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가장 활발하게 경매가 활용되고 있는 분야 중 하나가 바로 미술품 거래시장이다. 미술품은 전통적으로 화랑을 통해 매매하는 것이 일반적인 거래 방식이었다. 하지만 이 경우 고객은 화랑과 화가가 일방적으로 정한 가격을 받아들여야만 하는 가격수용자(price taker)의 위치에 설 수밖에 없다. 반면 경매는 구매자들이 가격 결정의 최종 권한을 가지게 된다. 따라서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경매가 훨씬 공평하고 민주적인 거래 방식이라 할 수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최근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대두되면서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고 주식시장 변동성도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술품이 대안투자의 방편으로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의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미술품 경매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3년 724억원이었던 미술품 경매시장의 규모가 2014년 981억원으로 약 35% 성장한 데 이어 올해는 시장이 형성된 이래 최초로 1000억원 시대를 맞이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처럼 경매는 소비자 친화적인 가격결정 방식과 경기 여파 등의 영향에 힘입어 미술품 시장의 활성화를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경매가 소비자에게만 환영받는 거래 수단이라고 할 수는 없다. 오히려 이론적으로 보았을 때는 경매회사나 화가에게 유리하게 작용하는 것이 바로 경매라는 가격 결정 방식이다.
예를 들어보자. 생산자 입장에서 상품을 판매함에 있어 가장 이상적인 경우는 어떠한 상황일까. 여기 항공권을 구매하려는 A와 B, 두 명의 사람이 있다. 이 중 A는 항공권에 4만원까지 지불할 용의가 있고, B는 10만원까지 지불할 의사를 가지고 있다. 이때 항공사가 가격을 4만원으로 책정하면 두 명 모두 항공권을 구입할 것이므로 수익은 8만원이 된다. 반면 항공권이 10만원이 되면 B만 티켓을 구입하므로 10만원이 된다. 그렇다면 항공사는 항공권 가격을 10만원으로 설정해야 할까? 만일 항공사가 A와 B에게 각기 다른 가격으로 항공권을 팔 수 있다면 어떨까. 만약 이러한 방식이 가능하다면 항공사는 A에게는 4만원에, B에게는 10만원에 항공권을 팔아 14만원의 수익을 거둬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 이처럼 동일한 재화나 서비스를 서로 다른 가격으로 판매하는 행위를 가리켜 가격차별이라 한다.
기업들이 가격차별을 실시하는 이유는 위에서 보듯이 이윤을 증대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가격을 각 소비자의 지불용의가격에 맞춰 차등적으로 판매할 수 있다면 단일가격을 부과할 때보다 더 많은 이윤을 남길 수 있는 것이다. 이를 완전가격차별이라 하는데, 현실에서는 완전가격차별을 실시하기가 결코 쉽지 않다. 기업들이 소비자의 지불용의가격을 일일이 파악하기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매의 경우는 예외적일 수 있다. 실시 방법에 따라 완전가격차별도 가능한 것이 바로 경매이기 때문이다.
‘원스 어라운드 경매(once around auction)’는 경매 참가자들에게 단 한 번의 응찰 기회를 주는 방식을 말한다. 이 방식은 첫 번째 사람이 원하는 가격을 부르면 다음 사람이 자신의 지불용의가격을 밝히고 마지막으로 첫 번째 사람이 다시 한 번 가격을 불러 제일 높은 가격을 부른 사람에게 낙찰하는 식으로 이루어진다. 즉 응찰자는 단 한 번의 응찰 기회만 부여받게 되므로 최대의 지불용의가격을 밝혀야만 물품을 구매할 확률이 높아진다.
‘네덜란드식 경매(dutch auction)’는 일반적인 경매 방식과는 반대로 이루어진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경매는 가격을 점차 높여가면서 낙찰자를 선정하는데, 이를 영국식 경매라 한다. 이에 반해 네덜란드식은 높은 가격에서 시작해 가격을 낮추며 낙찰자를 선정한다. 즉 가격을 낮추는 과정에서 가장 먼저 응찰한 사람에게 물품을 판매하는 것이 네덜란드식 경매다. 따라서 응찰자는 자신이 지불할 수 있는 최대의 금액 또는 그보다 높은 금액을 불러야만 낙찰 기회를 높일 수 있는 것이다.
한편 서면응찰은 경매장에 가지 못하는 고객이 미리 자신의 응찰 가격을 서면으로 작성해 경매에 응찰하는 방식을 말한다. 이때 고객은 마찬가지로 단 한 번의 기회만을 가지게 되므로 자신이 생각하는 최고의 금액 또는 그 이상을 제시해야만 적어도 물품을 구매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된다. 이처럼 미술품 경매는 그 방식에 따라 소비자들의 지불의사가격을 파악할 수 있고, 그중에서도 가장 높은 가격을 제시한 사람에게 물품을 판매한다는 점에서 완전가격차별의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거래 방식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고객들이 자신의 최대 지불의사가격을 밝혔다고 장담할 수 없다. 경매에서 탈락한 고객들은 최대 지불의사가격을 밝힌 것으로 고려해도 무방하지만, 낙찰자가 그랬는지는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경매회사와 화가의 입장에서 경매사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경매사가 경매의 분위기를 어떻게 이끄는지에 따라 응찰자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가격이 올라갈 수 있기 때문이다.
미술품 경매사에게 최고의 덕목은 경매에 나온 작품을 가능한 한 높은 가격에 낙찰 받게 하는 것이다. 즉 응찰자로 하여금 자신의 최대 지불의사가격 또는 그 이상으로 경매에 응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경매사에게 주어진 임무라는 얘기다. 그래야만 완전가격차별이 가능해지고, 그래야만 회사와 화가, 자신의 이익이 최대가 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경매사에게 요구되는 자질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한 편의 쇼(show)와 같은 경매를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리더십과 함께 좌중을 압도하는 카리스마가 요구된다. 경매사의 진행 솜씨에 따라 작품이 가치보다 높은 가격에 팔릴 수 있고, 팔리지 않을 작품이 판매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매끄러운 말솜씨와 적절한 화법, 경쾌한 목소리와 정확한 발음은 필수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