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력은 평균이다
어느 사진이 가장 매력적일까? 각 사진의 매력도를 1점에서 10점까지 매겨 보자. 단 남학생은 여성의 사진에 점수를 주고 여학생은 남성 사진에 점수를 준다. 이 사진은 유명한 실험이다. 이렇게 생긴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 과학자들이 여러 사람의 얼굴을 컴퓨터를 이용해 조합했다. 조합의 기준은 평균값이다. 두 사진의 얼굴 윤곽을 수치화해서 평균값으로 새로운 윤곽을 그리는 방식이다. 맨 위에서부터 2명, 4명, 8명, 16명, 32명의 얼굴을 복합한 사진이다. 이 사진을 300명에게 보여주고 매력 지수를 매기도록 하였다. 결과는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느끼는 바 그대로였다.("attractive faces are only average." Psychological Science, Langloi, J.H. & Roggman)
'가장 평균적으로 생긴 사람이 가장 매력적이다.' 이 말이 곧 '가장 평범한 사람이 매력적이다'라는 뜻으로 풀이되어선 곤란하다. 윤곽이 이토록 평균적인 사람들은 사실 드물다. 그래서 사람들은 아름다운 사람들이 사실은 평균값에 가깝다는 사실에 당황한다. 주변에서 찾아보기 어렵기 때문에 미인은 매우 특별한 존재로만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름다움이 주는 정보 직관에는 거스르지만 이 실험은 미(美)에 대한 과학적 설명에 부합한다. 이성을 끌어당기는 매력은 정보를 가득 담은 메시지라고 과학자들은 해석한다. 거친 환경 속에서 성공적으로 살아남을 수 있는 좋은 유전자를 갖춘 2세를 얻기 위해서는 좋은 유전자를 갖춘 짝을 만나야 한다. 외모는 유전자에 대한 정보를 담고 있다. 수만 대(代)를 거치면서 사람들은 이 정보를 감정의 영역에서 처리하게 되었다.
평균적인 윤곽은 수만 대를 거쳐 살아남은 유전자일 가능성이 크다. 평균에서 먼 윤곽일수록 특이한 형질을 갖춘 유전자가 섞여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기도 하다. 즉 한 세대나 두 세대밖에 버티지 못하는 치명적인 질병에 취약한 특이한 유전자가 섞여 있을지도 모른다. 당신 눈길을 사로잡은 매력적인 이성은 '난 수십만 년이라는 세월을 통해 검증된 유전자만 보유하고 있어요'라고 온몸으로 외치는 중이다. 과학자들의 상상력은 이런 식이다.
◆성형이 불쾌한 이유 2m 이상의 장신들만 판을 치는 농구 코트에서 일반인보다 작은 선수가 활약한다면 사람들의 반응은 어떨까? 틀림없이 인간 승리라는 찬사를 아끼지 않을 것이다. 정신 장애를 타고난 학생이 수능 시험에서 전국 1등을 했다면 어떨까? 아마 신문과 방송은 이 학생의 학창 생활을 집중 보도할 것이다.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에피소드를 하나라도 더 찾아내기 위해 경쟁할 것이 틀림없다.
키 작은 농구 선수나 수석 합격한 장애 학생은 왜 감동을 줄까? 의지와 노력으로 타고난 조건을 극복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타고난 유전자나 환경보다 이를 극복한 인간의 노력과 의지를 더 높이 평가한다고 단정해도 좋을까?
타고난 외모는 별로이지만 뼈를 깎는 훈련과 인내, 그리고 진짜 뼈를 깎는 성형 수술을 통해 미인 대회에서 우승한 사람에게 사람들은 어떤 시선을 보낼까? 영화판과 드라마를 휩쓸던 미인 배우의 학창 시절 사진이 유포되었다. 도저히 같은 사람이라는 것을 인정할 수 없을 만큼 다르다면, 적어도 타고난 어려움을 극복했다는 찬사를 보내지는 않을 것이 틀림없다. 노력이나 열정은 칭찬하지만 미에 대해서만큼은 타고난 그대로의 모습을 더 높이 평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름다움 그 자체가 정보라서 사람들이 외모를 통해 중요한 정보를 얻어 왔기 때문이라면 설명이 쉬워진다. 성형은 사람들이 세대를 거치면서 익숙한 정보를 인위적으로 왜곡하는 사기 행위와 겹쳐지기 때문이다.
◆학력 위조가 주는 반전(反轉) 지난 3월 경찰은 명문 대학 졸업장을 위조한 유명 학원 강사 25명을 적발했다. 언론들은 이들이 가짜 졸업장을 내세워 학원생들을 끌어 모았다고 보도했다. 다음날 몇몇 기자들은 강남 학원가에 탐방 취재를 나갔다. 기자들은 위조 졸업장 사건으로 강남 학원가에 침울한 기운이 감돌 것을 예상한 모양이다. 그도 그럴 것이 신뢰가 땅에 떨어졌으니 일시적으로나마 사업에 지장을 받아야 정상이다. 그러나 기자가 확인한 것은 학생과 학부모들의 의연한 반응이었다. "어떤 대학 나온 게 뭐가 중요합니까? 잘 찍기만 하면 되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