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풍,풍경을 앞서다
[그림 1]은 어느 나라의 풍경일까? 학생들에게 물으면 대체로 중국이나 한국 혹은 일본이라고 답한다.
그림의 배경은 더웬트워터(Derwentwater)라는 영국의 한 지역이다.
중국 문필가인 예치양라는 사람이 영국을 여행하며 그렸다.
[그림 2]와 [그림 3] 역시 더웬트워터를 그렸다.
물론 중국 작가의 그림은 아니다.
(곰브리치,'예술과 환영'에서 인용)
왜 학생들은 그림의 배경이 동양 3국 중 하나라고 생각했을까? 동양화의 화풍은 동양의 자연을 배경으로 해야만 한다는 믿음 때문이었을까? 어쨌건 인간의 적극적인 지각능력은 섣부른 예단의 다른 이름이기도 하기에 필연적으로 오해를 유발한다.
◎ 오스카 와일드의 역설 어릴 적 한두 번은 읽었을 동화 '행복한 왕자'의 작가 오스카 와일드.그는 '거짓말의 쇠퇴'에서 사실과 예술에 대한 도발적인 주장을 펼친다.
"인상주의 화가들로부터가 아니면 어디서 우리는 우리의 거리에 기어서 내려가고,가스램프들을 흐리게 만들고,집들을 괴상한 그림자들로 만드는 놀라운 갈색 안개를 구할 수 있겠는가?
(중략) 지난 10년 동안 런던의 날씨에 일어난 놀라운 변화는 전적으로 이 특이한 '예술'의 유파 덕택일세.
(중략) 사물들은 우리가 그것들을 보기 때문에 존재하고 우리가 보는 대상과 우리가 그것을 보는 방법은 우리에게 영향을 준 '예술들'에 달려 있네.어떤 사물을 본다는 것은 어떤 사물이 보인다는 것과는 아주 다르지.
(중략) 사람들은 현재 안개가 있어서가 아니라 시인들과 화가들이 그들에게 그와 같은 이상들의 신비로운 매력을 가르쳐주었기 때문에 안개를 보는 것일세.런던에는 몇 세기 동안 안개가 있었을지 모르지.
아마 그랬을 거야. 그러나 아무도 그것을 못 보았고 그래서 우리는 안개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있지.
그것은 예술이 그것을 창안하기 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걸세.
(중략) 어떤 사물의 존재를 믿도록 만드는 것은 표현양식,오직 양식뿐이라네."
[그림 4]처럼 런던의 안개를 그린 인상파 화가가 아니었다면 사람들은 런던의 안개를 아예 보지도 못했으리라는 주장은 지나치다.
그렇지만 사람들이 런던의 안개를 보는 방식에 끼친 예술의 영향을 강조한 표현이라면 매우 설득력이 있다.
런던의 안개를 보는 방식에 영향을 미친 것은 인상파의 그림만은 아니다.
1952년 수천명의 사상자를 낸 런던 스모그(맨 아래 사진)의 등장 이후로 사람들은 런던의 안개를 인상파 화가들처럼 아름답게만 보지는 못했으리라.
과학이 안개가 사람을 죽였다고 해석해주었고 스모그라는 별도의 이름을 지어준 다음부터 사람들은 런던 포그가 아니라 런던 스모그를 보기 시작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