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컴퓨터·IoT…기술발전은 일자리를 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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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컴퓨터·IoT…기술발전은 일자리를 늘렸다

고기완 기자2020.09.24읽기 5원문 보기
#러다이트 운동#산업혁명#기술실업#대량생산#인공지능(AI)#기술진보#일자리 창출#가내수공업

기술의 진화…직업의 변천

기계가 일자리 빼앗는다며

'러다이트 운동' 벌였지만

기술은 새로운 직업 만들어

AI가 기존산업 위협해도

'새로운 기회'는 열려있어

Getty Images Bank 시대마다 최첨단 기술은 있었다. 오늘날 우리가 이용하는 기술만이 최첨단이라고 하는 것은 오만(傲慢)이다. 그림 왼쪽은 50만 년 전 중석기 시대의 주먹도끼다. 저 석기는 당시 최첨단 기술이 적용된 최신 기계였다. 무엇인가를 찧고, 무엇인가를 빻고, 무엇인가를 깎고, 무엇인가를 사냥할 때 쓴 최첨단 도구였다. 중석기인 중에서 ‘스티브 잡스’가 있었던 게 확실하다. 구석기인들은 저런 도끼를 만들 생각조차 못했다.

석기 오른쪽에 있는 것은 우리가 거의 매일 쓰고 있는 ‘쥐’다. 신기하게도 크기와 모양이 주먹도끼와 닮았다. 1980년대 초 마우스가 상업화됐을 때 사람들은 놀랐다. 우리는 마우스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전혀 모르지만 매우 유용하게 쓴다. 과학철학자 앨프리드 노스 화이트헤드가 “우리가 숙고하지 않고도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질수록 문명은 발전한다”고 말했듯이 인류의 기술역사는 생물학적 진화만큼 끊임없이 진보해왔다.영국에서 증기기관과 방직·방적기가 나왔을 때 사람들은 “기계가 사람을 잡아먹는다”고 소리쳤다. 19세기 기계 파괴 운동으로 세계사에 나오는 ‘러다이트(Luddite) 운동’은 최첨단 기술에 대한 인간의 알레르기 반응이었다. 옹기종기 모여 일할 수 있었던 가내수공업을 기계를 앞세운 공장의 대량생산 체제가 위협했으니 “일자리를 빼앗는 기계들을 모조리 부숴버려야 한다”는 러다이트 형제의 항거는 직관적으로 설득력을 지닐 수밖에 없었다.기계와 기술에 대한 반감(反感)은 이후에도 이어졌다. 헨리 포드가 자동차를 내놨을 때, 코닐리어스 밴더빌트가 철도를 운영했을 때, 모스가 전신기(전화기)를 만들었을 때, 앤드루 카네기가 철강을 뽑아냈을 때, 존 데이비슨 록펠러가 석유를 지배했을 때, 당대 사람들은 새로운 귀신이 일자리를 포함한 공동체를 파괴한다고 두려워했다. 컴퓨터가 나왔을 때, 대형마트가 나왔을 때, 인터넷이 나왔을 때, 인공지능(AI)이 나왔을 때도 사람들의 반응은 희한하게 같았다. 기업은 사라졌지만 일자리는 남는다는 낙관론은 언제나 비관론에 밀렸다.인류의 기술 역사를 연구한 학자 중에 낙관론을 펴는 사람도 많다. 토머스 배빙턴 매콜리라는 학자는 《사회에 관한 대화》라는 책의 서평에서 “과거를 돌아보면 오직 좋아진 것밖에 없는 지금, 미래를 내다볼 때는 오직 나빠지기만 할 것으로 예상해야 한다니, 도대체 무슨 그런 신념이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만일 새로운 기계와 기술로 미래가 암울하고 나빠지기만 했다면 인류는 주먹도끼를 만든 이후 줄곧 멸망의 길을 걸었을 텐데 문명은 노스 화이트헤드의 말대로 더 진보했다. 객관적 수치로 볼 때 과학과 기술, 합리적 이성이 꽃 피기 시작한 산업혁명 이후 인류는 기대수명, 영아사망률, 생산성, 교육, 영양 섭취도, 기본권, 생존권, 의료보건, 생활수준 등 모든 면에서 나아졌다.AI의 시대라는 지금은 어떤 시각으로 봐야 할까? AI야말로, 지금까지 인류가 걸어온 모든 진화의 길을 없애고 우리를 멸망의 길로 인도할까? AI와 로봇이 인간의 일자리를 모두 차지해버려서 인류가 설 곳이 없어질까? 주먹도끼가 생긴 이후, 증기기관이 생긴 이후, 자동차가 생긴 이후, 철도가 생긴 이후, 컴퓨터가 생긴 이후, 모든 일자리가 사라졌는지를 물어보는 것이 답을 찾는 좋은 방법이다. 증기 에너지가 생긴 뒤 공장은 수도 없이 많이 생겼다. 가족끼리 하던 가내수공업은 급감했으나 수천, 수만, 수십만 명이 공장에서 일하게 됐다. 대량 생산은 대량의 일자리를 낳는다.

AI가 기존 산업을 없앨 것은 분명하다. 없어질 일자리와 새로 생길 일자리를 일일이 나열하는 것보다 새로운 기회를 열어줄 AI 시대에 적응할 수 있도록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의 커리큘럼을 새로 짜고 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역사가 우리에게 알려주는 경험칙은 페이스북, 구글, 아마존, 넷플릭스, 애플, 삼성 같은 기업들이 언제나 새로 생겨날 것이라는 예언이다. 20여 년 전엔 이들 기업은 지금 같은 위치에 있지 않았다. 존재감조차 미미했다. 넷플릭스가 영화관을 대체하고 아마존이 유통과 클라우딩 컴퓨터 시장을 재편하지만, 그사이 수많은 유튜버와 앱 개발자, 운영자들이 등장했다. AI 시대에 세계는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 우리가 갖는 두려움은 ‘모른다’는 데서 오는 것인지도 모른다. 지금 누군가 19세기 러다이트 형제처럼 같은 이유로 컴퓨터와 AI를 파괴하려 한다면, 여러분은 어떻게 할 것인가?

고기완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dad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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