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가 스마트워치로 건강 데이터를 측정한 뒤 의사에게 전송하면 의사가 이를 진료에 활용하는 시대가 열렸다. 국내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 휴이노에서 개발한 스마트워치가 지난달 18일 제품 상용화 마지막 단계인 건강보험 시장 진입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먼 거리에 있는 의사가 환자 건강 상태를 주기적으로 관찰하는 원격 모니터링 시대의 첫발을 내디뎠다는 평가다.
웨어러블 기기 활용한 비대면 서비스 상용화

심장이 심하게 두근거리는 증상으로 병원을 찾은 A씨. 심전도 측정 장비인 홀터 장비를 차고 검사를 받았지만 별다른 이상이 확인되지 않았다. 몇 달간 고생하던 A씨는 고려대 안암병원에서 스마트워치인 ‘메모워치’ 임상에 참여했다. 시계처럼 생긴 기기를 차고 집에서 매일 심전도를 쟀다. 걸린 시간은 30초다. 이를 통해 의사가 진단한 병명은 부정맥이었다. 심장이 불규칙적으로 뛰는 질환이다. 몇 달간의 고생이 며칠 만에 끝났다.
휴이노의 메모워치는 환자가 시계를 차고 센서에 손가락을 대면 심전도를 측정해 주는 기기다. 이를 인공지능(AI)이 분석해 문제가 있으면 의사에게 실시간으로 내용을 전송한다. 의사는 이를 보고 ‘병원에 오라’고 안내할 수 있다.
길영준 휴이노 대표는 부산대 컴퓨터공학과 겸임교수로 근무하던 2014년 회사를 창업했다. 메모워치 제품 개발은 이듬해인 2015년 완료했다. 스마트워치로 심전도를 재는 첫 모델이다. 애플, 삼성전자에서 개발한 심전도 측정 스마트워치 모델보다도 빨랐다.
하지만 제품이 실제 출시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다. 국내에서는 아직 나온 적이 없는 제품이었기 때문이다. 차일피일 늦어지던 상용화의 첫발을 뗀 것은 지난해 2월이다. 정보통신기술(ICT) 규제샌드박스 실증특례사업 1호 과제로 선정되면서다. 한 달 뒤인 3월 메모워치는 국내 처음 웨어러블 의료기기 허가를 받았다.
보건복지부도 제품 출시에 힘을 실어줬다. 올 3월 의사가 환자 데이터를 모니터링하다가 병원에 오라고 단순히 안내하는 것은 현행 의료법 위반이 아니라고 유권해석을 내렸다. 유권해석은 정부가 특정한 사안에 대해 현행 법에 위반하는지, 아닌지 등을 판단해 주는 것이다.
“병원 오세요” 단순 안내는 의료법 위반 아냐
현행 의료법에 따라 의사가 먼 거리에 있는 환자를 원격으로 진료할 때는 환자 곁에 의사나 간호사 등 의료인이 있어야 한다. 의사-의료인 간 원격 협진이다. 의사가 먼 거리에 있는 환자를 전화 등으로 진료하거나 약을 처방하는 것은 의료법 위반이다.
환자가 보낸 데이터를 먼 거리에 있는 의사가 주기적으로 관찰하는 것은 원격 모니터링이라고 한다. 메모워치는 환자가 측정한 심전도 데이터를 의사가 보고 판단해 병원에 오도록 안내하는 시스템을 갖췄다. 원격 모니터링의 기본적인 형태다.
하지만 이런 의사의 행동이 진료 범위 안에 포함되는지는 모호했다. 지금까지 웨어러블 기기로 환자 데이터를 잰 뒤 의사가 이를 보고 병원에 오라고 안내하는 서비스가 나오지 못했던 이유다. 복지부의 유권해석이 제품 출시를 가로막고 있던 규제를 풀어준 셈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지난 18일 의사가 진료를 위해 휴이노의 메모워치를 활용하면 기존 심전도 기기인 홀터로 측정하는 것과 같은 비용을 받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2만2000원 정도다. 국내에서 의사가 특정한 의료행위를 한 뒤 진료비를 받으려면 해당 행위가 건강보험 항목에 포함돼야 한다. 심평원 판단에 따라 의사는 환자에게 메모워치를 활용해 심전도를 측정하도록 처방할 수 있게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