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칼럼은 천안함 사고가 국방의 의무와 북한문제를 다시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고 말합니다.
칼럼니스트는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는 우리 장병들에게 자랑스러움과 고마움을 갖자고 말합니다.
또 북한과의 전쟁이 끝난 게 아니라 휴전상태라는 점을 되새겨 안보의식이 느슨해지는 것을 막자고 강조합니다.
아래 글을 읽고 다른 사람들과 의견을 나눠보시기 바랍니다.
게재를 허락해주신 김순덕 위원님께 감사드립니다.
☞ 동아일보 2010년 4월19일자 칼럼
반성한다. 10년 전 나는 21세기도 정복자의 시대가 되어선 안 된다고 쓴 적이 있다.
헌법재판소에서 군 복무 가산점제가 위헌이라고 결정한 직후였다.
"여자도 군대에 보내라"는 후폭풍이 일었다.
페미니즘에 빠져 있던 나는 "남자들이 병역비리와 병영생활의 비효율성,취업난에 대한 화살을 여자한테 돌린다"며 그들의 분노를 '자궁 없는 히스테리'로 여겼다.
그러나 천안함과 함께 스러진 수병 46명에 대해 동아일보 기자 27명이 촘촘히 취재해 신문(16일자 3개면)에 기록한 '짧지만 아름다웠던 삶'의 얘기들을 읽고 또 읽으며 그때서야 내가 단잠을 잘 수 있었던 이유를 알았다.
입영 신체검사에서 상근예비역으로 선발됐지만 국방의 의무를 다하겠다며 자원입대한 김선명 상병,"남자로 태어났다면 육군 말고 해병대 정도는 가야죠"라고 늘 말했던 서대호 하사,천안함의 통기(군 통신체계 암호담당) 직별장을 맡은 뒤 단 한 건의 보안사고도 안 낸 손수민 하사,침몰 상황에서도 비상조명등이 제대로 작동되도록 정비해둔 최한권 중사….
그들은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아들이었고,남편이었고,그리고 진짜 남자였다.
부(富)와 테크놀로지의 발달에 따라 전쟁과 폭력이 사라진다는 이상은 원시시대가 평화로웠다는 환상만큼이나 무모하다.
서기 2000년에서 10년이 흐른 지금도 그리스신화가 읽히는 이유를 미국의 포린폴리시 잡지는 "인간세상에선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 번연히 일어나기 때문"이라고 했다.
부와 테크놀로지가 감정과 믿음을 누르지는 못한다.
인간의 DNA가 바뀌지 않는 한 전쟁은 경쟁처럼 피하기 힘들다.
전쟁의 승패를 신(神)도 무기도 아닌 사람이 좌우한다는 건 고대그리스나 지금이나 달라지지 않았다.
우리를 지켜준 군필자(軍畢者)에 대해 나는 무지했고 인색했다.
또 반성한다. 대한민국이 지구상에서 가장 긴 휴전상태라는 것을 너무나 오래 잊고 살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군대를 '썩으러 가는 곳'이라고 했다. 국민은 북핵을 아무렇지도 않게 여겼다.
과거 정부가 햇볕정책이라는 이름으로,친북좌파세력이 우리민족끼리라는 미명으로 펼쳐 온 '통일 포퓰리즘'이 우리를 이렇게 만들긴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