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스스로 만든 국가 라는 ‘괴물’에 잡아 먹혔다
동일한 단어라도 누가 언제 어떤 의도로 쓰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를 띠게 된다.
표현의 욕망이라는 목 마른 수요를 충족시켜 줄 만큼의 다양한 단어가 아직은 채 형성되지 않은 단계라서 그럴 수도 있고,아니면 어느 눈에 비치느냐에 따라 색깔과 모습을 시시각각 달리하는 이 세상의 섭리가 본시 그러할 수도 있겠다.
'괴물(怪物)'이라는 단어로 표현해 내려는 대상 역시 다양하다.
전투 게임을 즐기는 이에게는 레벨을 따져 봐야 되는 몬스터이고,용모를 신랄하게 묘사하는 이에게는 끔찍한 추남이나 추녀를 뜻하며,영화계에서는 몇 년 전 흥행한 영화 제목,신화에서는 신 또는 악마 혹은 그 경계 너머의 것이다.
그런데 이 단어가 정치학에서 쓰이면 어떠한 의미를 담아 낼까.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이라는 말로 유명한 토마스 홉스는 '괴물'이라는 단어가 불러일으키는 공포를 국가의 특성과 결부시켜 그가 원하는 정치 공동체의 환치어로 사용하였다.
홉스의 유명한 저서인 「국가론」의 원제는 '리바이어던(leviathan)'이다.
문자 그대로 직역을 하자면 '바다 괴물'을 제목으로 삼아야 하지만 번역가가 책 내용에 맞춰 적당한 제목을 잘 달아 놓았다.
저자 홉스가 결코 해원에서 뛰쳐나오는 괴물을 말하고자 한 것이 아니라 국가에 관한 정치학적 논의를 전개하고자 함을 알고 있어서이다.
야만 상태의 인간 사회를 처참한 투쟁과 극심한 반목으로 상정한 홉스는 이러한 혼란을 통제하고 조정하려는 필요에서 '국가'라는 기구를 제시한다.
물론 책의 작명에서 알 수 있듯이 국가는 섬뜩한 '괴물'과도 같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는 괴상망측한 존재다.
하지만 인간 사회의 지속과 발전을 위해서는 어디까지나 국가가 필수적이라는 것이 홉스의 지론이다.
그렇다면 홉스의 소신을 받아들일 때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우리의 권력을 이양하여 만들어 낸 사랑스러운 '괴물'인 국가가 제대로 움직이게 하여,가공할 만한 권력을 자랑하는 '국가'가 과오와 패악을 저지르지 않게 하는 것이다.
우리가 창조해 낸 괴물이 우리를 잡아 먹는다면 어떻게 될까?
조지 오웰은 이 의문에 대한 답을 「동물농장」이라는 소설의 형태로 내놓았다.
정치 소설을 논할 때 가장 첫 줄에 꼽히는 「동물농장」은 사회 구성원들이 스스로 만들어 낸 국가 권력이 어떻게 변질되어 사회 구성원들을 핍박하는지 통렬하게 묘사한다.
⊙ 기출 제시문
복서는 발굽이 나아지자 전보다 더 열심히 일했다.
사실 모든 동물들은 그 해에 노예처럼 많은 일을 했다.
농장에서 각자 해야 하는 일이 있었을 뿐 아니라 풍차를 다시 만들어야 했고,3월부터 시작된 새끼 돼지의 교실을 짓는 작업도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