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렌 허버드 미국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장은 미 경기 호황의 직접적인 배경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에서 찾았다. 기업인들에게 계속 성장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넣었고 법인세 감세를 통해 투자를 북돋았다고 강조했다.뉴욕 맨해튼의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장실에서 만난 허버드 교수는 그러면서 “경제가 성장하는 방법은 생산성 향상과 기술 발전 두 가지뿐”이라고 단언했다. 소득주도성장론을 묻자 “성장은 그런 식으로 이뤄지진 않는다”고 잘라말했다. 한국 정부의 기업지배구조 개편 압박에 대해서도 “기업은 실적으로 평가받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에선 다양한 불평등 문제가 사회 이슈로 떠올랐습니다.
“모든 선진국이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성장이 더 많은 사람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해야합니다. 수업 때면 학생들에게 ‘너희들은 기술 변화로 이익을 얻는 승자에 속한다. 항상 소외 계층과 함께 성장 부작용을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소외 계층의 지지가 없으면 시장경제 체제가 유지되기는 어렵습니다.”
▷한국 정부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펴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시는지요.
“성장은 그런 식으로는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임금 증가는 결국 생산성 향상과 기술 발전 여부에 달려있습니다. 소비를 늘리기 위해 임금을 올린다는 생각으로는 지속가능한 성장이 불가능합니다. 포드자동차를 세운 헨리 포드의 유명한 ‘일당 5달러(Ford’s Five Dollar Day)’ 얘기를 들어봤는지 모르겠네요. 1913년 포드는 임금을 엄청나게 올렸습니다. 당시 일당 5달러는 자동차산업 평균 일당 2.7달러의 거의 두 배 수준이었습니다. 당시 포드가 임금을 올려 노동자들의 자동차 수요를 늘리려 했다는 관측이 나왔지만 전혀 아닙니다. 포드는 임금 인상으로 좋은 인재를 끌어들여 생산성을 높이려 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기업들에 더 많은 임금 지급을 권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아마존이 창고직 근로자의 시간당 최저 임금을 15달러로 인상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를 두고 유통업계가 모두 임금을 올려야한다는 주장도 나오지만, 이는 생산성의 개념을 알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하면 아마존이 아닌 다른 기업들은 지속되기 힘듭니다. 기업은 생산을 늘리는 것 이상으로 임금 인상을 할 수 없습니다. 임금을 높이려면 생산능력을 키워야합니다. 자본 등 요소 투입을 증가시키거나 생산성을 높이는 방법이 있습니다. 물론 정부 정책이 생산요소 투입이나 생산성에 영향을 줄 수 있긴 합니다. 하지만 생산능력 확대 없이 임금을 더 줄 수 있다는 발상은 그냥 희망사항에 불과합니다.”
▷경영대학원에 오래 재직하셨는데, 기업에 가장 좋은 지배구조라는 게 있습니까.
“100% 바람직한 구조는 없습니다. 미국은 뱅가드, 블랙록 등 대형 패시브펀드(지수 구성 비율에 따라 수동적으로 투자하는 펀드)들이 대기업을 지배하는 구조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많은 대기업들에서 패시브펀드들이 8% 가량의 지분을 갖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걱정되는 것은 펀드들이 잘 단련된 주주로서 제대로 판단하느냐 하는 것인데, 지금까지는 그렇게 잘 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선 대기업에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할 것을 요구합니다.
“그건 정부가 자의적으로 판단할 일이 아닙니다. 출자구조 등을 따질 게 아니라 기업이 다음의 세 가지 요소를 갖췄는가를 따져보는 게 중요합니다. 경영진으로부터 독립적인 이사회를 갖췄는가, 투자자들이 실적 나쁜 기업에 개입해 이사를 교체할 수 있는가, 그리고 법을 지키는가 여부가 그것입니다. 이런 잣대로 평가해 기준에 못 미치면 그렇게 하도록 유도하면 됩니다. 뱅가드 등 미국 펀드들은 기업들에 많은 지분을 갖고 있지만, 관계사간 지분구조를 조정하는 일 따위는 하지 않습니다. 기업은 실적으로 평가하는 겁니다. 주주들은 궁극적으로 자본을 투자해 보상을 받는 걸 원하지요. 그래서 독립적 이사회를 만드는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