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ℓ 바닷물에 2만종 이상의 미생물 있다
하나의 세포로 이뤄진 박테리아 같은 미생물은 가장 원시적인 형태의 생명체다.
지구상 모든 생명체의 기원은 바로 이런 미생물이다.
미생물은 자연의 생태계를 유지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동시에 인간의 생명을 앗아가기도 한다.
미생물 가운데서도 해양 미생물은 생명의 기원을 연구하거나 유용한 물질을 개발하려는 과학자들에게 중요한 연구 대상이 돼 왔다.
미국 해양생물학연구소(MBL) 연구진은 최근 미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 해양 박테리아의 종류가 무려 5000만~10억개를 넘어설 것으로 예측했다.
이는 지금까지 과학자들이 추정해 왔던 것보다 수십 배에서 수백 배 많은 수치다.
연구팀은 특히 해양 미생물 세계에는 숫자가 많은 일부 종 외에 적은 개체수로 이뤄진 아주 다양한 종들이 주로 존재한다는 것을 알아냈다.
미첼 소진 박사는 "이번 발견은 바다 속 박테리아의 다양성에 관한 이전의 관측을 뒤엎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생물학자들은 그동안 공식적으로 5000여 종의 미생물에 관해 보고했다.
그리고 지난 10~20년에 걸친 분자생물학적 연구를 통해 50만종의 미생물이 존재할 것으로 예측해 왔다.
하지만 이번 연구로 미생물의 다양성이 이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광범위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연구진들은 대서양과 태평양 바다 8곳에서 550~4100m의 깊이로부터 해수를 채취한 후 각각에 포함된 미생물들의 DNA 서열을 분석했다.
해수 채취 장소 가운데는 태평양 해저 화산의 뜨거운 분출 구멍을 비롯 그린란드와 아일랜드 사이의 북대서양 바다 등이 포함됐다.
이 연구는 70여개국 1700명의 연구자들이 참여해 온 '국제 해저 미생물 조사' 프로젝트의 하나로 수행됐다.
소진 박사는 "우리는 이번 연구로 단지 1000~3000종만 있을 것으로 예상했던 1ℓ의 바닷물에서 2만종 이상의 미생물을 발견했다"며 "이는 우리가 그동안 미생물을 겉핥기 식으로 알아 왔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미생물은 지구 생태계를 유지하는 일종의 '엔진' 역할을 한다.
에너지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가장 원시적인 생명체이며 지구의 기후와 환경을 형성하는 데도 중요한 기능을 한다.
진화론적인 관점에서도 아주 큰 의미를 갖는다.
미생물은 지구 역사의 80% 기간 동안 존재해 온 유일한 생명체로 모든 다세포 생물의 기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연구에서 미생물의 다양성에 관한 내용은 특히 눈길을 끈다.
우수한 형질을 가진 몇몇 종들만이 생존해 나가는 진화의 메커니즘 속에서 미생물들은 적은 개체수의 많은 종들이 함께 살아가면서 다양성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