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월드 앞 모텔에 사는 6세 소녀와 엄마, 주거 보조금 못 받아 이별 위기에 놓이는데…
시네마노믹스

디즈니월드 앞 모텔에 사는 6세 소녀와 엄마, 주거 보조금 못 받아 이별 위기에 놓이는데…

고은이 기자2022.03.31읽기 4원문 보기
#주거급여#주거분리#현금보조#현물보조#풍선효과#상향여과(필터링 업)#공공임대주택#주거 취약계층

(89) 플로리다 프로젝트 (上)

주인공은 여섯 살 말괄량이 소녀 무니. 미국 디즈니월드 인근 모텔인 ‘매직캐슬’에서 엄마 헬리와 둘이 산다. 모녀는 1주일치 방세도 제때 내기 어려운 형편이다. 하지만 매직캐슬 친구들 사이에서 대장 노릇을 하는 무니는 늘 씩씩하게 동네를 휘젓는다. 무니에게 매직캐슬과 동네 뒷골목은 디즈니월드 못지않게 즐거운 놀이터다. 단짝 친구 잰시와 누구보다 마음이 잘 맞는 엄마 헬리만 있다면 무니는 무서울 게 없다. ‘플로리다 프로젝트’는 맹랑한 꼬마 무니가 매직캐슬에서 벌이는 크고 작은 사건을 담아낸 영화다. 매직캐슬 꼬마대장 무니“여기 사는 아저씨는 맨날 맥주 마셔. 이 방 아줌마는 병에 걸려서 발이 엄청 부었어. 여기 아저씨는 가끔 체포돼.” 영화 초반 무니는 옆 모텔에 막 이사 온 또래 친구 잰시에게 매직캐슬 사람들을 이렇게 소개한다. 환한 연보라색으로 색칠된 화사한 모텔. 하지만 이곳에 머무르는 사람들의 사정은 그리 밝지 않다. 보증금으로 쓸 목돈이 없는 이들이 주 단위로 방세를 내며 거주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한국에도 무니처럼 주택이 아닌 곳에 사는 이들이 39만 가구(통계청 인구주택총조사 기준·그래프)가량 된다. 대부분 고시원이나 모텔에 거주하는 주거 취약계층이다.반면 매직캐슬 맞은편엔 디즈니월드 관광객을 위한 리조트와 고가 주택이 늘어서 있다. 엄마 헬리는 이곳 사람들에게 가짜 향수를 팔면서 생활비를 번다. 이렇게 고소득층과 저소득층의 주거지역이 분리되는 것을 ‘주거분리’ 현상이라고 한다. 통상 고가 주택 지역은 꾸준히 보수가 이뤄지면서 높은 가격을 유지한다. 반대로 저가 주택은 수리를 못해 쇠락하면서 주거분리가 고착화하는 경우가 많다.저가 주택이 재건축·재개발을 거치면서 고가 주택으로 탈바꿈하는 사례도 있다. 이를 ‘상향여과(필터링 업)’라고 한다. 하지만 영화 속 매직캐슬은 상향여과를 누리지 못한다. 외벽에 핀 곰팡이를 가리기 위해 밝은 색 페인트로 여러 번 덧칠할 뿐이다. 매일같이 벽에 페인트를 칠하는 관리인을 향해 동료는 묻는다. “사장이 해충 해결할 돈은 없대요?” 주거복지의 작동 원리헬리와 무니 같은 사람들은 왜 매직캐슬로 모여들까. 이런 일종의 불량주택촌은 주택 자체의 문제라기보다 거주자들의 낮은 소득 영향이 크다. 그래서 정부는 주거 취약계층의 실질소득을 높여주기 위해 빈곤 완화 정책을 편다. 일정 소득 이하 가구에 지급하는 ‘주거급여’가 대표적이다. 이렇게 임대료나 집수리 비용을 지원하는 현금성 복지정책을 ‘현금보조’라고 한다. 전세자금대출 같은 임대료 융자 사업도 현금보조 중 하나다.

하지만 현금보조는 임대료 인상이라는 ‘풍선효과’를 낳을 수도 있다. 정부가 임대료를 지원한 만큼 임대인이 임대료를 올려 지원 효과가 줄어드는 식이다. 한국도시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서울 쪽방촌 한 달 임대료 평균액은 주거급여 액수와 1000원 단위까지 일치했다. 정부가 주거급여를 인상하자 건물주들 역시 월세를 올렸다. 임대료 상한제를 통해 일부 막을 수는 있지만 정부의 직접적인 가격 규제는 전·월세 공급을 위축시키는 또 다른 부작용을 낳을 가능성이 크다.현금보조와 달리 실제 필요한 재화와 서비스를 지급하는 ‘현물보조’도 있다. 대표적인 게 공공임대주택이다. 다만 현물보조는 현금보조에 비해 형평성을 달성하기 어렵다.무니의 낙 중 하나인 라즈베리 빵을 나눠주는 푸드뱅크 역시 식품 현물보조의 일종이다. 현금보조를 옹호하는 사람들은 현물보조가 비효율적인 데다 받는 사람의 자존심을 상하게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매직캐슬 주인이 모텔 앞에 주차한 푸드뱅크 트럭을 보고 “남들 보기에 좀 그렇다”며 불만을 표하는 게 이 같은 인식을 대변한다.

고은이 한국경제신문 기자

AI 퀴즈

이 기사로 1분 퀴즈 풀기

객관식 3문항 · 즉시 채점

광고Google AdSense — 728×90

🔗 본문 속 개념

📚 함께 읽으면 좋은 기사

연세대 논술은 다면적 사고와 창의적 전개를 중시
2023학년도 논술길잡이

연세대 논술은 다면적 사고와 창의적 전개를 중시

연세대학교 논술은 단순한 옳고 그름의 판단을 넘어 다면적 사고와 창의적 전개를 중시하며, 제시된 주장을 여러 측면에서 비판하도록 요구한다. 예시 문제에서 소득불평등이 비만의 원인이라는 주장을 비판할 때, 소득 수준별 데이터의 차이, 상위 국가 내 편차, 그리고 다른 변수의 작용 등 다양한 근거를 제시해야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2022.02.17

수리성<계산하기>과 인문성<의미제시>을 결합해야
2018 대입 전략

수리성<계산하기>과 인문성<의미제시>을 결합해야

상경계열 인문수리논술은 단순한 수학 계산 능력을 넘어 수치를 통해 경제·경영 현상의 의미를 파악하고 설명하는 능력을 요구한다. 한양대·건국대·경희대·이화여대·숭실대·중앙대·항공대 등 주요 대학들은 확률, 기댓값, 통계 등의 수학적 개념을 경영학·경제학 사례에 적용하여 논리적으로 풀이하고 제시문의 이론으로 평가하는 문제를 출제하고 있다. 따라서 수학적 계산 정확성과 함께 결과의 경제적 의미를 명확히 설명하는 연습이 합격의 핵심이다.

2017.10.12

복수 제시문 요약형은 논리적 관계를 살펴보자
2024학년도 논술길잡이

복수 제시문 요약형은 논리적 관계를 살펴보자

복수 제시문 요약형 논술에서는 제시문 간의 논리적 관계를 파악하는 것이 통합적 요약의 핵심이다. 제시문들이 인과관계, 대등관계, 원인-결과 관계 등으로 연결되어 있으므로, 개인적 측면과 사회적 측면, 주관적 측면과 객관적 측면 등으로 분류하여 유기적으로 정리해야 한다. 궁극적으로 제시문들이 드러내는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고 두괄식으로 명확하게 결론지으면서, 논리적 흐름에 맞게 제시문의 순서를 재구성하는 것이 효과적인 답안 작성 방법이다.

2023.07.13

더 벌거나, 골고루 나누거나…더 나은 편익 선택
2025학년도 논술길잡이

더 벌거나, 골고루 나누거나…더 나은 편익 선택

제한된 자원을 효율성(더 많은 이익 창출)과 형평성(공정한 분배)이라는 두 가치 중 어느 쪽에 우선할 것인지는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효율성만 추구하면 생계 곤란으로 인한 노동 의욕 상실이 발생할 수 있고, 형평성은 단순한 동등 분배가 아니라 노력과 상황에 맞는 '응보'를 의미한다. 따라서 두 가치 모두 인간 사회에 필요하며, 각 개념을 이해하고 상황에 맞게 선택해야 한다.

2024.10.02

연세대 모든계열 영어지문·수리논술이 변별력 갈라
2023학년도 논술길잡이

연세대 모든계열 영어지문·수리논술이 변별력 갈라

연세대학교 논술고사는 모든 계열에서 영어 제시문과 수리 문제를 포함하여 출제하며, 특히 2022학년도부터 수리 문제의 변별력이 강화되고 있다. 따라서 인문계열 학생도 수능최저자격이 없더라도 영어와 수학 공부를 병행해야 한다. 이번 기출문제는 자료해석과 수리논리적 사고를 측정하는 신유형으로, 소득 불평등과 비만율의 관계,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에 따른 자녀의 학습시간과 소득의 상관관계 등을 다루고 있다.

2022.02.03

광고Google AdSense — 728×90 또는 970×250