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세상을 떠난 이종욱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은 에이즈(AIDS·후천성면역결핍증) 퇴치를 위해 헌신한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특히 에이즈 환자가 가장 많은 아프리카 지역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인류의 주치의'로 불렸던 그가 그토록 노력했던 것은 그만큼 에이즈가 우리 인류의 생존을 위협할 정도로 무서운 질병이기 때문이다.
최근 여러가지 치료제나 백신이 개발되고 있으나 에이즈는 여전히 '20세기의 흑사병'으로 불리는 공포의 대상이다.
에이즈 바이러스는 1981년 미국에서 처음 발견됐다.
그 원인이 되는 바이러스는 'HIV-1'(인간 면역결핍 바이러스)으로 밝혀졌다.
이 바이러스는 우리 몸에서 면역 기능을 담당하는 세포를 죽이는 능력을 갖고 있다.
그 결과 환자의 면역 기능을 떨어뜨려 쉽게 각종 균에 감염되고 종양에 걸리도록 함으로써 상당수 환자를 죽음으로 몰고 가는 것이다.
이 바이러스가 발견된 것은 1981년이지만 실제 인간에 감염된 것은 훨씬 이전이었을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처럼 무서운 에이즈 바이러스는 도대체 어디서 온 것일까.
그동안의 연구를 통해 에이즈 바이러스는 아프리카 원숭이에서 사람에게 옮겨 온 것으로 추정돼 왔다.
하지만 그 정확한 근원은 밝혀지지 않았었다.
에이즈 바이러스의 기원에 관한 의문이 최근 비로소 풀렸다.
에이즈 바이러스가 발견된 지 25년 만이다.
미국 앨라배마 대학의 비트라이스 한 박사가 이끄는 국제 연구팀은 아프리카 카메룬 남부 지역의 특정 침팬지 집단에서 인간 에이즈 바이러스와 아주 유사한 바이러스를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연구팀은 아프리카 정글 원숭이의 배설물 1300개 이상을 추적,바이러스의 유전자를 연구한 결과 '침팬지가 인간 에이즈 바이러스의 근원'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 연구 결과는 최근 미국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실렸다.
과학자들은 그동안 인간 이외의 영장류가 '원숭이 면역결핍바이러스'(SIV)로 불리는 일종의 에이즈 바이러스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러나 이 바이러스가 어떻게 사람에게 전염됐는지를 알아내지는 못했다.
야생 침팬지 사이에서 이 바이러스가 어떻게 감염되며 어떠한 유전적 특성을 갖고 있는지를 알아내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특히 보호 동물인 침팬지를 잡아 연구하는 것도 쉽지 않아 연구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한 박사팀은 침팬지 집단들의 배설물을 추적하는 방식으로 조사한 결과 어떤 침팬지 집단은 전체의 29∼35%나 이 바이러스에 감염됐으나 어떤 집단은 전혀 감염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또 감염된 모든 침팬지는 동일한 유전적 특성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