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을러져라! 자유와 가치의 창조, 즐거움을 얻으리니”
⊙ 아무것도 하지 않고 숲에서 있기 숲에서는 거의 모든 일을 할 수 있지만,그 중 가장 기쁘고 빛나는 일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일'이다.
물론 조금 걸을 수도 있고, 가로질러 가며 '조깅'을 할 수도 있지만, 그저 나무그늘 아래 돗자리를 깔고, 나무에 기대는 것보다 나은 것은 아니다.
이것은 봄의 오후,여름밤,가을 낮,눈 쌓인 겨울,어느 때나 마찬가지다.
그러면 곧,마치 첫 키스처럼,조금 내민 나의 얼굴에 그녀의 입술이 다가오듯, 숲이 다가온다.
처음엔 숲의 고요함이 들려오고,다음 새소리가 섞여 귀를 흘러간다. 나무 내음은 이미 나의 온몸을 적시었고, 햇살은 나뭇잎 사이를 지나 동전처럼 내게 떨어져 온다.
이때 세상은 한꺼번에 존재한다. 다음 그 존재는 천천히 베일을 벗으며, 내 앞을 흘러간다.
무엇인가 하려고 하는 순간,환영처럼 사라져 버렸던 바로 그것이다.
현대인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혼자 있는 시간'이라고 말한다.
나는 덧붙여 우리들이 해야 할 일이 꼭 하나 있고,그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왜냐하면 우리는 업적을 쌓아야 한다는 강박을 갖고 있고,실제로 많은 일을 하고 있고, 대개는 그것이 우리를 망치고 있다.
전우익 선생의 말처럼,우리는 '죽도록 일하고, 죽도록 먹고,죽도록 버리는 삶'을 살고 있는데,이렇게 사는 인간들에게 필요한 것도 단 한 가지,'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다.
⊙ 아무것도 않고서 어찌 밥을 먹을 수 있으리
나는 본디 무지 성실한 인간이었다.
다음 같은 사례가 그걸 증명할 것이다.
나는 무식해서 (사전을 뒤지기 전까지는) 무위도식(無爲徒食) - 하는 일 없이 먹고 놀기만 한다-는 말의 '도'를 '도(盜)'로 잘못 알고 있었다.
"일하지 않는 자는 먹지도 말라"는 말을 진실로 받아들였으니, 하는 일이 없으면, 먹는 것은 '도적질'이라는 생각이었다.
어느 버스에 붙어있던 공익광고 "하는 일 없이 빈둥대는 저 놈을 매우 치렸다" 하는 호령에도 공감했던 것 같고….
나야말로 성실과 근면이 일생의 진리요,사람됨의 기초로 알고 살아왔었다.
이런 삶은 아마도 <개미와 베짱이> 이야기를 들려주시며,열심히 일해야 '굶어죽지 않는다'고 했던 초등학교 선생님 때문인 듯도 하고,"죽으면 썩을 몸, 놀면 무엇할 것이냐?"며 연신 반질반질 깨끗깨끗 집안을 쓸고 닦고,요리하고 빨래하던 어머니 때문인 듯도 하다.
새벽에 일어나 일터에 나가 빗자루질을 하고, 어머니가 하시던 작은 가게를 닫고, 밤늦게 돌아오시던 아버지는, 쉬는 날에도 우리들 머리를 손수 깎아주시고는, 밥을 얼른 먹은 다음, 집안 곳곳을 수리하고 방을 넓히곤 하셨더랬다.
![] 67. 버트란트 러셀「게으름에 대한 찬양」](https://pub-1f74281484af4b11b72eb1f8ae6ef3a1.r2.dev/photo/201005/2010051862781_201005219607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