리는 이것을 대의민주정이라고 합니다. 대통령제, 내각책임제는 대표적인 대의민주정 체제입니다. 대의민주정으로 진화하기 전에는 군주정이나 과두정을 경험했습니다.

군주정은 세습 왕(황제)이 군림하고 통치합니다. 토지와 재산, 권력이 모두 왕에게 속한 체제입니다. 왕의 절대권력은 17세기 명예혁명, 18세기 미국혁명과 프랑스혁명, 20세기 러시아혁명으로 몰락했습니다. 왕의 절대권력이 제한된 입헌군주정은 그 흔적입니다. 과두정은 왕의 절대권력을 인정하지 않는 소수의 사람이나 집단이 권력을 공유하는 체제를 말합니다. 좋은 왕이 나오면 좋지만 그렇지 않은 역사가 많았기 때문에 절대권력의 폐해를 과두정으로 최소화해보자는 노력이 나타난 겁니다. 20세기에 들어서면서 전체주의 체제가 나타났습니다. 군주정이 아닌데도 누군가 절대권력을 휘두르는 체제입니다.

레닌, 스탈린, 히틀러, 김일성 같은 인물들이죠. 국민의 지지를 받아 통치자가 됐다는 점이 세습군주제와 다릅니다. 미국은 18세기 후반에 인류에 새로운 형태의 민주정을 제시했습니다. 행정부, 입법부, 사법부가 나눠 서로 견제토록 했고, 입법부조차 상원과 하원으로 나눠 입법 독재가 이뤄지지 않도록 했습니다. 권력과 사람은 타락하기 쉽기 때문에 서로 감시하도록 한 게 현대민주정의 정신입니다. 대의민주정은 20세기 들어 인기를 누렸습니다. <문명의 충돌>을 쓴 새뮤얼 헌팅턴은 1970년에서 2010년 사이 현대민주정을 실시하는 나라가 35개국에서 120개국으로 증가했다고 썼습니다.

역사적으로 보면 미국의 민주헌법 혁명 이후 대의민주정이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고 평가하는 게 옳습니다. 대한민국도 그 꽃 중 하나입니다.

고기완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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