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둘러싼 동북아 역학관계가 복잡미묘해지고 있다. 주위를 둘러보자. 왼쪽에는 커진 힘을 주체하지 못하는 중국이 있다. 또 오른쪽에는 평화헌법을 사실상 무력화하고 전쟁을 할 수 있게 된 일본이 자리잡고 있다.
북쪽에는 푸틴 대통령 밑에서 힘을 키워가는 러시아가 있다. 머리 위에는 금융위기를 극복하고 세계 패권을 재강화 중인 미국이 있다.
북한만으로도 골머리를 앓는 한국에 4개 강대국은 여간 버거운 게 아니다. 우리는 어떻게 편을 먹어야 할까. 국제 역학관계에서 ‘합종연횡’은 필수적인 생존법. 어떤 외교력을 펼쳐야 손해를 최소화하고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을까.
쉽지 않은 고차방정식이다. ‘세계의 시장’ 중국과 가깝게 지내려니, 미국과 일본이 눈을 흘긴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가치를 공유하는 미국·일본과 가깝게 지내려니, ‘현실적인 위협’ 중국이 헛기침을 한다. 러시아도 얼굴을 내민다. 대한제국 말기 한반도를 휩쓸었던 열강들의 파워게임이 재현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천 냥 주고 이웃 사려는’ 중국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이런 와중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3~4일 북한보다 먼저 한국을 방문했다. 매우 이례적이다. 중국 국가주석들은 북한과의 관계를 의식해 한국보다 북한을 먼저 방문해왔다. 중국이 북한보다 한국을 중시하기 시작했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중국은 한국을 힘으로든, 외교적으로든 우군으로 끌어들여야 하는 입장이다. 중국이 미국과 일본에 혼자 대항하는 것은 역부족이다. 역사적으로 식민지 원한 관계에 있는 한국을 일본과 떨어뜨려놔야 할 절박성이 있다. 중국은 지금 일본과 댜오위다오(센카쿠열도)를 둘러싼 영토 갈등으로 전쟁 일보 직전에 있다. 영토 분쟁과 과거사 문제에 관한 한 중국과 한국은 동병상련이다. 반일 감정은 중국과 한국의 공통분모이기도 하다.
한국을 향한 중국의 애정 공세는 시 주석이 한 말에서도 잘 나타난다. “세 닢 주고 집을 사고, 천 냥 주고 이웃을 산다.” “꽃 한 송이 피었다고 봄이 온 것이 아니라 온갖 꽃이 다 피어야 비로소 뜨락에 봄이 왔다고 할 수 있다.” “천 리 멀리까지 보기 위해 다시 누각을 한 층 더 오르네.” 중국식 은유법이 잘 드러난 이 모든 말의 뜻은 ‘한국이여, 앞으로 중국과 더 잘 해보자’는 것이다.
군사대국 중국 … 국방비 131조원
이런 은유 뒤에 감춰진 중국의 군사력은 무시무시하다. 중국의 국방예산은 131조원에 달한다. 우리(35조원)보다 4배나 많다. 육군 병력만 비교하면 중국 160만명, 한국 52만명이고, 군 항공기는 중국 2589대, 한국 620대이며, 최강 함선이라는 이지스함은 중국 5대, 한국 3대다. 이런 군사력을 가진 나라를 이웃으로 두고 있다는 것은 불안 요소다.
중국은 위협이자 기회이기도 하다. 중국만한 시장도 없다. 지난 30년간 한국은 중국의 발전 덕분에 경제성장을 누릴 수 있었다. 이 점을 알고 있는 시 주석은 한국과 더 많은 경제협력을 원한다. 그는 경제계 인사 200명을 데리고 왔다. 박근혜 대통령과 시 주석이 경제포럼에 참석한 것도 상징성이 크다.
한국·중국 자유무역협정(FTA) 협상도 같은 맥락이다. 모든 시장을 상호 개방하는 높은 단계의 FTA가 될지, 아니면 농산품 등 몇몇 보호 품목을 제외하는 낮은 단계의 FTA가 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어떤 수준이든 자유무역협정 체결은 기정사실이 되고 있다.
역사적으로 중국이 강해질 때 한국은 고난을 당했다. 강해진 중국은 늘 한반도에 조공과 신하나라를 요구했고, 침략했다. 이런 점에서 보면 한국은 미국, 일본과의 우호관계를 해쳐서는 안 된다. 세계경찰국인 미국과 경제 강국인 일본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고 있는 나라다.
일본은 동시에 위협국이다. 최근 ‘전쟁을 할 수 있다’는 해석을 각의에서 통과시켰다. 2차대전 패전과 미국이 만든 ‘평화헌법’ 속에서 전쟁을 할 수 없었던 일본이 미국의 묵인 아래 재갈을 풀었다. 중국을 견재하기 위해서는 일본이 필요하다는 미국의 이해관계가 작용한 결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