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령과 비가치재
인문학과 경제의 만남

금주령과 비가치재

박정호 기자2011.03.15읽기 8원문 보기
#비가치재(demerit goods)#가치재(merit goods)#금주법(Prohibition)#금주령#효용(utility)#비효용#산업혁명#제1차 세계대전

피에르 푸케는 그의 저서 '술의 역사'에서 "술은 인간의 삶과 밀접한 관계를 맺어왔고 앞으로도 줄곧 그럴 것"이라고 했다. 이런 이유로 푸케는 술의 역사를 살펴보는 것은 인류의 역사를 재조명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했다. 선사시대 늪지대에서 동식물들에 의해 처음 만들어진 술은 수천 년의 세월을 거치면서 주조기술의 발달과 더불어 다양한 종류로 분화되었고,술의 다양한 종류만큼이나 인간의 삶 여러 방면에서 각기 다른 모습과 역할로 인간과 관계를 맺어왔다. 조상이나 신을 숭배하는 의식에서 술은 의식의 경건함과 신성함을 극대화하기도 하고,때로는 질병을 치료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되기도 하였다.

술은 기쁜 일을 축하하는 자리에 빠져서는 안 될 요소이기도 하지만,슬픈 일을 당했을 때는 슬픔을 잊게 해주는 친구나 가족 같은 역할을 수행하기도 한다. 대부분의 술이 마시기 위해 생산되기는 하지만 일부의 술은 의약품,화장품,용매제로도 사용하기 위해 제조된다. 이렇듯 술은 시간과 장소를 불문하고 다양한 역할과 기능으로 인간의 삶 속에서 존재해왔다. 하지만 술은 19세기 초 산업혁명을 계기로 '기적의 약'에서 없어져야 할 필요악으로 전락했다. 푸케는 '술의 역사'에서 산업혁명이 가져온 사회적 변화 속에서 소수에 불과했던 알코올 중독 환자들이 대거 나타났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술의 악마적 모습이 알코올 중독에서 그치지 않고 각종 범죄를 유발하는 원인이 되어 많은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였고,어떤 사람들에게는 씻을 수 없는 고통과 죽음을 가져다주었다고 기술했다. 술이 가지고 있는 이러한 부정적인 모습으로 인해 술은 한동안 인간의 역사 저편으로 본의 아니게 물러나 있어야만 했다. 1919년 1월16일 미국 의회는 '주류 판매 및 양조 금지'를 골자로 한 '금주법 18차 수정안'을 비준하였다. 이 법안은 이듬해인 1920년 1월19일 정식으로 발효되어 시행되었다.

금주법의 주요 내용은 미국의 본토뿐만 아니라 미국의 재판권이 미치는 모든 지역에서 술을 제조하고 판매하고 운반하는 행위를 금지하며 상기 지역으로의 수입과 동지역으로부터의 수출을 금지한다는 것이었다. 금주법은 독일의 공격으로 미국의 선박이 침몰당해 미국이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하게 되면서 그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즉,전쟁을 치르기 위해 필요한 식량을 확보하고,전쟁 물자를 생산하는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주류 제조의 중단이 필요하고 관련 사업자들에 대한 엄격한 제재가 수반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여기에 '맥주=독일'이라는 인식이 사회 전반에 널리 펴져 술에 대한 반감이 더해지고,음주로 인해 야기되는 사회 문제가 부각되면서 금주법 시행은 힘을 얻게 되었다. 하지만 경제학적 관점에서 보았을 때 금주법은 술이 갖고 있는 비가치재적 속성에 기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재화나 서비스 가운데 일부는 그것을 소비함으로써 얻어지는 효용 또는 쾌락은 과대평가되어 있는데 반하여 소비로 인한 비효용 또는 고통은 과소평가되어 있는 것들이 있다. 경제학에서는 이러한 재화나 서비스를 일컬어 비가치재(demerit goods)라고 한다. 술 이외에 마약,담배,매춘 등이 대표적인 비가치재다.

반대로 소비로 얻어지는 효용 또는 쾌락은 과소평가된 반면 비효용은 과대평가된 재화나 서비스도 있는데, 이러한 재화나 서비스를 가치재(merit goods)라고 한다. 가치재는 바람직한 양보다 적게 소비되는 경향이 있어 주로 정부가 해당 재화나 서비스의 소비를 권장하기 위해 공급한다. 교육,의료,운동 등이 가치재의 대표적인 예다.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비가치재의 효용은 과대평가하고 비효용은 과소평가하는 것일까?술을 즐겨 마시는 사람들은 술이 인간관계를 맺고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데 매우 유용하다고 주장한다.

또한 이들은 술이 잔치의 분위기를 더 흥겹게 만들어주고,슬픔과 고통을 덜어주기도 하기 때문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라고 한다. 애연가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담배가 긴장과 스트레스를 완화시켜 주고 때로는 소화를 돕는 역할을 한다고 얘기한다. 일부 여성들은 다이어트에 효과가 있다는 이유로,청소년들은 멋있어 보이거나 강해 보이기 위해 담배를 피우기도 한다. 하지만 술과 담배를 즐기는 사람들도 질병이나 중독 증상 등 음주와 흡연으로 인한 폐해를 너무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술과 담배를 소비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만족이 폐해보다 크다고 판단하고 있고,이러한 이유로 음주와 흡연을 그만두지 못하는 것이다.

금주법이 원래의 취지와는 달리 시행 과정에서 각종 부패를 야기하고 마피아와 같은 조직범죄를 양산하는 계기가 된 것도 바로 술이 가지는 이러한 비가치재적 속성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술의 소비가 법의 이름으로 국가에 의해 금지되었지만 술을 마시고자 하는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많았다. 또한 호기심을 좇고 원초적인 것을 추구하는 인간의 본능에 의하여 이전까지 술을 마시지 않던 사람들도 술을 마시는 경우가 발생하였고,이로 인해 음주율은 금주법 시행 이전보다 높아졌다. 자연히 지하시장을 통해 밀주가 불법적으로 유통되었고,이와 얽혀 알 카포네와 같은 조직범죄가 날뛰게 되었다.

알 카포네는 금주법 시대에 시카고를 중심으로 조직범죄단을 이끌었던 유명한 폭력조직 두목으로,뺨에 흉터가 있어 '스카페이스(scarface)'라는 별명으로 유명하였다. 1899년 뉴욕의 가난한 이탈리아 출신 이민자의 가정에서 태어난 카포네는 소년시절부터 범죄조직에 몸을 담았다. 카포네는 금주법이 발효되었던 1920년 뉴욕을 떠나 시카고로 옮겨왔고 그곳에서 밀주 유통,매춘,도박 등으로 많은 돈을 벌어들였다. 카포네가 얼마나 많은 돈을 벌었는지는 그가 1927년 '한 해 총수입이 1억달러인 세계 최고의 시민'으로 선정되어 기네스북에까지 올라간 사실에서 확인할 수 있다.

'밤의 대통령'이라는 별명까지 얻게 된 카포네는 엄청난 자금을 바탕으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손에 넣게 되었다. 카포네를 체포하기 위해 조직된 '언터처블(untouchable: 건드릴 수 없는,처벌할 수 없는)'에 막강한 권한이 부여되었지만,이는 역설적으로 그 당시의 카포네의 힘과 영향력이 얼마나 대단했는지를 짐작케 하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사실은 루치아노 이오리초의 저서 '암흑가의 대부,알 카포네'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카포네는 세상에 무시무시한 살인자로 악명을 떨쳤다. 그러나 법정은 그를 살인자로 기소할 수가 없었다.

…중략… 심지어 엘리엇 네스와 언터처블조차도 카포네를 연방 감옥에 보내기에 충분한 자료를 수집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주류 판매조자 막을 수가 없었다. …중략… 카포네는 아주 대중적인 인물로서 '시카고,금주법,격동의 20세기' 같은 단어들과 동의어가 돼버렸다. 카포네의 이름을 떠올리지 않고는 바람의 도시 시카고와 얽힌 사건들을 말하기 어렵다. 하지만 영원할 것만 같았던 알 카포네의 권력도 그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 1932년 카포네는 탈세 혐의로 체포되어 7년간 옥살이를 치렀고,1939년 석방되어 1947년 숨을 거둘 때까지 마이애미에서 조용한 삶을 살았다.

알 카포네를 '밤의 대통령'으로 만들어주었던 금주법의 운명 역시 아이러니하게 카포네와 함께 하였다. 금주법은 입안자인 J. Volstead의 이름을 따 볼스테드법으로도 불렸다. 하지만 1922년 볼스테드가 의회선거에서 패배하면서 그 뿌리가 흔들리기 시작하였고,1929년 대공황이 발생하여 극심한 경기침체가 발생하고 실업자가 속출하면서 사실상 그 효력을 상실해 갔다. 결국 금주법은 1933년 '헌법수정 제21조'에 의해 폐지되었고,이후 금주는 각 주의 권한으로 넘어갔다. 이로 인해 술은 다시 한번 인류 역사의 전면으로 등장하게 되었고,인간과의 관계도 계속 이어갈 수 있게 되었다.

정원식 KDI 경제정보센터 전문연구원 kyonggi96@kd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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