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적 善'이 개인의 이익보다 우선해야 하는가?
이왕이면 가장 잘나고 싶고 누구보다도 앞서고 싶어하는 사람이 그러한 경쟁심을 거두고 자리를 양보하는 유일한 대상이 있다.
바로 자기 자식이다.
로마의 유명한 정치가이자 위대한 사상가였던 마르쿠스 툴리우스 키케로(Marcus Tullius Cicero)도 이는 마찬가지여서 아들에게 "나는 네가 모든 점에서 나를 능가해주기를 바라는 유일한 사람"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자식들이 부모 눈에 안 차는 것은 흔한 일이라,기대가 큰 아들 녀석이 칠칠하지 못한 점이 키케로의 근심거리였다.
그래서 옥타비아누스와 제휴하여 위세등등한 안토니우스를 견제하며 로마 공화정을 회생시키려는 정치적 투쟁을 벌이던 복마전(伏魔殿) 와중에도,아테네에서 유학하고 있는 아들에게 편지를 보내 깨우침을 주고자 하였다.
그가 이렇게 아들에게 보낸 서한문을 엮어 발간한 책이 시민사회 윤리의 뿌리를 형성하는 '의무론(De Officiis)'으로,총 3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권은 도덕적 선(honestrum)에 관한 것으로 키케로는 해야 할 것과 행하면 안 되는 것을 알기 위해서는 도덕적 선이 무엇인지를 분명히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도덕적 선이 도출되는 기원으로서 네 가지 기본 덕목인 지(知) 의(義) 용(勇) 인(忍)에 관해 논의하고 있는데,이 중에서도 지혜를 가장 근원적인 것으로 간주한다.
그리고 제2권은 유익함(utilitas)이라는 주제 아래 인간이 살아감에 있어서 편익을 제공하는 것들에 관해서 다루면서 유익한 것과 유익하지 않은 것,보다 유익한 것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마지막 제3권은 도덕적 선과 유익함이 상충하는 경우에 무엇이 우선해야 하는지 하나하나 구체적인 실례를 들어가며 설명하는 내용이다.
키케로는 윤리학의 근본적인 문제를 이와 같이 구분하여 매우 현실적인 기반에서 논의하고 있다.
그는 한 개인의 행위의 정당성을 타인,사회,국가와의 관계에서 찾아야 한다는 것을 전제하는데,이러한 키케로의 태도는 이후의 서양 근대 사상가들에게 큰 영향을 끼쳤다.
'의무론'은 사랑하는 아들에게 전하는 아버지의 부정이기도 하며,헬레니즘 사상을 알려주고 고대 문화를 연결해주는 다리 역할을 하는 책이기도 하다.
키케로는 아들에게 다음과 같이 일렀다.
"내 아들 키케로야,이제 너는 아버지인 나에게서 큰 선물,즉 나의 위대한 사상을 받았다.
그렇지만 그 선물은 네가 받아들일 수 있는 정도의 것이다.
그러나 그 가치는 네가 그것을 받아들이는 정신 상태에 달려 있게 될 것이다.
그러니 너는 이 세 권을 크라팁푸스 선생의 강의록 속에 끼워 넣고 다니면서,너의 동료 친구인 것처럼 잘 간수하면서 항상 기쁜 마음으로 읽어야 한다.
그러나 여행 도중에 조국이 분명한 목소리로 나를 불러들이지 않았더라면,나는 내가 의도했던 대로 지금은 아테네에 갔을 것이고,그렇게 되었다면 너는 내게서 또한 무언가 듣게 되었을 텐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