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수궁 옆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초현실주의 거장 르네 마그리트'전에 초·중·고등학생 관람객이 대거 몰리고 있다.
한국경제신문과 서울시립미술관,벨기에 왕립미술관이 공동 주최한 이번 전시회에는 개막 한 달째인 20일까지 10만명이 다녀간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특히 지난 주말인 19~20일 이틀 동안에만 1만여명이 몰려 성황을 이뤘다. 이 중 5000여명은 방학을 맞은 초·중·고생이었다.
이번 전시회는 마그리트가 풀어 놓은 거침없는 '상상력의 보따리'를 직접 만나 체험할 수 있는 자리다. 오리지널 유화 70여점을 포함해 총 270여점의 작품과 자료,전체 작품가격 6000억원,점당 평균 가격 25억원…. 단일 화가의 작품전으로는 국내 최고 규모인 마그리트전을 알차게 감상하기 위해 미리 알아둬야 할 사항들을 정리했다.
◆ 작품 이해의 열쇠 '데페이즈망' 기법
그리트 예술세계의 핵심은 데페이즈망(Depaysement)기법이다. 데페이즈망은 모순되거나 대립되는 요소들을 동일한 화면에 결합시키거나,특정 사물을 전혀 엉뚱한 환경에 놓아 시각적 충격과 신비감을 불러일으키는 초현실주의 기법의 하나. 1920년대 당시 A 브르통 등 초현실주의자들이 자동기술법(Automatism)을 사용해 거의 추상에 가까운 작품을 제작했던 것과 달리,마그리트는 사과 돌 새 벨 담배파이프 등 친숙한 대상을 동일한 화폭에 집어넣는 '엉뚱한 결합'을 즐겼다.
마그리트의 1962년작 '진실의 추구'는 실내에 들어와 있는 물고기와 멀리 보이는 구름·바다를 화면에 담은 작품. 원래 물고기가 있어야 할 곳은 바다지만 엉뚱하게도 바다를 벗어나 낯선 공간 속에 놓여 있다.
1951년 작 '알마이에의 광기' 역시 윗 부분은 벽돌로 만들어진 성채인 데 반해,아래 부분은 무성하게 자란 나무뿌리로 이루어져 있다. 전혀 연관성이 없는 두 대상을 결합해서 초현실적 분위기를 만들어 냈다. 이 같은 기법은 현대미술의 팝아트와 그래픽 디자인에 큰 영향을 미쳤고 지금도 광고 영화 음악 등 여러 대중매체의 모티브가 되고 있다.
◆ 종합 예술가 마그리트
마그리트는 화가라는 이름 아래 묶어놓기에는 아까울 정도로 '다재다능한 예술가'였다. 화가이면서 시인 철학자 영화감독 등의 '꼬리표'가 따라 붙는 '상상력의 천재'였기 때문. 그의 예술세계는 크게 4개의 시기로 구분된다. 초현실주의 시대(1926~1936년)에는 파리에 체류해 시인 P 엘뤼아르 등과 교류하며 쉬르리얼리즘 운동에 참가했던 시기다. 당시 필름의 셀룰로이드 틀처럼 캔버스 프레임을 나누는 등 초현실주의 작품을 선보였다.
1936~1940년대 초에는 자신만의 독자적인 초현실주의를 만들어냈다. 1940~1950년대는 인상주의와 바슈시기,전쟁이 끝난 1950년대 이후에는 다시 초현실주의 화풍으로 복귀했다. 말년인 1960년대는 단순히 보는 그림이 아니라 생각하는 그림을 그렸던 '철학적 회화'의 시기로 분류된다.
이에 따라 마그리트의 사진작품과 영화가 회화와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를 살피는 것도 관람 포인트다. 마그리트는 평소 아내 조제트와의 소소한 일상을 사진으로 기록하거나 단편영화를 직접 제작할 만큼 사진과 영화 부문에도 관심이 많았다. 그의 예술적 재능이 다양했던 만큼 전시장 입구에 걸린 그의 연대기를 꼼꼼히 읽은 후에 작품을 감상하는 것이 좋다.
김경갑 한국경제신문 문화부 기자 kkk10@hankyung.com
◆ 전시장 둘러보기
"나는 보이는 것이 보이지 않는 것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하지 않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이다. 보이지 않는 것의 형체를 그리려 하는 것은 너무 순진하고 어리석은 것이기 때문에 나는 보이는 것만을 그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